서울시공사,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논의 본격화

인력난 속 지속적이고 원활한 시장 운영 위한 선제적 대책
유통인·출하자 의견 수렴 진행 … 연내 시범사업 추진 예정
농민들 “시장 어려움 생산지에 전가하는 처사” 반대 표명

  • 입력 2023.09.10 18:00
  • 수정 2023.09.10 19:1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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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의 개장일 감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농업 현장에선 개장일 축소에 따른 악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의 개장일 감축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선 농업 현장에선 개장일 축소에 따른 악영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승호 기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가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개장일 감축 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공사는 유통인과 출하자 등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연내(11월) 시범사업 추진을 위한 시장관리운영위원회와 공개토론회 개최 일정 등도 최근 가시화하고 있다.

시장 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하역노조 등이 겪는 인력·구인난은 최근 들어 이전보다 크게 심화되는 추세다. 특히 주6일제 근무를 비롯한 열악한 근무환경과 높은 수준의 업무 강도는 신규 직원 채용·유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공사 관계자는 “가속화되는 시장 내 근무 인력 고령화와 더불어 극심한 구인난이 시장 운영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시장 운영 및 활성화를 위해 근무환경 개선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숙고 끝에 개장일 감축을 검토하게 됐으며, 혹시나 발생할 생산·출하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사에 따르면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은 하절기 등 성출하기(3개월)와 명절 등 기존 휴업일이 포함된 시기(4개월)를 제외한 동절기에 치러질 예정이다. 기존 휴업일과의 간격과 휴업시기의 일관성 등을 고려해 11월과 3~4월 첫 번째 토요일 휴업이 현시점에선 가장 유력하다. 수산 활어와 가락몰은 휴업일과 관계없이 자율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공사 관계자는 “일본의 ‘수요일’ 휴업 사례와 다르게 가락시장의 경우 토요일 휴업 시 요일별 물량 집중도와 변동성이 오히려 수요일보다 낮으며, 단가 측면 역시 거래가 위축돼 있는 토요일 휴업이 출하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시장관리운영위원회와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시범 휴업일은 △경매 전면 미실시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물품 반입 허용 △매잔품 판매 등 중도매인 개별 영업 가능 등의 방식으로 진행될 방침이다. 휴장일에도 정가·수의매매 및 도매법인 제3자 판매는 허용할 계획이며, 시장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관·저장시설 마련 대책 등도 시설현대화 사업 시행에 맞춰 검토할 예정이다.

서경남 공사 유통혁신팀장은 “지난 5월 KBS 9시 뉴스에 가락시장 종사자의 장시간 근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난해 9월경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가락시장 주5일제 도입 검토 필요성이 시장관리위원회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말 시장관리위원회에서 개장일 단계적 감축 방안이 검토·보고됐고, 올해 4월 농식품부가 농산물 공영도매시장 기능 및 역할 재진단 연구 결과를 발표한 이후 5월 17일 시장관리위원회 산하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면서 “현재까지 총 3차의 협의체 회의가 진행됐고 개장일 감축으로 인한 가락시장 물량·가격변화 분석 결과 등이 보고됐다. 이후 공사에선 지난 7~8월 주요 21개 품목 출하자 및 출하단체 의견 조사를 추진했으며 지난달 22일 협의체에 출하자 의견 조사결과 및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안)이 보고돼 오는 11일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 팀장은 “출하자 의견 조사 결과 전반적으로 개장일 감축 필요성엔 공감하나 출하일수 감소로 인한 피해를 크게 우려했다”라며 “특히 제주도의 경우 주 출하기인 동절기 개장일 감축 시행에 부정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대다수는 동절기 시행에 수용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개장일 감축을 하절기에도 확대 적용하는 건 오랜 시간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장 농민들은 가락시장 근무여건 개선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개장일 감축 계획에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는 실정이다. 특히 성출하기에 하루 한 번 이상 수확이 이뤄지는 시설 작물 재배 농민들은 먼 미래일지라도 하절기 개장일 감축 확대가 영농 환경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걱정하고 있다. 농민들은 “오이 등의 경우 하루에 2번까지 수확을 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연이어 가락시장이 경매를 중단할 경우 상품성을 잃어 정상판매 자체가 불가능할뿐더러 인력 수급과 출하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저장성이 있는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개장일 감축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 여론도 존재한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시장에서 일할 인력을 못 구하는 만큼 농촌 현장에서도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시장 개장일 감축이 시장의 문제를 농업생산 현장에 전가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 시설하우스의 경우 고정 인력을 운영하며 수확 등의 작업을 진행하는데 한 달의 한 번일지라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연속으로 경매가 열리지 않는다면 농가는 고용한 인력을 놀릴 수밖에 없고, 고정 인력을 운영하지 않는 경우 역시 휴장 이후 작업 일정이 쏠리는 탓에 인력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라며 “농산물은 가락시장 개장일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이라 하더라도, 이틀 연속 시장이 문을 닫는다면 웃자란 농작물은 다음날 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거래될 수 없고 농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 정책위원장은 “시장 문을 닫는 건 공적인 영역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시장 의존도가 약해지며 대형마트 위주로 유통이 재편되고 있는데, 개장일 감축은 대기업의 농산물 유통 잠식을 가속화할 가능성 또한 크다”라며 “농민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추진을 원점으로 되돌리진 않겠지만 농민들의 우려는 분명하며, 가락시장 노동 환경이 위태로워 시장 개장일을 감축한다면 그만큼 농업 환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걸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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