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지속 전 ‘중간점검’ 실시

생산자대표 등으로 협의체 구성원 확대해 지난 16일 시범사업 검토
‘사업 중단’·‘예정대로 추진’ … 생산자 및 시장관계자 입장 차 팽팽

  • 입력 2024.01.19 10:00
  • 수정 2024.01.21 18:4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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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5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업무동 대회의실에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회의가 치러졌다. 오는 3·4월에 예정된 3·4차 시범사업에 앞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지난 15일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업무동 대회의실에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회의가 치러졌다. 오는 3·4월에 예정된 3·4차 시범사업에 앞서 중간점검을 하기 위해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이 오는 3·4월 3·4차 시행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 1·2차 사업의 성과를 검토하고, 시범사업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도매시장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동절기와 비수기를 중심으로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이후 출하자와 농민단체(생산자), 구매자 및 유통 종사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 까닭에 서울시공사는 기구성된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 구성원(11명)에 생산자단체 대표와 구매자 등 8명을 추가해 지난 16일 가락몰 대회의실에서 1차 회의를 진행했다.

생산자 대표로는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 △김학종 (사)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부회장 △최흥식 (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 △이연호 상주오이협의회 대표 △강도수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 회의 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생산자 측과 시장관계자 사이의 팽팽한 입장 차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던 반면, 양측과 공사 모두 최종적으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해 오는 23일 2차 회의에서 논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경남 서울시공사 유통혁신팀장은 “가락시장에서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주 6일 장시간 야간근로로 인한 중도매인·하역인을 비롯한 도매시장법인 경매사 채용 자체가 불가한 상황이며, 중도매인과 하역인 평균연령이 60세에 도달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도매기능 약화에 따른 생산자·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라며 “보다 효과적인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협의체를 확대하기로 결정했고, 출하자와 시장관계자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시범사업 추진에 반영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서경남 팀장은 1·2차 시범사업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공사는 1·2차 시범사업 결과를 △휴업 주간 실적을 휴업 전·후 주간 평균과 비교하고 △휴업 전·후 금요일과 월요일 실적을 1주 전·후 금·월요일 평균 실적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분석했다. 공사 측은 “분석 결과 1·2차 시범사업 이후 물량은 감소했으나 단가는 전반적으로 상승했고, 당초 우려했던 휴업일 직후 월요일 홍수 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연속 휴업에 의한 부담 완화를 요구하는 출하자 의견을 수용해 시범 휴업일을 토요일에서 수요일로 옮기는 것을 논의해보고 합의가 된다면 수요일 휴업을 실시한 뒤 물량·단가 영향 등을 분석해볼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오해가 있는데, 4차 시범사업 추진 이후 개장일 감축을 당장 매주 실시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쳐 향후 방향을 설계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생산자 대표 등은 가락시장 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사가 제시한 개장일 감축 1·2차 시범사업 결과의 실효성과 정당성에 의혹을 제기하며 당장 개장일 감축 3·4차 시범사업을 강행하기보다 공사와 시장 자체적으로 노동 환경 개선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호진 사무처장은 “시장 노동 환경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노동 환경은 인력을 충원해 교차 근무를 할 수 있게 하거나 급여를 인상하는 방법 등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시장 자체적으로 노동 환경을 개선할 노력이라도 해봤는지 묻고 싶다”라며 “협의체도 그간 계속 진행이 됐었는데 출하자는 쏙 빼놓고 시장관계자들만 불러 논의했다. 개장일 감축의 피해는 온전히 출하자가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다. 6일 선택 출하하던 것을 5일로 줄이면 출하물량이 몰릴 수밖에 없고, 물량이 증가하면 가격은 폭락한다. 피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지도 않고, 무작정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부터 잘못됐고, 3·4차 시범사업 시행 역시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연호 대표는 “정가·수의매매가 활발히 진행되고 온라인 도매시장 거래도 제대로 정착됐을 경우라면 개장일 감축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시행되는 게 없는데 무작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피해는 농민더러 감당하라 하면 어느 누가 좋다고 하겠나”라며 “지난 시범 휴업 때 정가·수의매매가 시세의 반 가격으로 이뤄졌다. 농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 시장이 이틀 연속 문을 닫으면 매일 수확·출하해야 하는 오이 등의 작목은 상품성이 크게 하락하고, 그 피해는 농가 몫이 된다. 대책을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한 강도수 회장은 “저장성 없는 품목의 홍수 출하기에 휴업일이 겹치게 된다면 농가 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공사가 제시한 분석 결과는 시장 물동량 자체가 적은 때 시행된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빙성이 없다. 다양한 품목의 홍수출하기에 시범 휴업을 장기간에 걸쳐 여러 방식으로 추진해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학종 부회장도 “가락시장은 공영도매시장이고 공영도매시장의 설립 목적에 생산자의 이익 보호가 정확히 명시돼 있다. 농촌 현장도 시장과 똑같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생산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대책부터 마련하고, 시범사업도 품목별로 장기간 추진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산자 측의 주장에 시장관계자 등도 반박에 나서며 회의장 분위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시장관계자 측은 “급여를 아무리 많이 줘도 낮·밤 바뀌어 생활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모두들 시장을 떠나고 있다”, “주6일을 거꾸로 생활하며 강도 높은 노동을 지속하다 보니 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개장일 감축은 노동 환경 개선의 의미도 있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처절한 요구다”, “1·2부제로 교차 근무를 하는 것은 수익 구조상 맞지 않는다” 등의 의견을 개진했고, 생산자 대표 등은 이에 반발하며 산지의 어려운 상황을 피력했다.

한편 상반된 양측 의견이 결코 좁혀지지 않자 협의체 위원장인 송정환 농업제도정책연구소 소장은 “1·2차 시범사업을 실시한 상태에서 3·4차 사업을 중단하게 되면 당초 시범사업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 당초 예상보다 정가·수의매매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해 3·4차 사업에 앞서 시장관계자 측에서 정가·수의매매 활성화 방안을 제시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해 시범 휴업일을 수요일로 옮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논의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회의를 마무리 지었다. 이에 협의체는 2차 회의를 통해 3·4차 시범사업 추진 방향을 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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