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첫 시행, 후폭풍 없었나?

첫 휴업 시행 직후 월요일 청과부류 반입물량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
공사 측 “돌풍 동반한 강우 등의 영향 있었음에도 시세는 기존 흐름 유지”
농민과 일부 유통주체 우려에도 공사 “부족함 개선하고 철저히 준비할 것”

  • 입력 2023.11.10 09:00
  • 수정 2023.11.11 22:3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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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울 가락시장이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통해 지난 4일 처음으로 휴장한 가운데 농민들은 개장일 축소가 농산물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매가 진행 중인 가락시장 경매장. 한승호 기자
서울 가락시장이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통해 지난 4일 처음으로 휴장한 가운데 농민들은 개장일 축소가 농산물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경매가 진행 중인 가락시장 경매장. 한승호 기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이달 첫 번째 토요일인 지난 4일 휴장했다.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이에 채소류 경매의 경우 지난 2일 목요일 저녁 경매를 끝으로 휴업에 들어간 뒤 5일 일요일 저녁부터 경매를 재개했으며, 과일은 지난 3일 금요일 아침 경매까지 시행한 뒤 휴업 후 6일 월요일 새벽부터 경매가 다시 시작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공사) 및 시장 관계자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파악해본 바에 따르면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 하역노조 소속 직원 등은 토요일 휴업을 크게 반기는 것으로 확인되나, 휴장일 직후 가락시장 청과부류 반입물량은 최근 5년 중 가장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휴장일로 지정된 11월 첫번째 토요일 직후 월요일 가락시장 청과부류 경매 정산완료 물량을 최근 5년 치 살펴본 결과, 올해(지난 6일)가 9,239톤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11월 7일)의 경우 8,330톤으로 올해보다 약 10% 적었다. 2021년(11월 8일)과 2020년(11월 9일), 2019년(11월 4일) 물량은 각각 8,475톤·9,176톤·8,346톤으로 확인된다.

휴장일 다음날 시장 반입물량이 10%가량 증가했다는 의미인데, 공사 관계자는 “10월 초순에서 11월 중순까지는 주요 산지가 강원도에서 중·남부로 이동하며 반입물량과 시세에 변동성이 큰 시기다. 휴업일 직후 반입물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했다 하더라도 시세는 기존의 흐름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 대부분 품목의 시세는 휴장 전 수요일 시세를 거의 유지했으나, 일부 품목의 경우 시세가 하락한 경향을 보였다. 다만 공사 관계자는 “개장일 감축 시행 전 목요일과 금요일 시세가 수요일 대비 각각 8%·5% 증가했다. 휴장일을 앞두고 필요물량을 당겨서 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양파·마늘 등 저장성 있는 품목의 시세는 강보합세를 보였고 제주서 출하되는 감귤·당근 등은 보합세, 출하 성수기가 지난 상추·깻잎 등은 시세가 하락한 측면을 보였다”면서 “휴업 직후 개장일에 돌풍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반입물량이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시세가 기존 흐름을 유지했다는 것은 긍정적 신호다. 정가수의매매와 온라인 거래물량도 약 116톤으로 파악되는 만큼, 오는 23일 6개 품목에 대한 전자송품장 시범 도입을 통해 다음 휴장일에는 정가수의매매와 온라인 거래가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 첫 시행을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사)전국농업기술자협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 (사)제주친환경농업협회, (사)제주당근생산자연합회, (사)제주양배추생산자연합회 등 6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제주 농민의길은 지난 3일 ‘정부 농업예산 및 가락시장 탄력운영계획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제주 농민들은 “서울시공사는 내부 노동 여건을 이유로 개장일을 주6일에서 주5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사 내에서 여러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음에도 농민에게 곧장 타격을 주는 개장일 축소를 시행하겠다고 한 점을 규탄한다”며 “공사가 개장일 축소 시범사업 기간으로 정한 11월에서 익년 4월까지는 제주 농산물 출하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지금도 분산출하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격지지가 어려워 농산물 가격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는데, 개장일이 축소된다면 홍수출하로 인한 농산물 가격 폭락은 불보듯 뻔한 일이 될 것이다. 신선채소는 매일 수확·출하해야 하는 만큼 품질 저하와 가격 하락이 우려되는 바 개장일 축소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일부 중도매인 조합 관계자는 “강서시장이나 구리시장은 영업을 지속하고 가락시장만 휴업하다 보니 가락시장 휴장일에 반드시 물건을 확보해야 하는 구매자들은 가락시장이 아닌 강서시장이나 구리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 번 이탈한 구매자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 있기 때문에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가 큰 편이다”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에 “농민을 비롯한 유통주체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찾아 개선하고, 오는 12월 시범사업이 잘 치러지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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