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

휴장 이후 ‘홍수 출하’와 그로 인한 ‘가격 폭락’ 불가피하단 입장
농민들, 전무한 피해 대책과 정가·수의매매 한계 등도 거듭 지적

  • 입력 2024.02.23 09:00
  • 수정 2024.02.25 18:19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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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0일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에서 오이 선별·포장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업이 완료된 오이는 운반 과정을 거쳐 전량 가락시장에서 거래된다.
지난 20일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에서 오이 선별·포장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작업이 완료된 오이는 운반 과정을 거쳐 전량 가락시장에서 거래된다.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장일 감축 3차 시범사업이 오는 3월 2일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저장성이 짧아 품질 하락 우려가 있는 오이 등의 품목을 재배 중인 농민들은 여전히 시장 개장일 감축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아울러 농민들은 시범사업 추진 전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는 상황이다.

가락시장 개장일 감축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문영표, 서울시공사)는 ‘가락시장 개장일 탄력적 운영 검토 협의체’에 생산자단체 대표와 구매자 등을 추가해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회의에서 서울시공사는 시범사업 지속 추진 여부에 대한 생산자단체 측과 시장 관계자 간의 팽배한 의견 차이를 확인했지만, 이미 1·2차 시범사업이 실시됐다는 점과, 3·4차 휴장에선 1·2차 때 부족했던 정가·수의매매를 활성화하겠다는 점 등을 앞세워 결국 시범사업 지속 추진을 확정했다.

두 번의 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생산자단체 대표들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첫 번째 토요일에 실시된 1·2차 휴장 때와 달리 오는 3·4월로 예정된 시범 휴업은 따뜻해진 날씨와 그로 인한 생산량 증가 여파를 고스란히 농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강조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1월 15일과 23일, 협의체 1·2차 회의에 참석했던 이연호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3차 휴장을 열흘가량 앞둔 지난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설 명절 휴장 이후 가격만 봐도 휴장 전과 비교해 평균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가락시장이 생긴 직후부터 지금까지 오이를 출하하고 있는 만큼, 휴장일 다음에 물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떨어진다는 건 굳이 시범사업을 추진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라며 “단순히 물량이 쏟아지는 것뿐만 아니라 저장성이 없는 오이와 딸기, 상추 등의 출하 농가는 상품성 하락으로 인한 피해까지 감내해야 한다. 저장성이 있는 과일부류를 비롯해 채소부류 일부 품목의 경우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하겠지만, 시장이 문을 닫으면 저장성 없는 품목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상품성 하락과 가격 폭락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공사에선 이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명절 직후인 지난 13일 가락시장에서 정산완료된 오이(백다다기) 물량은 349톤으로 명절 직전인 지난 9일 정산완료 물량인 156톤 대비 2.24배 증가했다. 상품 오이 100개 평균 도매가격은 9일 9만4,624원에서 13일 7만6,650원으로 19%가량 하락했다.

덧붙여 이 대표이사는 “최근 중도매인들은 휴장일에 정가수의를 최대한 늘리라는 압박 아닌 압박을 받는 모양새인데, 정가수의를 아무리 확대한다 한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 경매물량을 전부 정가수의 거래로 돌릴 수 없는 만큼 출하단체에선 생산자들 간 출하물량을 조절해야 하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이창렬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 총무이사는 “오이 생육에 가장 중요한 게 일조량인데 최근 계속 비가 와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3차 시범사업으로 3월 2일 경매를 쉬어도 물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고 가격도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오랜 기간 지속된 강우로 생산량이 떨어져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임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시장 인력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해야지, 농민 피해가 불 보듯 뻔한데 이걸 계속 강행하려 한다면 농민들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무이사는 “그동안 경험한 바로 홍수 출하로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이전 수준으로 가격이 회복되는 데 열흘에서 길게는 보름까지 걸린다. 때문에 그만큼 휴장 여부 결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공사에서 휴장일 근거로 삼는 일본 등의 경우 출하자 피해가 없게 10년 넘는 기간 동안 개장일 감축을 준비한 것으로 아는데 가락시장은 지금 준비가 너무 부족하다. 개장일 감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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