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지! 농지? 농지…

  • 입력 2023.09.17 18:00
  • 수정 2023.09.17 18:52
  • 기자명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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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임영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장

 

공직자 청문회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여러 이슈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농지다. 이번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역시 과거 공직자들처럼 부적절한 농지 소유 여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1987년경 부산 동래구 명장동 인근의 지목이 ‘답(논)’인 토지를 공유지분으로 구매했다. 만약 당시 이 후보자가 논을 살 자격이 되지 않거나 농사를 짓지 않으면 현재의 농지법과 같은 당시 법률인 농지개혁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이 토지의 현황이 농지가 아니라 잡종지였기 때문에 농지 관련 법령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비농업인인 공직자의 농지 소유 여부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경자유전’이라는 대원칙 아래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고위 공직자의 주요 검증 대상이 된다.

그런데 소위 ‘LH 사태’라고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투기가 2021년 3월경 세상에 드러났다. 제정 이후 개정에 개정을 거쳐 헌법에서 말하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누더기가 돼 버린 농지법을 제대로 개정할 시기가 온 것이다.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었던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LH 직원들의 농지투기가 세상에 알려진 2021년 3월 이후 약 4개월 만인 2021년 7월 23일, 개정 농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8월 17일에 곧바로 시행됐다.

개정된 농지법을 열어보니, 대부분 투기에 대한 사후 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에 대해서는 주말·체험영농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고, 직업·영농경력·영농거리를 작성하고 첨부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기존 농지법보다 취득 절차가 깐깐해졌다. 또한 농지법에 위반되는 농지 취득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강화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신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지법은 농지 소유에 대한 규정만으로 이뤄져 있지 않다. 직불금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현행 농지임대차 규정은 임차 농업인의 농업경영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가? 국가나 지자체의 산업단지 개발과정에서 그 대상이 되는 농지가 실제로는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전용되도록 하는 농지보전 관련 규정이 농지의 소멸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누가 농지를 소유하고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위해서는 농지전수조사가 필요한데 이를 가능케 하는 농지법 규정은 왜 아직 신설되거나 개정되지 못하는가?

농지법 개정이 있은 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개정 농지법으로 농지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바람에 농지거래가 되지 않고 농지가격 또한 하락했다는 말들이 나온다. 일반인들이 농지를 구입하기 어려워졌고 고령 등으로 농지를 팔아야 하는 농민들이 농지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경상남도의회는 지난 4월 ‘농지 소유 규제 완화 대정부 건의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또한 강원도의회는 신문광고 등을 통해 농지규제를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개정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 농촌지역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는 농지법을 다시 누더기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과거보다 침체 됐고 이 와중에 농지거래 역시 감소했다. 그런데 농지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비농업인들이 농지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농지를 생산수단이 아니라 아예 투기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생산수단인 농지의 가격이 감소한다는 것은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생산의 비용감소로 이어지고 더 많은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자산으로서 농지를 소유한 농민들이 다른 부동산을 소유한 이들보다 자산가치 증식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에 대한 해결이 농지를 다른 부동산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아니라 직불금 등으로 이러한 불이익을 보상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2년 전 이뤄진 농지법 개정은 농지를 농지답게 하는 변화의 시작이었다. 이를 완성하려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변화가 시작된 이 시점에 벌써 변화를 거부하는 역풍이 여기저기서 시작되고 있지만 다시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 농지를 농지답게 하는 농지법 개정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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