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법과 상식이 통하게 하라

  • 입력 2023.09.24 18:00
  • 수정 2023.09.24 20:45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은 단임제인 현직 농협중앙회장이 법을 개정해 자신부터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이른바 ‘셀프연임제’ 문제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달 23일 제2차 전체회의를 통해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법안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농협법 일부개정안 심사를 중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농협중앙회는 이번 농협법 개정에 숱한 공력을 쏟아왔다. 그러나 이는 최소한의 상식을 벗어날 뿐 아니라 부도덕한 처사라는 거센 비판을 불렀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헌법 128조에는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라고 돼 있다. 농협법 개정에 반대하는 주체들은 이를 근거로 끊임없이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하는 중이다. 적극적인 농협법 개정안 반대 여론에 힘입어 현직 농협회장의 연임이 가능토록 한 농협법 개정안은 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한 뒤에도 4개월이 지나도록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도시농협 도농상생 사업비 납부의무화나 비상임조합장 3선 제한 등과 같이 농협개혁의 실마리가 될 유용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개정안의 이 내용들은 전체 농업계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논란이 된 중앙회장 연임 1회 허용안과 조합장 직선제 방식 등은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을 ‘개혁법안’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이유다.

진정으로 농협의 변화를 고민한다면 조합장 직선제라는 대리제 말고 조합원 직선제를 법안에 담아야 마땅하다. 또한 농협중앙회장 스스로 임기를 연장하려는 욕심을 거두는 것이 농협 발전에 필요한 처사다. 또한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무이자 자금의 투명성 확보 문제와 농업지원을 늘릴 수 있는 명칭사용료 부과율 상한 등은 금융지주 사업의 이익을 그나마 농민 조합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농민 조합원들은 농협중앙회가 지난 2022년 성과금 400%를 지급한 사실과 올해 창립기념일에 기념품을 현금으로 600만원씩 지급했다는 사실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생산비 폭등과 기후위기를 일 년 내내 겪으며 농사짓고 있는 농민들의 처지에 전혀 공감하지 않은 듯 보이기 때문이다.

2022년 농업소득은 2021년에 비해 27%가 떨어졌다. 1년 농사를 지어서 버는 소득이 948만5,000원이다. 20년 전 농업소득보다 낮아진 농민 조합원들의 처지를 개선 시킬 방안을 고민하는 농협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 농협중앙회장과 현직 지역농협 조합장에게만 유리한 법이 아닌 농민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는 법, 혹은 농민 조합원의 권리가 신장되는 법, 조합원에게 농협의 이익이 환원되는 법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21일 열린 국회 법사위에서 다행히 농협법 개정안이 계류됐다. 농협개혁을 위해 개정안이 통과돼야 한다면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 된다. 농협법은 전체 농민 조합원의 이익과 권리가 신장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조금씩 변화돼야 한다. 그것이 바로 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