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또다시 계류 … 이성희 회장 연임 도전 먹구름

농해수위 발 ‘농협중앙회 입법로비’ 의혹, 법사위에서도 구체화

11월 재상정 가능하지만 … 선거공고 직전, 특혜 논란 더 커져

  • 입력 2023.09.21 14:44
  • 수정 2023.09.23 08:0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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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으로 논란인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재차 계류됐다. 법안 처리 기회가 11~12월로 넘어가면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전망도 어두워졌다.

이번 농협법 개정안엔 농협중앙회 자회사 명칭사용료 상향, 도시농협 역할 제고 등 의미 있는 내용들이 수록돼 있지만, 법사위 문턱에서 ‘중앙회장 연임제’ 관련 조항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단임인 중앙회장에 연임제를 도입하고 현직 회장부터 이를 소급적용하려는 것인데, 농협중앙회의 법안 로비 의혹이 드러나면서 이성희 현 회장의 ‘셀프연임’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2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민,  노동단체 대표들과 함께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및 현직 소급 조항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21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농협법 개정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에서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민,  노동단체 대표들과 함께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및 현직 소급 조항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우격다짐으로 논란의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농해수위와 달리 법사위에선 진중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전체회의에서 ‘위인설법(특혜)’ 논란으로 한 차례 법안을 계류시켰던 법사위는 이날 회의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끄집어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해수위 회의 당시 불거졌던 농협중앙회 입법로비 의혹에 한층 무게를 가했다. 그는 “초선이고 힘없는 나에게조차 거의 융단폭격 같은 제안이 온다. 이번 법안 통과에 협조해주면 다음 총선 때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그래서 윤준병 의원의 폭로(농해수위 회의 당시 로비정황 최초 폭로)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니라고 느낀다”며 “로비가 이렇게 거세질수록 통과시켜선 안되는 거구나 하는 신념이 더 굳어진다. 이 법안을 만일 국회에서 통과시켜 준다면 두고두고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무부서인 농식품부가 △선행 유사법률 개정 사례 확인 △법안 반대 단체들의 철회 의사 확인 △이성희 회장의 불출마 의사 확인 등 지난 회의에서 의원들로부터 요구받은 과제를 전혀 이행·제출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특히 과거 중앙회장 연임제 시절의 폐단들과 농협중앙회 입법로비 정황을 재차 언급하며 “이런 상태에서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로 통과시켜 달라 하면 ‘연임’ 조항을 빼고 나머지만 통과시킬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 역시 “농식품부의 정리·보고가 안돼 있는 부분에 대해 저희 당 몇몇 의원들이 의문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 부분이 확인된 상태에서 법안심사를 하기 위해 한 번 정도 더 심사를 미뤄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발언했다.

줄곧 ‘원안대로 의결’을 주장해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촉박한 의사일정을 감안해 발언을 삼가기로 사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김도읍 법사위원장은 결국 “양당 간사의 협의에 따라 법안을 상정했지만 몇 분 의원께서 반대의사를 표시하시니, 위원장으로선 법안심사의 그간 관행(만장일치)을 어길 수 없다”며 계류를 결정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공고는 빠르면 12월 2일, 늦으면 12월 19일로 예견돼 있다. 이성희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선 그 이전에 법 개정이 완료돼야 한다. 국정감사 직후인 11월 이 법안이 다시 논의될 여지가 있긴 하지만, 선거공고를 코앞에 둔 이상 특혜 논란은 지금보다 훨씬 커지고 의원들도 더욱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성희 회장의 연임 도전은 사실상 힘들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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