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막아낸 국회의 양심들

  • 입력 2024.01.19 12:42
  • 기자명 권순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법안의 국회 농해수위·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개진한 10명의 의원들. 왼쪽 위부터 Z자 배열로 신정훈·윤미향·윤준병·안병길(이상 농해수위)·이탄희·김의겸·최강욱·박용진·조정훈·박주민(이상 법사위) 의원. 국회사무처 제공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법안의 국회 농해수위·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반대 의사를 개진한 10명의 의원들. 왼쪽 위부터 Z자 배열로 신정훈·윤미향·윤준병·안병길(이상 농해수위)·이탄희·김의겸·최강욱·박용진·조정훈·박주민(이상 법사위) 의원. 국회사무처 제공

단임제로 선출된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 연임 혜택을 주려 했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지난 11일을 기해 완전히 무력화됐다. 국회 농해수위가 법안을 졸속 의결했고 그 과정에서 불법로비·인사청탁 추문이 등장했지만, 법안은 기호지세로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향해 내달려왔다. 이 문제의 법안에 맞서 “NO”를 외친 건 농해수위 19명 중 4명, 법사위 19명 중 6명의 의원뿐이었다. 그 10명 전원의 활약상을 요약해봤다.

신정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네 번의 회의(법안소위 3회, 전체회의 1회)를 거쳐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신정훈 의원은 이 네 번의 회의에서 빠짐없이 법안의 부당성에 열변을 토한 인물이다. 농식품부가 “정부에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잡아떼자 대통령소속 농어업위의 “연임제는 시기상조” 결정을 들이댔으며, 세 번째 회의에선 처음으로 “현직 특혜법”, “임기연장법”이라는 비판을 가하는 등 회의가 열릴 때마다 법안의 떳떳하지 못한 구석들을 신랄하게 지적해냈다.

윤미향 의원(무소속)
지난 11일 법안이 무산되기까지 가장 꾸준한 역할을 한 의원으로 꼽힌다. 법안에 반대하는 농민·노동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의원으로서 보탤 수 있는 모든 힘을 보탰고, 법안이 농해수위를 떠난 뒤로도 동료 의원들을 향해 끊임없이 반대를 호소했다. 셀프연임이 무산된 뒤엔, 나머지 농협개혁 조항들을 통과시키기 위해 또다시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로비 의혹을 끄집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의원은 법안을 강행하려는 농해수위 법안소위원장에 맞서 △농협중앙회의 조직적 로비체계 △대국회 비자금 전달 △국회의원의 농협 인사청탁 등의 내용이 담긴 제보문건을 폭로했다. 이 폭로 내용은 그동안 부자연스럽게 진행돼온 법안 진행 과정에 ‘유일한’ 개연성을 부여했고, 이후 법사위에서 추가 폭로성 발언이 나오는 밑바탕이 됐다.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법안이 농해수위-법사위 절차를 밟는 동안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취한 유일한 여당 의원이다. △현직 회장 특혜 △농협 민주화 역사 퇴보 △여론수렴의 공정성 하자 등, 농해수위 전체회의 의결을 앞두고 개진한 안 의원의 발언은 법안의 문제점을 정리한 총요약본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이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
반대를 외치던 농해수위 의원들이 허탈한 심정으로 법안을 법사위에 넘겼지만, 법사위 의원들은 새롭게 눈을 번뜩였다. 그 선봉이 이탄희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연임제 ‘현직 소급’ 조항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선상에 끌어올렸고, 은근히 연임제를 지지하던 농식품부를 논리적으로 옭아맸다.

김의겸 의원(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윤준병 의원에 이어 법사위에서 농협중앙회의 로비 행태를 폭로한 인물들이다. 김의겸 의원은 “농협으로부터 법안을 통과시켜주면 총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윤준병 의원의 폭로에 신빙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강욱 전 의원 역시 “농협 덕에 30년 만에 몰랐던 친구를 많이 찾고 있다”고 인맥을 총동원한 농협의 로비 행태를 비꼬았으며, 의원직 상실 이후에도 “퇴근하는데 우리집 앞 복도에 양복에 넥타이 맨 사람들(농협 임직원)이 앉아있더라”며 폭로성 발언을 이어갔다.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
조정훈 의원(국민의힘, 당시 시대전환)

박용진 의원은 법안의 문제로서 ‘위인설법(특정 개인을 위해 법을 만듦)’ 개념을 처음 언급한 의원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경고했고, 논란의 해법으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정훈 의원도 “연임제로의 회귀는 예전 같은 부패·비리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완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법사위 회의에선 짤막하게 법안 계류 제안을 했을 뿐이지만,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로서 실질적으로 법안을 막아온 ‘거대한 벽’이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국회의장을 향한 농협중앙회의 로비 의혹까지 떠도는 상황에서, 확고한 반대 입장을 가진 박 의원의 존재는 ‘셀프연임’을 좌초시키는 데 절대적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