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기어이’ 통과

‘이성희 특혜 법안’ 논리적·도덕적 허점에도 불구하고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 허무하게 통과 … 비난 쇄도

  • 입력 2023.05.11 18:19
  • 수정 2023.05.13 08:5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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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논란 끝에 결국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이 남아있지만 사실상 제동이 가능한 기점을 모두 건넌 셈이다.

중앙회장 연임법은 농협개혁의 역사에 역행하는 데다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 개인을 위한 특혜 성격이 다분해 극심한 논란을 빚어온 법안이다. ‘상식’을 부르짖어온 몇몇 의원들과 여론의 반대로 반년 가까이 의결을 보류했지만 결국 법안을 주도해온 농협중앙회와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입김을 견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오후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선 여전히 법안에 대한 불편한 시각들이 제기됐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대미문의 쌀값폭락 등으로 농민들이 힘든 상황에서 중앙회장 임기연장, 기득권 강화가 그렇게 급한 일인지 모르겠다. 농협의 민주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만성적 비리 오명을 남겼던 연임제가 어떻게 농협개혁이란 이름으로 통과돼야 하나”라고 개탄했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정작 농협개혁 관련 법안은 제대로 논의도 안 되고 계류돼 있다. 생산비 폭등에 양곡관리법 거부에, 마늘·양파 TRQ 발표로 오늘도 농민들이 상경집회를 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가 농민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오늘이 국회 농해수위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까 걱정”이라고 냉소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현직 중앙회장을 위한 특혜의 소지가 매우 크다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킨다 △(법안 찬성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의 공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등 법안이 가진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나하나가 대단히 합리적인 문제제기였고 이에 대한 반론조차 전혀 나오지 못했지만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은 그대로 의결을 진행, 결국 표결도 없이 무력하게 법안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당일 아침까지도 안건 상정의 조짐을 알지 못했던 농협 개혁진영 관계자들은 기습적인 법안 통과에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농해수위 위원들이 농업·농협에 대한 의식이 없는 거다. 중앙회가 갖고 있는 핵심적 문제들은 방기하고서 이성희 중앙회장의 뜻대로 따라가는 모습이다. 결국 위원들 모두 이 회장의 하수인들이 아니냐”고 비난하며 강력한 후속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농해수위는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과 함께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2회) 법안도 통과시켰다. 그런데 중앙회장 연임은 현직부터 소급적용하는 반면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은 차기 조합장부터 적용하고 현 시점의 연임 횟수를 포함시키지 않기로 해 대중의 머리 위에 또 하나의 물음표를 붙였다.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은 지역농협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제로 꼽혔지만, 이 법안에 따르면 현직 3선 조합장은 24년, 2선 조합장은 20년의 장기집권이 가능해 법 개정의 실효성에 의문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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