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눈, ‘회장 연임’ 말고 ‘농민의 삶’으로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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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6일 충남 홍성군 홍북읍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 앞에서 ‘쌀값 및 생산비 폭등 대책 마련 촉구 농협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이 쌀값 보장에 대한 농협 양곡부의 답변을 듣기 위해 볏가마를 짊어지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6일 충남 홍성군 홍북읍 농협중앙회 충남세종지역본부 앞에서 ‘쌀값 및 생산비 폭등 대책 마련 촉구 농협 규탄 기자회견’을 마친 농민들이 쌀값 보장에 대한 농협 양곡부의 답변을 듣기 위해 볏가마를 짊어지고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이 국회에서 최종 통과되든 좌초되든, 이번 사태는 농업 위기에 대한 농협의 역할론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농협이 ‘회장 연임’에 공력을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농민을 위해선 과연 뭘 했나’라는 싸늘한 시선이 본격적으로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농업 현장은 장기적 비전이나 구호보다 당장의 응급처방이 필요할 정도로 열악하다. 비료·농약·기름·인건비 상승과 대출금리 폭등은 더 이상 열거하기 식상할 정도로 일반화됐고 쌀값은 여전히 벼랑 끝에 몰려 있다.

때마침 농협은 최근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호황 시기에 여신이 폭증한 뒤 최근 금리가 급등하자 농협은행을 필두로 신용사업 실적이 급성장했고, 2018년 1조2,585억원이었던 농협금융지주의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올해 2조1,123억원으로 2년 연속 2조원을 돌파했다. 농협경제지주도 아직 올해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농자재 판매에서 수수료를 떼는 수익구조상 올해 농자재 폭등 상황에서 비약적인 수익 증대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민에게 환원할 수 있는 여력이 어느 때보다 충만한 상태다.

농협 경제·신용사업 수익은 대부분 농민들을 상대로 벌어들인 것이며, 그 이전에 농협은 농민들의 이익에 기여해야 하는 협동조합이다. 경영진의 의지만 있다면 현 사업구조 하에서 자재값·금리 인하 등의 결정을 할 수도 있고, 몇몇 의원들이 제안한 바와 같이 금융지주의 농업지원사업비 부담률을 대폭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다.

연임제가 통과되든 안되든 농민조합원들에겐 이제부터 농협중앙회의 행보가 매우 중요하다. 연임제 추진으로 이미지를 크게 실추한 상황에서 또다시 ‘임직원 성과급 잔치’로 농민들을 등지느냐, ‘수익 환원’으로 최소한의 역할에 나서느냐가 연임제 논란 이후 농협의 행보를 가늠할 기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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