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특혜’·‘불법 로비’ 농협중앙회장 연임법 비판 거세

국회의원·농민단체·노조 등, 국회 소통관서 공동 기자회견

“이성희 회장 셀프 연임 욕망법” 비판 … 법사위 부결 촉구

  • 입력 2023.05.23 16:55
  • 수정 2023.05.26 16:0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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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현직 특혜’와 ‘불법 로비’로 얼룩진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후에도 떠들썩한 잡음을 양산하고 있다. 논리를 배제한 채 무리한 법안 강행이 이뤄진 만큼 어느 때보다 여론의 거센 반작용에 직면한 모습이다.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간사 의원들의 주도로 지난 11일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에게 소급적용하는 특혜성 법안인 데다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의결 과정에서 의원들 간 극렬한 갈등을 유발했다. 지금은 법안이 농해수위의 손을 떠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심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농협중앙회와 농해수위를 향한 여론의 날선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논의 초기부터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해온 더불어민주당 신정훈·윤준병,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반대대책위(농민단체·노조 등 참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법안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셀프 연임 욕망법’이라 규정하며 법사위 의원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인 법안 심사를 당부한 것이다.

23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현직 특혜 논란과 불법로비 의혹으로 얼룩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반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현직 특혜 논란과 불법로비 의혹으로 얼룩진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반대 기자회견’에서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이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윤미향 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은 입법부의 소급금지 원칙을 무시하고 현직 회장부터 연임을 적용한 특례입법으로,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는 법안”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수적이다.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데, 연임제 통과를 위해 중앙회가 쏟아부은 조직과 역량을 농정개혁에 썼다면 국민적 공감대가 지금 같은 상황이었겠나”라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또한 동료 의원들을 향해서도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연임제 도입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추진을 중단하고, 오히려 중앙회장 조합원직선제 등 농협개혁 및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역대 농협중앙회장 치고 구속 안 되고 좋게 물러난 회장이 없을 정도로 비리가 만연해 단임제를 도입했는데, 그걸 다시 연임제로 바꿔 달란다. 연임제를 하고 싶다면 전체 농민조합원 투표로 중앙회장을 뽑으라. 조합장들이 모여 밀실에서 중앙회장을 뽑는 건 농민들을 대변하지도 않을뿐더러 인정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를 향해서는 “농민들 도와줄 법안 만들 생각은 않고 중앙회장 연임법안 같은 거나 만지고 있을 땐가. 그 정도로 한가한가. 농촌은 사람이 살지 못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 중앙회장 연임법이 만약 국회를 통과한다면 농민들의 분노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꾸짖었다.

서필상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전 부위원장은 “얼마 전 농협대 총장을 했던 최상목씨가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올라갔고, 대통령 인수위 특별고문을 했던 이석준씨가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됐다.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장 때도 MB와 이런 커넥션이 있었다”며 “농협이 자주적이지 못하고 정부에 휘둘리고 있다. 여기에 회장이 연임까지 한다면 농협은 정치적으로 더욱 휘말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을 밀어붙인 김승남 의원을 거론하며 “민주당이 반성해야 한다. 과연 이 법안 안에 ‘농민’이 단 한 글자라도 들어가 있나. 농협중앙회장의 기득권을 위한, 그 언저리에서 권력을 나누고 있는 그들을 위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엔 오는 24일 법사위, 25일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일단 이번 일정 중엔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이 상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농협중앙회장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해 있는 만큼 향후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반대 단체들은 더욱 목소리를 키워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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