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의혹의 진상을 밝혀라

연임제 도입 문제점 토론회서 국회-농협 로비·청탁 의혹 집중 지적

경실련·참여연대 등 농업계 넘어 시민단체로 문제의식 확산 추세

  • 입력 2023.01.15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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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필요한가? 적기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선 연임제 자체의 문제점에 더해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농협·국회의원을 향한 의혹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좌장인 김호 단국대 교수가 토론자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강당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필요한가? 적기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에선 연임제 자체의 문제점에 더해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농협·국회의원을 향한 의혹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졌다. 좌장인 김호 단국대 교수가 토론자들의 발언을 정리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는 이제 그 부당성 논란을 넘어 국회-농협 부정유착에 대한 진상규명으로 의제가 전환되고 있다. 지난 1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농민조합원없는 중앙회장연임제 도입저지 비대위 주최로 열린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필요한가? 적기인가?’ 토론회에선 농민·시민사회 대표들이 연임제 추진 과정에서 노출된 의혹들에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정치권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주제발표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의 문제점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농협에 협동조합적 정체성과 민주주의가 결여된 현 상황에서 연임제는 조합·조합원보다 중앙회의 이익에 부역하게 된다는 것 △마찬가지로 민주적 통제가 불가한 상황에서 중앙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도부 기득권 수호와 비리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현직 소급적용과 불평등한 선거구조로 인해 현직 중앙회장에게 명백히 특혜를 주게 된다는 것 △국회의 여론수렴 과정이 중대한 결함(속성·불공정)을 노출했다는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이 국장은 “농협중앙회의 민주화, 중앙회장 및 임직원에 대한 농민조합원의 민주적 통제가 전제되지 않은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은 그간의 농협개혁 성과마저 수포로 만들고, 농협 전체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지배력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계했다.

지정토론의 시작은 연임제 반대 투쟁의 구심점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이 열었다. 이용희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쌀값폭락·생산비폭등 등 농민들의 심각한 위기상황과 농협의 천문학적 수익을 다시 한번 비교했다. 그는 “농협이 연임제 도입 이유로 ‘민주주의’를 얘기하지만 직원 평균급여, 조합 무이자자금, 내부 간 거래금리 등 뭐 하나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 운영을 한다. ‘중장기계획’을 얘기하지만 60년 역사에서 한 번도 조합원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며 “농협은 조합장·조합원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건지부터 고민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연임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현 전협노 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농협중앙회장, 특히 이성희 현 회장이 농민조합원의 삶을 등져온 모습들을 열거하고, 지역조합과 농민들을 옥죄는 농협 지주회사 체제의 문제를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장 선출제는 ‘개혁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중앙회장 연임제에 앞서 농민조합원 직선제를 우선 검토할 것 △중앙회의 협동조합 정체성을 회복할 총체적 개혁 논의에 임할 것을 제안했다.

법질서에 해박한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는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연임제를 도입하기엔 공익성·민주성 확보가 미흡하다”, “연임제를 현직부터 소급적용하는 건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다”라며 발제자의 견해를 뒷받침했다. 또 “국회의 연임제 법안 편법 처리 과정은 명백히 의심스럽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공당이라면 이런 법안을 발의하고 찬성한 의원들에 대해 경위를 파악하고 입법로비가 있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측 토론자들은 연임제 자체의 문제보다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의혹’에 확연히 많은 비중을 두고 토론에 임했다. 하 대표가 시사한 바와 같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농협 조직을 동원해 입법로비를 했다는 의혹, 김승남 민주당 의원 등 연임제를 추진하는 의원들이 농협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30년 가까이 사회문제에 관심갖고 참여해왔는데, 자기 연임을 법안으로 내서 이렇게 치열하게 로비를 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건 처음 본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끼리도 치고받고 있다고 여의도에서 소문이 크게 났다. 우리가 연합해 민주당에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법안을 원점 재검토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도 민주당 의원들 간 싸움이 기록된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록을 꺼내들며 법안의 비정상적 처리 과정과 로비·인사청탁 의혹을 뚜렷하게 제시했다. 또한 “자기 연임을 위해 입법로비를 하는 건 이해충돌 금지조항 위반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연임제 도입 논의 자체는 가능하지만 지금의 방식은 잘못됐다”고 단언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서필상 사무금융노조 부울경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연임제가 안된다는 논리는 차고 넘친다. 이제는 그걸 넘어선 것 같다”며 “경실련과 연임저지 비대위 등이 공동으로 의혹을 고발하자. 오늘 토론회가 의혹을 폭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법안은 지난해 12월 8일 농해수위 법안소위를 졸속으로 통과했지만 여론의 빗발치는 비난에 농해수위 전체회의 상정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법안 저지를 위한 농민·시민단체들의 연대는 점점 확대되는 추세며, 전농은 오는 16~18일 농협중앙회 각 광역지역본부 앞에서 지역별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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