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 ‘농협중앙회장 연임법’ 법안소위 통과

특정인물 특혜 논란·부작용 우려 불구 … 성급한 가결

전농·농민의길·좋은농협운동본부 등 규탄 성명 빗발쳐

  • 입력 2022.12.09 14: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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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농민들과 농협노조, 윤미향 의원 등이 국회 정문앞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튿날인 8일 법안소위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 7일, 농민들과 농협노조, 윤미향 의원 등이 국회 정문앞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튿날인 8일 법안소위는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

논란의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농업협동조합법」개정안)’이 결국 국회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치열한 찬반 논쟁과 숱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논의가 시작된 지 단 한 달만에 법안이 처리되기에 이르렀다. 농해수위 전체회의와 국회 법사위,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내용이 보다 심도 있게 논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법안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단 4개월 동안 4명의 의원(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이 중복발의한 법안이다. 현직 농협중앙회장의 이권을 보장하는 법안이라 다수 농업 관계자들이 눈살을 찌푸렸지만 다른 농업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당시엔 이슈화되지 않았다.

그런데 농해수위 법안소위는 이 엉뚱한 법안을 제1현안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달 9·10일 법안소위에 다른 법안들을 제치고 돌연 이 법안이 상정된 것이다. 농업계가 부랴부랴 반발에 나서자 의원들은 일단 법안을 유보,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그런데 여론수렴은 이상하리만치 급박하게 진행됐다. 전국을 넷으로 갈라 겨우 네 차례의 현장 설명회가 이뤄졌고 그나마 농협 측의 찬성, 비농협 측의 반대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이는 설명회장 밖에서도 마찬가지로, 지난 8일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재개되기 전까지 양측의 기자회견과 성명이 어지럽게 쏟아졌다.

여론이 전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들은 법안소위를 재개했고 결론은 ‘가결’이었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9명의 위원 중 김승남·이원택(이상 더불어민주당)·박덕흠·정희용·최춘식·홍문표(이상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에 거수, 신정훈·윤준병·안호영(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거수했으며 특히 가장 적극적으로 부당성을 지적해온 신정훈 의원이 크게 반발했다.

그간 법안 반대 운동을 펼쳤던 단체들은 일제히 규탄 성명을 쏟아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농협중앙회장 임기를 단임으로 제한한 이유는 연임제 시절 중앙회장의 활동이 연임을 위한 활동으로 변질되고 비리행위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하고 예방할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농민들의 삶과 훨씬 밀접한 양곡관리법에 대해선 전면개정은커녕 부분개정조차 합의하지 못한 이들이, 농협중앙회장 연임안은 여야 할 것 없이 신속히 처리해버렸다. 국회는 상임위나 본회의에서라도 농협법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농민의길은 “을사오적도 나라를 팔아넘길 때 그럴듯한 이유는 있었다. 농협중앙회의 막대한 비자금과 로비자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쌀값폭락이나 생산비폭등 대책에는 미지근했던 의원들이 일사천리로 법을 통과시켰다”고 더욱 강한 비판을 퍼부으며 “농민들의 바람과 달리 농해수위와 본회의에서 이 법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다면 농협 구조개혁을 망치는 농민들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좋은농협운동본부 역시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농협중앙회장직의 임기가 사실상 8년으로 연장되면서 농민조합원의 민주적 통제가 더욱 요원해질 위기에 처했다. 중앙회장은 막대한 이익과 권한을 더욱 오랫동안 누리게 될 것이고, 중앙회의 비민주적 지배구조와 독단적 사업구조도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한 김승남 법안소위원장을 향해 “도대체 김승남 의원은 무슨 이익을 얻기에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가?”라며 해명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농해수위 법안소위가 처리한 농협법 개정안은 중앙회장 연임안 뿐이며, 함께 논의할 만한 안건인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은 아예 상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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