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다 죽어가는데 농협중앙회장 연임에 매달릴 땐가”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 심의 앞두고 국회 긴급토론회 열려

농협중앙회 지역농협·조합원 통제력 강화, 민주주의 역행

“수혜자는 이성희 회장뿐” … 연임 반대 목소리 집중 제시

  • 입력 2022.11.29 18:26
  • 수정 2022.11.30 09:1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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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에 관한 국회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부족한 명분과 혼탁한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통과 강행’ 기류가 감지되자 그 부당함을 지적하려는 의도를 지닌 토론회였다.
29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도입에 관한 국회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부족한 명분과 혼탁한 찬반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통과 강행’ 기류가 감지되자 그 부당함을 지적하려는 의도를 지닌 토론회였다.

몇몇 국회의원들의 지지 아래 일순간 농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한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에 대해 29일 국회에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주최단체는 ‘농민조합원 없는 중앙회장 연임제 도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부족한 명분과 어지러운 찬반 논쟁에도 12월 8일 국회 법안소위에서 ‘통과’ 기류가 감지되자, 반대 의견을 보다 집약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토론회였다.


묘하게 급한 법 개정 시도
동료 국회의원들도 ‘당황’

김호 단국대 교수(좌장)
김호 단국대 교수(좌장)

법안을 대표발의한 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의 주도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가 과도하게 탄력을 받자 몇몇 의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신정훈·윤미향·윤준병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준병 의원은 “여러 가지 국정 현안도 많은데 이 문제가 상임위에서 이슈가 돼 고민이 많다. 특히 연임을 현직 회장부터 적용한다면 특정인을 위해 제도를 바꾼다는 의혹과 함께 연임제의 장점마저 부정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으며, 윤미향 의원은 “이렇게 갑작스레 법안소위에서 중앙회장 연임제가 다뤄질 줄은 몰랐다. 농민조합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시도돼 농업현장에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훈 의원은 “농업 현실을 보면 중요도가 20번째쯤이나 될 만한 주제에 대해 ‘긴급토론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참담하다. 농협중앙회장에게 대체 어떤 장애요인이 있어 연임제로 권력을 키워야 하는지 묻고 싶다”며 “이해당사자가 걸려 있는 법 개정은 논의를 숙성할 기회를 보장받기 어렵다. 이 법안은 ‘이성희(현 농협중앙회장) 법안’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농민은 안중에 없더니
중앙회장 연임제엔 총력?

이근혁 전농 정책위원장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찬반 논쟁을 떠나 이 법안이 갖는 도덕적 결함은 △현직 중앙회장의 이권이 걸려 있다는 점과 △긴박한 농업 이슈들을 제치고 쓸데없이 최우선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정책위원장은 “지금은 중앙회장 연임 여부가 아니라, 비료·면세유·신용사업 등 잔뜩 늘어난 농협중앙회의 수익을 농민들에게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최악의 농산물시장 개방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해 농민과 농협이 함께 토론해야 할 시기다”라며 연임 이슈 자체에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이선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예외없이 농심을 배반했던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농업개방(CPTPP)·쌀값폭락 국면에서 농민 대변을 포기한 이성희 현 회장의 모습을 제시하며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을 전제하지 않은 중앙회장 연임제는 모순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선 특히 청중토론이 활발했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농민들이 그렇게 애원하고 호소해도 안 움직이던 국회와 농협이 연임제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움직이는지 모르겠다. 결국 농민들 분노지수만 올리고 있다”고 성토했으며,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은 “너무 말도 안되는 법안이라 이렇게 급진적으로 논의될 줄 모르고 농민단체들도 대응하지 않고 있었다. 이제부터 농민단체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국회와 중앙회장 모두 긴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농협 개혁 과제도 산적한데
시대역행적 ‘중앙회장 연임’

이지웅 좋은농협운동본부 사무국장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

전문가들은 좀 더 논리적인 관점에서 연임제의 문제를 조명했다. 이지웅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슈가 불거진 이후 연임 찬성 진영의 논리를 침착하게 조목조목 반박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찬성 진영의 논리는 대개 농협중앙회가 ‘민주적 연합회’라는 명제에 기대고 있는데(연임 제한으로 인한 민주주의 원칙 훼손 등), 실질적으로 농협은 하향식 지배구조, 혼탁한 선거질서 등 그 민주성이나 협동조합적 성격이 매우 낙후돼 있는 조직이다. 이 국장은 이날 토론에서 이 문제를 세밀하게 짚으며 ‘민주성 확보’를 연임제의 선결 과제로 지적했다.

김기태 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역시 관제조직, 국가아젠다 지원조직으로서 발족한 우리나라 농협의 특수성을 지적하며 연임 찬성 논리를 “서구의 협동조합 규정을 단순히 적용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덧붙여 2009년 농협 지배구조 개선, 2011년 신경분리 등 주요 농협법 개정의 역사를 돌아보며 “중앙회장 연임제에 매몰돼 있는 건 소모적인 논의에 불과하다. 농협 전체의 구조개선이라는 넓은 시야를 갖고 농협법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임법, 치열한 여론 수렴
공은 농해수위 법안소위로

김기태 전 협동조합연구소장
김기태 전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국회토론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대개 잠깐 인사말만 전하고 퇴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날 세 명의 공동주최 의원들은 끝까지 자리에 남아 청중토론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국회 내에서의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다는 뜻이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안은 이르면 오는 12월 8일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에서 통과 여부가 결정날 전망이다.

윤준병 의원은 “중앙회장 연임제는 지금 농업계 제1현안이라 할 만한 쌀값 문제라도 정리된 이후 논의해야 할 문제다. 더욱이 법안이 통과되고 현직 회장에게 적용되면 내년 3월 8일 전국 동시조합장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커 조합장 선거 이후에 논의해야 한다”며 중요도가 매우 낮은 사안임을 재차 강조했다.

신정훈 의원은 “중앙회장 연임제는 직선제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 연임제로 중앙회장 힘이 세지면 지주회사에 대한 중앙회의 통제력이 강화될 걸로 오해하는데, 중앙회장에 대한 농민의 통제장치가 빈약한 가운데 중앙회장의 권력만 키우면 중앙회가 농업·농민에 기여케 할 길은 요원하다”며 “매우 위험한 법안”이라고 경계했다.

이선현 전협노 부위원장
이선현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부위원장

위성범 전국금융산업노조 NH노조지부 중앙본부 위원장은 “말도 안되는 연임법안이 12월 8일 국회 법안소위와 상임위, 본회의를 한 번에 통과하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게 이성희 회장의 연임 노욕을 위한 입법로비라 추측한다. 민주당에서 ‘연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해도 막기 힘든 것이 농협중앙회의 입법로비”라며 혀를 찼다.

이날 토론회와 별개로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24일부터 이 주제에 대한 권역별 순회 설명회(공청회)를 진행 중이다. 농민들에게 홍보조차 원활히 되지 않은 어수선한 자리인 데다 횟수도 4회에 불과하지만, 법안소위가 의사 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탓에 더 이상의 공식 의견수렴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대대책위는 공식 절차 외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임법 저지에 총력을 쏟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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