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지역 설명회 ‘엉망진창’

  • 입력 2022.11.30 22:29
  • 수정 2022.12.01 16:5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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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경기도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이 지난 25일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 경기·강원권역 설명회가 열린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앞에서 연임 반대 및 특정 단체 배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경기도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이 지난 25일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 경기·강원권역 설명회가 열린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 앞에서 연임 반대 및 특정 단체 배제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을 심의하려는 국회의 채근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긴급하게 법안에 대한 여론 수렴(권역별 설명회)을 진행했다. 하지만 급하게 진행한 만큼 그 양태는 목불인견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24일 호서권역, 25일 중부권역, 29일 영남권역, 30일 호남권역 설명회를 열었다. 농민 권익과 하등 관계없는 중앙회장 연임 이슈, 그리고 전국을 겨우 4회에 걸쳐 순회하는 터무니없는 일정에 농민들의 규탄 기자회견이 매회 따라붙었으며 설명회장에선 매우 어지러운 논쟁이 이어졌다. 지역농협 조합장들을 비롯해 농협중앙회에 적을 뒀거나 이권이 얽힌 전문가·농민단체는 연임 찬성, 그렇지 않은 전문가·농민단체·농협노조는 연임 반대로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첫 회차인 호서권역 설명회는 반대 측이 우세를 점했다. 조합장들보다 농민·노조원들이 격정적으로 발언에 나서자 몇몇 조합장들은 조기 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2회차 중부권역 설명회부터 조합장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날 경기도 농민의길 소속 농민단체들이 “농협이 설명회 참가자를 섭외하면서 반대 측 농민단체를 배제했다”며 항의의 의미로 설명회에 불참했고, 조합장들과 친(親)농협 단체들이 설명회를 장악했다. 연임 반대 측 전문가는 발언 11분 만에 ‘발언 시간을 제한하라’는 조합장들의 야유에 부딪혀 발제를 중단했으며 찬성 측 전문가는 23분을 발언하고도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날 경기 농민의길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간 면담에선 농협중앙회가 자의적으로 배석인원까지 할당하며 반대 측 패널을 조직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공적 위치에서 정부 행사나 사업을 보좌하던 농협이 이 건에 대해선 자기 위치를 철저히 ‘이해당사자’로 설정하고 ‘연임 찬성’ 쪽으로 여론을 이끌려 한 것이다.

이후 3회차부터는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전개됐다. 반대 측 농민들은 ‘조합장’ 몫으로 대거 할당돼 있는 설명회장 명패를 치우고 자리를 잡았으며 때로 찬성-반대 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네 차례의 설명회가 끝나긴 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의 혼탁한 양상은 정상적인 의견수렴 절차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한편 찬성-반대 측 진흙탕 공방은 설명회장 밖에서도 이뤄졌다. 농협중앙회가 중앙회장 연임 법안에 대한 전국 조합장 전체 찬반 설문을 진행하면서 ‘반대자 색출’이 가능한 방식을 택하자, 농민의길·농협노조 등 반대대책위는 이를 비판하며 농민조합원·농협직원 대상 모바일 익명 설문조사로 맞대응했다. 농협 측 설문 결과는 1,045명 응답에 88.7%가 ‘연임 찬성’, 반대대책위 측 설문 중간결과는 1,479명 응답에 약 95%가 ‘연임 반대’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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