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회장 ‘셀프 연임법안’, 고집하는 이유 뭔가

  • 입력 2022.12.18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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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를 돌아보면 농업계 중요 의제가 하나 둘이 아니다. 생산비(비료·기름 등 각종 농자재)와 대출금리의 폭등 문제를 비롯해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한 쌀값, 마늘 TRQ 수입으로 경남 창녕지역의 마늘 시장 경매 중단 사태도 벌어졌고 배추값 폭등과 배추 산지폐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발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 발표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고 양곡관리법 개정이라든가 농협의 당기순이익 최대폭 상승, 코로나로 인한 농촌인력 문제 등도 농민 시름을 깊게 했다.

산적한 농업계 문제 중 그 중요성에 따라 일의 순서를 정해 풀어야 한 가지라도 매듭지을 수 있다.

그런데 돌연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농업계와 국회를 뒤흔들고 있다. 쌀값 폭락 대책을 논의하고 생산비와 금리 폭등 대책은 농민들이 농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 판가름하는 절대적인 의제다. 이 문제들에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시간에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의기투합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법을 의제 맨 앞으로 끌어다 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도 마무리하지 않은 채 표결로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이 다른 논의 법안보다 농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우리나라가 처한 식량위기를 해결할 묘책도 아니고 농업의 새로운 대안도 분명 아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법안이고 가장 중요한 농민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서 진행하자는 타당한 여론도 묵살됐다.

올해 초부터 오르는 비료값에 대한 걱정은 제주도부터 전남 해남·보성·장흥·강진, 경남 창녕·합천 등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와 6월 지방선거에서도 농업분야의 큰 화두가 된 바 있다. 최근에는 배추값이 폭락해 산지에서는 폐기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한다. 농민들은 12월 말이면 그동안 미뤄뒀던 농자재값 상환이 다가오고, 2023년 토지임대료 납부라든가 연말 대출금 이자와 원금 상환까지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을 맞게 된다.

농민들은 정부와 국회에 산적한 농업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쌀값폭락에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요구와 인력지원특별법도 요구했으며 코로나 이후 폭등한 각종 농자재에 대한 대책과 농산물값 폭락 문제에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했다.

아스팔트 상경투쟁을 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11개월이 넘는 농민들의 숱한 요구에 늑장 대응으로 일관하던 국회와 정부가 이성희 회장의 셀프 연임법인 농협법 개정에는 놀라울 정도로 일사천리다. 농민들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안팎에서 시끄러운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에 묵묵부답인 이성희 회장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제라도 농업의 미래를 위해 셀프 연임제를 철회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데 농업계 의견을 모으고 대응하는 게 시급하다. 지금은 셀프 연임제, 농협법 개정을 논할 시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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