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초미의 화두, ‘두 개의 연임’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실리 모호하고 농업계 반발 거세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중요한 과제지만 국회 뒷심 의문

  • 입력 2022.11.21 09:0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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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연내 과제로 설정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엔 다양한 안건이 포함돼 있지만, 두 가지 의안이 유독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안과 ‘지역농협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안이다.

논의가 뜨거운 쪽은 중앙회장 연임 허용안이다. 농협중앙회는 회장 권력집중과 선거과열을 막고자 전임 김병원 회장 때부터 단임제를 적용 중인데,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중임제(연임 1회 허용)로 회귀하자는 법안이 무려 네 건이나 중복 발의됐다(윤재갑·김승남·김선교·이만희 의원 대표발의). 중앙회의 중장기적 사업 추진을 도모하고 유사기관(신협중앙회)과의 형평성을 맞추자는 취지다.

이 법안은 현재 농업계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중앙회장 권한 확대의 필요성이 일부 제기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현 시점에서의 중임제는 커다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회장 선거제가 ‘조합장 간선제’에서 ‘조합장 직선제’로 바뀌었다지만, ‘조합원 직선제’가 실현되지 않는 이상 중앙회장과 일부 조합장들의 유착 가능성은 여전하며 중임제는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게 된다. 급여와 퇴임공로금 등 중앙회장에게 부여된 과도한 혜택 또한 경쟁의 건전성을 저해하는 요소다.

더욱이 혼탁했던 중앙회장 선출제 30여년을 하나하나 정화해 가고 있는 시점에 실익이 모호한 ‘중임제 회귀’ 주장이라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선거제를 떠나서도 농협개혁엔 이보다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데, 기이하게도 중앙회장의 연임 여부가 모든 문제에 우선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 농협법 개정을 앞두고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과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이 농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의 농협법 개정을 앞두고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과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법안이 농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지난달 7일 서울 중구 농협 본관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특히 이 법안은 △특별한 관련 이슈가 없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네 건의 똑같은 법안이 발의된 점 △네 건의 법안 모두 중임제를 현직 중앙회장부터 적용토록 한 점에서 법안 자체의 순수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의원들이 농협중앙회의 요청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거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10일 법안소위에 이 법안이 상정되자 20여개의 농민·시민·농협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기자회견과 성명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혔고, 법안소위는 숙고 끝에 의결을 유보했다. 현재 연내 재논의를 위해 농식품부 주도로 여론 수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앙회장 연임 허용안만큼 관심을 받진 못하고 있지만, 정작 의미 있는 법안은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안이다. 현재 ‘무제한’으로 열려 있는 지역농협 비상임조합장의 연임 횟수를 상임과 같이 2회(3선)로 제한하자는 안이다. 지난해 1월 윤준병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 그해 3월 농협법 개정에서 누락됐으며, 지난달 윤재갑 의원이 재차 발의함으로써 간신히 동력을 살려둔 상태다.

지역농협 조합장의 장기집권은 조합장의 측근경영과 조합 민주성 약화, 지역 내 불건전한 카르텔 형성 등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한 지 오래다. 3선 상임조합장들은 4선 이상 장기집권을 위해 억지로 조합장직을 비상임화하는 추태까지 보이고 있다. 때문에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은 늘 지역농협 개혁 과제의 1순위로 꼽혀왔다.

문제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그 지역의 경제를 틀어쥐고 있는 핵심 인사라는 점이다. 각 지역에 세력기반을 두고 있는 국회의원들로서는 조합장들의 이익을 제한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임조합장 연임은 2004년에 2회로 제한됐지만,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르도록 비상임조합장 연임은 방치돼 있다.

이 법안 역시 이변이 없는 한 중앙회장 연임 허용안과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이 통과되려면 우선 대표발의자인 윤준병·윤재갑 의원이 압박감을 뚫고 관철 의지를 유지해야 하며, 이후 여타 의원들의 반대 수위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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