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왜 그리 급할까

연임제 담은 법 개정안 본격 논의

숱한 문제 제치고 ‘연임’에만 골몰

농업계, “누구를 위한 연임제인가”

  • 입력 2022.09.18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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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개정안이 상정되면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논의가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농업계 전반엔 여전히 연임제에 대한 회의론이 짙게 드리워 있다.

현행 농협중앙회장 단임제는 2009년 농협법 개정으로 도입한 제도다. 과거 농협중앙회장들은 연임을 시도해 실패한 적이 없을 정도로 권력이 막강했고 또한 비리로 구속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부패가 심각했다. 이에 중앙회장의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하에 단임제가 도입된 것이다.

그런데 이 단임제가 도입 13년 만에 국회에서 도전을 받고 있다. ‘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자’는 똑같은 내용의 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불과 4개월 동안 네 건이나 발의됐고 이것이 지난 15일부터 심의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 6월 7일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동행’ 행사에서 발언 중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지난 6월 7일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동행’ 행사에서 발언 중인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근래 들어 중앙회장 권력을 일부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떠오른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연임제가 논의되는 건 부자연스런 면이 있다. 단임제가 도입된 지 햇수로는 13년이지만 이를 적용받은 회장은 직전 김병원 회장이 처음이다. 이번 연임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숙고 끝에 도입했던 중앙회장 단임제는 성과를 평가할 시간도 없이 일회성으로 증발해버리게 된다.

더욱이 연임제 논의에 공력을 소비하기엔 농협법에 너무 많은 과제가 쌓여 있다. 지역농협과 조합원을 외면 혹은 압박하는 중앙회의 행태는 지주회사 체제하에 한층 가속되고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지역농협의 쏟아지는 비리·추문은 점점 더 통제를 벗어나고 있다. 중앙회장 선거제 자체만 보더라도 ‘부가의결권’이나 ‘조합원 직선제’ 등 연임제보다 훨씬 중요한 논쟁이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다른 문제들을 차치하고 중앙회장 연임제에 법안 발의가 집중된 건 중앙회 로비의 결과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단임제를 처음 적용받은 김병원 회장 재임 당시에도 호시탐탐 연임제를 두드리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최근 이성희 회장에 이르러선 구체적인 로비 경로에 대한 소문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하필 시점이 중앙회장 선거에 임박해 있다는 점도 돌아가는 정황과 맞아떨어진다.

그렇다고 국회가 굳이 연임 길을 터줄 필요가 있을 만큼 이 회장의 직무수행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조합장들은 이 회장 취임 후 중앙회-지역농협 간의 소통 단절을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으며, 쌀값 하락과 시장 추가개방 등 농업계 초대형 이슈들에도 이 회장 스스로가 눈을 감음으로써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농자재 폭등, 쌀값 폭락 등 전반적인 농업 위기 상황에 키를 갖고 있는 게 농협중앙회인데 지금껏 아무 역할도 한 게 없다”며 “누구를 위해 연임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현재의 체계 속에서 자기 권력을 계속 잡고 휘두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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