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 획책에 국회 동조 말라”

중앙회장 연임법안 처리 앞두고

전협노, 국회 앞 긴급 기자회견

  • 입력 2022.11.08 14:34
  • 수정 2022.11.08 17:5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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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8일 오전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국회의원들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8일 오전 농협중앙회장 연임 법안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경신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위원장이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국회의원들을 매섭게 질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가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본격 논의선상에 올리자 반대 목소리 역시 폭발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재진)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민경신, 전협노)은 8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탐욕과 국회의 부화뇌동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농협중앙회장 권력남용과 선거비리 등 폐해를 줄이고자 국회는 2009년 농협중앙회장 단임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적용받은 건 김병원 전 회장 단 한 명뿐, 현 이성희 회장 임기에 벌써 중임제로의 회귀가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농협중앙회장 연임을 허용하자는 농협법 개정안이 갑자기 네 건이나 쏟아져 나왔는데, 농협중앙회의 로비가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발의된 네 건 모두 현직 회장부터 연임이 가능하도록 설계했으며 한 건의 개정안은 비상임인 회장직을 상임화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농협중앙회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중임제가 의미 없는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법 개정 취지가 실현되기는 힘든 구조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농민조합원이 아닌 지역농협 조합장들이 유권자인 데다 대형 농협의 조합장들은 두 표씩을 행사한다. ‘합당한 인물의 연임’보다는 ‘조합장들에 대한 중앙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협동조합 원칙에 위배된다. 특히 이성희 현 회장은 쌀값폭락·시장개방 등 최근의 농업 위기상황에서 농민들을 전혀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는 오는 9·10일 이틀간 현재 발의돼 있는 농협법 개정안들에 대한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하는데, 농협중앙회장 연임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법안소위는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상’ 타당성을 밀도 있게 논의하는 사실상의 마지막 절차로, 이번 기자회견에 ‘긴급’이란 수식어가 붙은 게 이 때문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농협중앙회장 중임제의 전제조건이 농민조합원 직선제라고 못 박았다. 민경신 전협노 위원장은 “지난해 중앙회장 선출방식을 조합장 직선제로 바꿨지만 농민들은 그 때에도 조합원 직선제를 요구했다. 직선제란 말 뒤에 숨어 중앙회장과 조합장들 사이의 카르텔과 지역이기주의를 더 공고히 하게 됐으며 중앙회장 연임은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국회가 이에 동조한다면 통탄할 노릇이다. 지역 농민·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엔 귀를 닫고 있다가 기득권 이권 보장에만 귀를 열고 있으니 우린 이걸 ‘야합’이라고 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기자회견엔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도 동참했다. 전농 역시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 법안을 줄기차게 비판해온 농민단체다. 하 의장은 “농협중앙회장은 당연히 농민이 뽑아야 한다. 전국 동시조합장선거에 중앙회장 뽑는 표 하나만 추가하면 되는 쉬운 문제”라며 “조합장부터 중앙회장까지 농민들 입과 귀를 다 막아 놓고 뽑으니 그들이 무슨 농민의 목소리를 들을 것이며 지금 같은 농업 위기 상황에서 농민들을 위해 뭘 하겠나”라고 개탄했다.

전협노는 기자회견문에서 함께 발의돼 있는 ‘농협중앙회 지역 이전’ 법안을 같이 거론하며 “중앙회장 연임제와 농협중앙회 지역 이전이 서로 간(농협중앙회장-지역구 의원)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주고받기식으로 처리된다면 단호히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법안소위에서 논의 예정인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 공공기관 농산물 납품 유지를 위한 법정특례 연장, 지역농협 임원 임기 및 자격요건 일부 완화 등 대부분 농민보다 농협 조직을 위한 내용들이며, 비상임조합장 연임 횟수 제한 법안이 개중 의미 있는 법안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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