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연임 시도 ‘물거품’

10~11일 후보자등록일 경과로 연임 ‘현직 소급’ 조항 무력화

법안 여전히 계류 중인 가운데 ‘연임제’ 자체 문제 여지 남아

  • 입력 2024.01.12 13:32
  • 수정 2024.01.12 13:3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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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2년 가까이 이어온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논란이 종식됐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지난 10~11일 농협중앙회장 후보자등록일이 경과하면서 이성희 회장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성희 회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2년 가까이 이어온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 논란이 종식됐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채 지난 10~11일 농협중앙회장 후보자등록일이 경과하면서 이성희 회장은 이번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성희 회장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도전이 최종 무산됐다. 지난 11일 후보자등록 마감시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아 오는 25일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문제의 ‘셀프연임’ 법안이 최초 발의된 지 2년여, 본지가 그 문제를 지적한 지 1년 9개월, 본격적으로 논란이 일어난 지 1년 4개월만이다.

지난해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이미 이 회장의 연임은 무산이 유력시됐다.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면서 현직 회장부터 소급적용하는, 이 회장을 위한 ‘특혜’ 성격의 법안 내용에 국회 안팎에서 비판적 여론이 완전히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에 실패하면서 물리적으로 반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후보자등록일이 경과해 반전의 가능성이 ‘0’이 됐다.

법안이 국회 상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불법로비 정황이 사뭇 구체적으로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상당수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농협중앙회가 이만큼 전사적 역량을 기울여 뜻하는 바를 실패해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임반대 비대위를 중심으로 1년이 넘는 끈질긴 반대 투쟁이 전개됐고, 국회 야당 의원 일부가 법안의 논리적·도덕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농협중앙회의 막판 파상공세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진척되지 못했고, 지난 11일자로 ‘셀프연임’ 조항이 완전 무력화되기에 이르렀다.

연임반대 비대위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로 ‘투쟁 승리 보고’ 성격의 성명을 발표했다. 비대위는 “농식품부와 이성희 회장은 ‘셀프 노욕 법안’을 농협 개혁법안의 맨 위에 올려놓고서 온갖 왜곡과 압박 행위를 자행했다. 이 과정에서 마치 영혼이라도 팔아버린 듯 법안 통과를 외치며 국회로 모여든 전·현직 조합장과 농축협 임원들, 그 주위로 진을 치고 있는 농식품부 관료와 농협중앙회 임직원을 봤으며 종국엔 농민·노동자에게 연신 어퍼컷을 날리는 대통령까지 감내해야 했다”며 “우리와 함께한 모든 이들은 그 철옹성에 하나의 생채기만이라도 남기는 모래알이 되고자 했고 마침내 오늘 철옹성의 일부를 무너뜨렸다”고 자축했다.

비대위는 또한 “우리는 이제 ‘셀프연임 저지 투쟁’의 어제와 오늘을 딛고 일어나 농협의 내일을 향해, 진짜 농협개혁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길 것”이라며 앞으로도 농협개혁을 위해 비대위 참여 단체들의 연대를 이어갈 뜻을 시사했다.

‘연임제 현직 소급’ 조항의 효력만이 무효화됐을 뿐, 법안은 아직 폐기된 게 아니다. 이 법안엔 도시농협 역할 강화, 중앙회 운영 투명화, 비상임조합장 임기제한 등 농협개혁에 의미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문제의 ‘셀프연임’이 무력화된 이상 21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다만 차기 회장부터 적용받을 ‘연임제’가 살아 있다는 게 법안의 불안요소다. 과거 농협중앙회장 연임제 시절의 비리·부패 유발 요인이 아직 거의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업계엔 현재 이 법안이 사장되는 걸 막기 위해 속도 있게 원안의결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임제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해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양립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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