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 좌초 분위기 짙어

법안 통과 요구 목소리도 있지만 … 정작 ‘핵심 논쟁’은 회피

주류언론도 ‘핵심’에 주목하기 시작 … 법사위, 법안 미상정

  • 입력 2023.11.12 18:00
  • 수정 2023.11.13 08:27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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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김도읍, 법사위)에 2회 연속 계류됐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일명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법’)이 지난 9일 법사위 전체회의 안건에서도 빠지면서 법안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물리적으로 다시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긴 하지만 관례와 여론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 법안은 몇 가지 의미 있는 농협 개혁안을 담고 있음에도 ‘셀프연임(현직 농협중앙회장부터 연임 허용)’이라는 단 하나의 비윤리적 조항으로 인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려 있다. 농협중앙회의 대국회 로비활동이 폭로전의 양상으로 대두되면서 의원들 간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다.

국회 바깥의 여론은 확연히 ‘법안 반대’로 쏠리고 있다. 활동의 강도나 지속성 모두 반대 단체들이 우위에 있으며 무엇보다 찬성 단체들은 정작 문제의 핵심인 ‘셀프연임’에 대해 논쟁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지난 1년여의 시간을 관통해온 일관된 양상이다. 법안에 찬성하는 국회의원들과 관련단체들 중 어디에서도 ‘왜 현직 중앙회장부터 연임제를 소급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리는 나온 적이 없다.

논란이 길어지자 언론들은 자연히 이 ‘핵심’에 주목하고 있다. 1년 가까이 본지의 단독보도가 이어진 끝에 올 하반기부터 군소언론들의 보도가 본격화됐고 최근엔 메이저 언론사들이 가세했다. <KBS>는 지난 4일 보도에서 농협중앙회 로비 폭로전이 벌어졌던 국회 농해수위·법사위 회의 기록을 공개했으며 <중앙일보>는 8일 농협 안팎에서 돌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농협중앙회 인사청탁 정황,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을 좀 더 상세하게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자 유튜브 채널 ‘강성범TV’에선 최강욱 전 국회의원(법사위 해당 법안 1차 회의에 참여)이 출연해 이 문제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자성을 당부하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어느날 퇴근하는데 우리 집 앞 복도에 양복 입고 넥타이 맨 사람들(농협 임원들)이 우루루 앉아있더라. 우리 회장님 만나서 사정을 살펴 달라는 거다”, “국회의원을 그만둔 사람한테 이번주에 전화가 와서 ‘혹시 지금도 반대하냐, 다른 의원들이 최강욱 눈치를 봐서 반대 철회를 못할 수도 있다’라더라. 이렇게까지 관리할 정도니 로비력이 어느 정도겠나”라고 폭로했다. 또한 “국회 의장이 이걸 통과시켜주자고 한단다”, “‘노란봉투법’·‘방송법’ 해줄 테니 이거 끼워서 하자고 흥정을 건단다”며 충격적인 국회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음 국회 본회의는 이달 23일, 30일로 거론되고 있다. 아직 농협중앙회장 선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성희 현 농협중앙회장으로선 연임을 위한 마지막 법 개정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법안 자체가 추문으로 얼룩진 데다 언론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어 재상정엔 커다란 부담이 따르며, 당내 논란 끝에 미상정된 법안이 곧바로 다시 상정되는 건 관행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야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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