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장 연임제, 깜깜이 회의는 그만”

농식품부, 연임반대 비대위 측에 농협법 개정안 간담회 제의

비대위가 언론 참관 요구하자 ‘공개 불가’ 답신, 간담회 무산

비대위, “논의 과정 공개 못하는 법안이면 없어져야 마땅해”

  • 입력 2023.10.16 21:1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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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민조합원없는 중앙회장연임제 도입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오송역 인근 세미나룸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당초 농식품부와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비대위의 간담회 ‘언론공개’ 요구를 농식품부가 거절하면서 간담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농민조합원없는 중앙회장연임제 도입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16일 오송역 인근 세미나룸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당초 농식품부와의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비대위의 간담회 ‘언론공개’ 요구를 농식품부가 거절하면서 간담회는 이뤄지지 않았다.

16일 정오 무렵, 일단의 농민·노동단체 대표들이 청주 오송역 인근에 모였다. 이날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이들 단체에 간담회를 제안해 만나기로 했던 날이다. 하지만 간담회는 성사되지 않았고 대신 단체들 간 내부회의와 농식품부 규탄 기자회견이 벌어졌다. 단체들의 공개 간담회(언론 보도 허용) 요구를 농식품부가 거절했기 때문이다. 모처럼 마련한 간담회 자리를 엎을 정도로 ‘굳이’ 회의를 공개하려는 단체들과 ‘굳이’ 공개하지 않으려는 농식품부. 그 주제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으로 논란인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었다.

‘셀프연임’이라는 표현에서 나타나듯, 이 법안은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 노골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데다 논리성과 절차적 정당성마저 부실해 중대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8월과 9월 법안을 두 차례나 계류시키면서, 법안을 관철하려는 농식품부에게 최소한 ‘반대 단체들의 철회 의사를 확인해올 것’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최근 ‘농민조합원없는 중앙회장연임제 도입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간담회(16일 오후 2시, 오송역 인근)를 제안했다. 비대위는 20여 농민·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농협중앙회장 연임제에 반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주체다.

그런데 비대위가 간담회에 전제조건을 한 가지 걸었다. 간담회에 언론을 참관시키거나 녹음을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원했던 농식품부는 “간담회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고, 결국 간담회는 취소됐다.

농식품부와의 간담회가 무산되자 비대위는 자체 회의를 가진 뒤,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세종사무소 앞에서 ‘셀프연임’ 법안과 농식품부를 규탄하는 긴급·약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식품부와의 간담회가 무산되자 비대위는 자체 회의를 가진 뒤,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세종사무소 앞에서 ‘셀프연임’ 법안과 농식품부를 규탄하는 긴급·약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대위가 이같은 조건을 내건 건 지난해 말 진행했던 농식품부 ‘지역별 법안 설명회’의 안좋은 기억 때문이다. 당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논란을 빚자 농식품부는 일주일 동안 4회에 걸쳐 지역별 법안 설명회를 열었는데, 참가자 구성과 회의 진행이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비대위를 비롯한 농민단체들의 거센 지탄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 회의는 농해수위의 법안 의결에 커다란 명분으로 작용했으며 치열했던 찬반 의견 중 반대 의견은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다.

즉 비대위가 ‘공개 간담회’를 고집한 건 회의 내용이 왜곡되거나 또다시 국회 법사위 의결에 명분으로 소비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용희 전국농민회총연맹 협동조합개혁위원장은 “논의 과정을 공개하지 못하는 법안이라면 이 법안은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 결국 상식에도 어긋나는 ‘셀프연임’을 통과시키기 위한 법안이라는 것 아닌가”라며 농식품부를 비판했다.

이날 비대위 소속 단체들은 농식품부와의 간담회 대신 내부회의를 통해 입장을 재정비했다. 농협중앙회장 연임제는 논리적으로나 명분상으로나 납득할 수 없고, 하물며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 연임제를 소급 적용하는 건 더욱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덧붙여 최근 농식품부·농협중앙회가 초대형으로 기획 중인 ‘2023 농업인의 날 기념식’이 법안 관철에 대통령실의 힘을 빌리기 위한 수단일 수 있다는 의심을 공론화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회의 이후 당초 농식품부와 만나기로 했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세종사무소 앞에서 긴급·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셀프연임’ 법안과 농식품부를 규탄했다. 농식품부는 향후 비대위 소속 단체들과 개별로 접촉해 의견을 파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비대위 소속 대부분의 단체들은 개별 접촉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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