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 이름의 농산물 수입, 이제 중단해야

  • 입력 2023.09.17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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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안정시킨다는 명목으로 계속 수입하는 농축산물이 우리 농업을 망치고 있다. 양파·마늘·대파·생강·콩·쌀 등 우리 논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수입이 급증하면서 피해가 늘어나고 결국 농민들은 농사짓는 면적을 줄인다. 농민은 면적을 줄이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농산물 수입을 늘린다면 그 나라의 농업기반은 무너지기 마련이고 수입대상 품목은 사라질 것이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멕시코의 옥수수, 필리핀의 쌀이 대표적이다. 주식인 식량을 생산하는 비용보다 사서 먹는 것이 저렴하고 물가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했던 나라들은 식량주권을 다른 나라의 식량기업에 맡기는 결과를 낳았고, 주식인 농산물 값이 폭등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됐다. 또 뒤늦게 생산기반을 복원하려해도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더 많은 비용이 들고 국민이 감당해야 할 곡물 가격은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된다.

축산을 하는 농민들도 마찬가지이다. 가축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을 종용받고 궁여지책으로 농민들이 스스로 결정을 해도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 수입물량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축산기반은 위태로워진다.

지금은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난의 시대이고, 전쟁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바꿔말하면 식량위기가 현실로 와 있다는 뜻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식량자급률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나라의 경우 더욱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 위기는 단기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위기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농식품부는 2024년 예산안 발표를 통해 수입 쌀을 들여오는 예산을 612억원 늘리고 농산물 가격안정기금 예산 중 수입예산을 409억원으로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

물가의 안정과 식량주권은 단기적 방향이 아니라 장기적 계획으로 마련돼야 한다. 국가는 농업정책의 방향을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한 목표로 설계해야 한다. 즉 농사를 계속 지어 자급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업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찾지 않더라도 우리밀은 좋은 본보기다. 자급률이 0.8%에 불과한 밀은 국제 밀가격이 오르면 그 부담을 국가와 국민이 부담해 먹고 있다. 올해 농식품부 예산에서도 콩과 가루쌀은 전략작물직불금을 두 배로 인상했지만 밀은 동결했다. 정부의 계획이 식량자급률을 44.4%에서 55.5%로 올리는 것이라면 밀과 같이 이모작하는 작물을 더 많이 심도록 유도해야 한다.

정부가 진정으로 물가안정을 꾀하고자 한다면 농산물을 수입해서 농업기반을 무너 뜨리는 일은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이야 무관세·저율관세로 수입하는 농산물이 저렴하고 달콤할지 몰라도 그것은 독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초단기 처방의 수입을 중단하고 국가식량주권 확립 계획에 맞게 농민들에게 생산비와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정가격을 정해 공공수급 계획을 세우면서 다가올 식량위기 시대를 대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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