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양파 재배 ‘감축’ 노력하는데, 정부는 TRQ 수입 계속

추석 명절 대목 앞두고 지난 7일 TRQ 신선양파 1만톤 입찰공고
재배 증가 예상에 자발적으로 양파 ‘줄여 심으려는’ 농민과 대비

  • 입력 2023.09.17 18:00
  • 수정 2023.09.17 18:5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31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주최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무차별 농산물 수입 저지! 농업재해 직접보상 촉구! 농민생존권 사수! 전국농민대회’에서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등이 경찰들 발 밑에서 뒹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31일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주최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무차별 농산물 수입 저지! 농업재해 직접보상 촉구! 농민생존권 사수! 전국농민대회’에서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 등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쏟아낸 수입 양파와 마늘 등이 경찰들 발 밑에서 뒹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추석 명절 대목을 앞두고 정부가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입찰공고를 강행했다. 내년도 양파 재배면적 증가가 예측되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재배 감축에 나선 농민들의 노력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사장 김춘진, aT)가 지난 7일 공고한 바에 따르면 정부는 신선양파 TRQ 물량 1만톤을 입찰한다. 해당 물량은 오는 12월 8일까지 부산항을 통해 반입될 전망이다.

지난 7월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증량하기로 한 양파 TRQ 물량은 총 9만톤이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에 따르면 계획한 9만톤 중 2만톤은 8월 중 도입하기로 했으나 그중 1만5,000톤만 들어온 상태다. 나머지 7만5,000톤 중 3만톤은 9~10월 동안 들일 계획이며, 3만5,000톤은 11~12월 내에 들인 뒤 남은 1만톤은 비축할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양파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정부는 12월까지 기존에 발표한 9만톤 수입물량을 모두 채우겠단 입장이다. 중국에서 이제 막 수확한 신선양파 품질이 국내에서 생산돼 저장·유통되는 양파와 비교될 리 없고, 135% 관세를 물고 들어오는 민간 수입과 달리 50% 저율관세로 들여오는 TRQ 양파는 가격 측면에서도 국산 대비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어 농협 등에서도 저장 양파 재고를 걱정하는 상황이다”라며 “이미 100%던 양파 자급률은 수입 시장 확대의 여파로 90% 수준까지 떨어졌고, 정부가 직접 관세까지 낮춰가며 양파 수입을 계속할 경우 자급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양파 생산량이 부족해서 저율관세로 양파를 수입하는 것도 아니고, 외식 산업 등의 수요를 정부가 앞장서 고려하고, 대책 없이 TRQ 양파 수입을 강행하는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양파협회는 “TRQ 수입 양파가 가정으로 향하는 것도 아니고 전부 가공·외식업체로 흘러갈 것이 뻔한데, 정부가 관세를 50%까지 낮춰 수입하면 결과적으로 업체 주머니만 불려주는 일 아닌가 싶다”고 일갈했다.

이 가운데, 농민들은 재배면적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자체 재배면적 감축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미 자조금을 통해 재배면적 10% 감축에 대한 주산지 교육을 진행했으며 곧 현수막 게첩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한두봉, 농경연)이 이달 초 발표한 양념채소 전망에 따르면 2024년산 마늘 재배의향면적은 2023년 및 평년대비 각각 약 3.1%·2.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양파 재배의향면적은 2023년·평년과 비교해 각각 4.4%·3.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양파협회는 “마늘과 달리 양파는 종자 출하량으로 재배의향면적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재배면적과 농민들이 ‘적정가격’을 수취하기 위한 재배면적이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라며 “양파협회는 농경연 전망과 다르게 재배면적 증가량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생산단수 또한 경험상 최근 2년보다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10% 재배면적 감축을 목표로 걸고 농민들과 해당 사항을 조율해 나가고 있는데, 재배면적 10% 감축은 정부가 TRQ 수입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줄여 심는데, 정부가 TRQ 증량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양파 저율관세 수입을 지속하는 정부의 행보에 양파 자급률 제고와 적정가격 수취를 위해 재배면적을 스스로 감축 중인 농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