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저품위 수매 발표에도 비정상 ‘저가’ 시세 유지

발표 후 2주 지났는데, 물량·일정 확정되지 않고 수매 또한 이뤄지지 않은 실정
현실 괴리 가득한 통계청 발표까지 겹쳐 시장 혼란 가중될까 농민 우려 높아져

  • 입력 2023.07.21 08:58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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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가 지난 6일 채소가격안정제를 통한 저품위 마늘 5,600톤 격리 계획을 발표했음에도, 햇마늘 시세가 좀체 안정세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햇마늘(대서) 상품 1kg 평균가격은 여전히 3,000원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회장 김창수, 마늘협회)를 비롯해 전남 마늘 생산 농가는 올해 마늘 가격 하락 우려를 일찍부터 나타낸 바 있다. 파종 이후 냉해와 봄 가뭄, 수확기 폭우 등으로 수확량과 품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서인데, 이때마다 농민들은 농업재해 인정과 선제적 수급대책 마련을 거듭 요구했지만 지난 1월 무렵 열린 수급대책 회의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재배면적 10% 증가 전망 이후로도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책 마련에 한 발도 내딛질 않았다.

결국 지난 1일 창녕농협 공판장서 열린 건마늘 초매식에서 경매가가 지난해 동기대비 1kg당 2,000원이나 낮게 책정되자, 마늘협회 회원들은 △마늘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할 것 △저품위 마늘에 대한 정부 수매비축 실시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급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단체 활동에 돌입했다.

그제야 농식품부는 지난 6일 ‘저품위 마늘 시장격리’를 발표했는데, 그마저도 시장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선 아직 저품위 비축이 시작도 되지 않았다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경매장 전광판에 마늘 상·중·하품에 대한 경락가가 나타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경매장 전광판에 마늘 상·중·하품에 대한 경락가가 나타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김창수 마늘협회장은 “7월 6일 저품위 마늘 격리 발표가 나오고 주산지협의체 회의가 진행됐지만 아직도 비축 일정이나 물량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 발표 이후 현장 시행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썩어나갈 마늘 상태가 걱정돼 농민들이 시장에 저품이 마늘을 여전히 내놓고 있고, 시장에 나오는 물량 자체가 줄지 않다 보니 가격 역시 오르질 않는 것이다”라며 “산지수집상과 저장업체 등에서도 일단 정부 대책에 따른 저품위 수매가 눈에 보이질 않고 TRQ 수입 등을 연일 발표하는 정부 대책에 대한 불신까지 가지고 있는 데다, 잘못된 통계로 인한 왜곡된 정보를 계속 흡수하다 보니 시장에 적극 나서질 않고 있다. 결과적으론 농민 요구에도 정부가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늦게나마 마련한 대책이 현장서 시행되지 않은 데다, 정부 기관 중 하나인 통계청이 왜곡된 정보로 시장을 흐린 까닭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정리했다.

한편 7월 말이면 대부분의 마늘이 생산자 손을 떠나게 되는데, 20일 현재 저품위 마늘 격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정부가 지난 6일 함께 언급한 ‘상품 마늘 수매’ 역시 시기를 놓칠 것이란 우려가 현장에선 팽배한 실정이다.

김창수 회장은 이와 관련해 “당초 정부가 발표한 대로 산지가격 동향에 따라 상품 마늘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수매한다 해도 이미 농민들 손을 떠난 상태기 때문에 또 저장업체, 산지수집인 배만 불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9년과 같이 1kg에 1,000원, 1,100원 주고 구매한 산지수집인과 저장업체 관계자들이 정부 수매 시 농민 이름을 빌려 참여한 것처럼 될 게 뻔하다. 결국 농민을 위한 대책이 농민을 위한 게 아닌 것이다”라며 “이런 부분 때문에 생산자단체 측에선 수급매뉴얼을 만들자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왔던 건데 정부가 응하질 않으니 논의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이뤄지질 않고 있다. 현장에선 지금 말 그대로 분통이 터지는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통계청은 지난 19일 ‘2023년 보리, 마늘, 양파 생산량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늘의 경우 “재배면적과 단위면적당 생산량 모두 증가해 전체 생산량이 31만8,220톤으로 전년대비 16.7% 증가했다”는 결과가 주요했는데, 이를 두고 생산자들은 현장과 괴리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농민들은 “생산면적도 현장 실정과 동떨어지고, 생산량 또한 수확기 강우로 굉장히 많이 감소했는데 이러한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국가기관이 예산을 들여 실시한 조사가 현장과 너무 맞지 않는 것도 문제인데, 이를 근거로 정부 정책과 시장가격이 뒤흔들리니 농민들 마음 같아선 차라리 통계청 조사·발표가 없었으면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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