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찾기 힘든 남도 마늘 … 생산량도 ‘1/3’ 수준

수확 마무리 접어든 해남 등 피해 ‘일파만파’
뒤늦게 나선 행정 탓에 피해 확인도 어려워

  • 입력 2023.06.09 09:00
  • 수정 2023.06.09 09:0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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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5일 전남 해남군 북평면 일원에서 남도종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평년대비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농민들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전남 해남군 북평면 일원에서 남도종 마늘 수확이 한창이다. 평년대비 수확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 농민들 한숨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중순 무렵 전남 등에 닥친 집중호우의 여파가 농민들의 예상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 막바지에 접어든 해남군 등에서 남도종 마늘의 생산량과 상품성이 평년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돼서다. 아울러 실제 해남군 주산지 농협 수매 현황에 따르면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못 미치는 데다 지난해 41·42·17%였던 상·중·하품 비율이 올해에는 10·60·40%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지난 5일 해남군 북평면 일원의 마늘 수확 현장에선 농민들의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생산량이 평년대비 30% 수준에 그치는가 하면, 상품의 비율 또한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농민 A씨는 “수확을 하면서도 일할 맛이 안 난다. 비가 와야 할 땐 안 오고 5월 중순 비대기 때 논이 다 잠길 정도로 와서 피해가 크다”라며 “지금 이 밭이 800평 정도 되는데, 지난해엔 여기서 20kg짜리 망이 200개 정도 나왔다면 올해는 100개도 못 채울 지경이다. 또 지난해 같으면 하품 짜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는데 올해는 상품이 없고 중품 아니면 하품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농민 A씨는 “계약재배를 해서 농협에 내긴 하는데, 가격이 또 큰 걱정이다. 농협도 수매가격을 아직 정하진 않았고 눈치만 보고 있는 모양인데, 농민들은 이런 식으로 해서 가격이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고 전했다.

여든을 훌쩍 넘기고도 수확에 분주하던 여성농민 B씨 역시 “평생 이런 적이 없었는데 비가 와도 너무 많이 왔다. 작업(수확) 할 때도 비가 계속 와서 일일이 호미로 파내야 한다. 힘이 너무 든다”라며 “양도 지난해 3분의 1밖에 안 되는데, 그마저도 파치(하품) 투성이다. 쓸모없는 데다가 돈 쓰지 말고 정부가 농민들 살게끔 대책을 마련해줘야지 안 그러면 농민들 못 산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김인수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해남군지회장은 행정의 늦장 대응과 안일함을 지적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해 파종 이후 가뭄과 봄 냉해, 지난 5월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문제 제기를 행정에 숱하게 해왔다. 하지만 안일하게 지상부 생육만 보고 ‘작황이 좋다’는 둥 현장점검에 제대로 나서지 않아 지난 냉해 조사에서도 보리·밀 등 맥류와 양파는 포함이 됐는데 마늘만 쏙 빠지게 됐다”며 “호우 피해도 마찬가지다. 피해가 발생했으니 와서 보라는 얘기를 듣지 않고 뭉그적대더니 수확 다 끝났을 무렵에 기자회견 하고 도 관계자까지 부르고 나서야 한 번 보고 피해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고 질타했다.

김 지회장은 덧붙여 “지금 수확 중인 논·밭을 돌아다녀 보면 흔히 말하는 ‘야구방망이’가 엄청 많이 보인다. 까보면 쪽이 없고 그저 크기만 커서 야구방망이 모양으로 생육 장해가 일어난 마늘이다”라며 “상품성이 아예 없어 내버려야 하는 야구방망이 마늘도 수두룩하고, 고랑당 두 줄씩 나와야 하는 마늘이 수확해보면 한 줄도 안 깔리는 실정이다. 이렇게 피해가 막심한데 행정은 무책임하고 대책도 없고 수매가도 낮을 것으로 전망돼 앞으로가 큰 걱정이다”라고 전했다.

농협 담당자 역시 “작황이 형편없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수확량이 너무 안 나온다. 선도금을 kg당 1,000원으로 책정해 지급했는데, 지금 계약재배 농민들 수매를 진행해보니 물량이 워낙 적어 선도금 외에 추가 지급할 금액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올해 계약 물량이 523톤 정도다. 아무리 작황이 안 좋아도 400톤은 들어오겠거니 했는데, 막상 받아 보니 300톤을 채울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4일)는 총 102톤을 수매했는데 상품이 8톤밖에 안 나왔다. 농민들이 가져오는 마늘 대부분이 중·하품인 실정이다. 상품은 5cm 이상, 중품은 4cm 이상, 하품은 3.5cm 이하를 얘기하는데 상품이 10% 미만인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상품이 40% 이상 나왔다”며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남군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온 뒤로 보리나 밀, 과수 등은 도복되고 낙과하는 등의 피해가 육안으로 바로 확인됐는데 마늘은 눈에 보이는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다. 양파도 무름병 등이 나타나서 피해조사 대상에 포함이 됐지만 마늘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며 “5월 17일경 농민들이 피해 사실을 알렸고 그 이후 지난달 31일부터 6월 2일까지 피해를 접수 받았다. 군에서도 올해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는 건 인지하고 있으며, 160ha 정도가 피해 면적으로 집계돼 해당 면적에 대한 복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답했다.

지난 5일 전남 해남군 내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계약재배 마늘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수확량이 감소한 데다 지난해 40% 이상이던 상품 비율이 올해는 10% 이하로 떨어져 상품 마늘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일 전남 해남군 내 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계약재배 마늘 수매가 이뤄지고 있다. 수확량이 감소한 데다 지난해 40% 이상이던 상품 비율이 올해는 10% 이하로 떨어져 상품 마늘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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