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율관세 수입 빗장 연 윤석열정부, 농민은 안중에 없다

물가 핑계로 할당관세·TRQ 수시 확대·증량
취임 이후 5차례 이상 저율관세 수입 확대

  • 입력 2023.06.18 18:00
  • 수정 2023.06.19 06:3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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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수입 중단 및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수입 중단 및 생산비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저율의 할당관세 농산물 수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농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할당관세는 수입 물품의 일정 할당량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관세로 탄력관세의 일종이며, 국내 산업 보호 및 물가안정 등을 목적으로 정부가 국회 위임을 받아 일정 범위 내에서 조절하는 관세를 말한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 5월 10일 취임 이후 소비자 물가라는 핑계를 앞세워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새로 지정하거나 관세 인하율을 늘리고 물량을 증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농축수산물 수입을 지속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증량하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는데 시장접근물량 등으로 불리는 TRQ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관세를 매기는 일종의 이중관세제도다. 세계무역기구(WTO) TRQ와 자유무역협정(FTA) TRQ로 구분되며, WTO TRQ와 FTA TRQ는 적용세율, 관리방식 등에 서로 관련이 있지만 대상 품목에 차이가 있다. 정부는 할당관세 확대 적용과 더불어 TRQ을 늘리는 두 축의 방식으로 농축수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가장 먼저 취임 약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8일, 정부는 ‘밥상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민생 안정을 위한 적극적 할당관세 운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7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확대하고 2개 품목의 TRQ를 증량했다. △소고기 △닭고기 △분유 △대파 △커피원두 △주정원료 △돼지고기(삼겹살) 등의 할당관세를 신규 적용하거나 증량했고, △대두(가공용) △참깨 TRQ 역시 각각 1만톤과 3,000톤을 증량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28일에도 △LNG △LPG △원유(LPG 제조용) △고등어 △명태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 △계란·계란가공품 △옥수수(가공품) 등 10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확대(기간연장·세율인하·신규적용·조정관세폐지)한 바 있다.

또 올해 3월에는 물가안정(닭고기·대파·무·명태)과 농어가 생산비용 절감(칩 제조용 감자·냉동꽁치·종오리 종란)을 목적으로 7개 품목의 할당관세를 신규적용하거나 증량, 인하했으며, 4월과 5월에는 △무 △가공용 감자 △닭고기·계란 등의 할당관세를 인하하고 양파 TRQ를 2만톤 증량하겠다고 발표했다. 양파 TRQ 증량의 경우 수확기 유례없는 시도로, 농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도입 시기를 고려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달 30일에도 △돼지고기 △고등어 △설탕 △원당 △조주정 △팜박 △주정박 등 7개 품목의 관세를 인하하고 생강의 TRQ를 1,500톤 증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처럼 취임 이후 벌써 5차례 이상 할당관세 확대·인하 및 TRQ 증량으로 수입 농축수산물을 들이고 있는 정부의 행보에 국내 농업기반 붕괴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아울러 빈번한 할당관세 확대 조치와 TRQ 증량에 현장 농민들은 가격 하락에 대한 걱정과 맞먹을 만큼 시장가격 상승 시의 수입 확대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제 최근 마늘·양파 수확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수매단가가 낮게 책정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작황 부진으로 시장가격이 어느 정도 상승할 거란 전망도 우세하다. 그런데 한편으론 ‘시장가격 오르면 뭐하나, 어차피 정부가 관세 내려 수입할 텐데’하는 생각이 더 크다”라며 “어느 정부에서도 하지 않았던 수확기 TRQ 증량까지 버젓이 발표하고 이미 수차례 할당관세 인하, TRQ 증량 등으로 수입 농축수산물을 계속 들이고 있는 만큼 윤석열정부에선 물가에 영향 받는 농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윤석열정부에겐 소비자만 국민이고 농민은 국민이 아니란 확신이 든다. 실제 가격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오를 기미만 보여도 수입을 운운하는 정부가 지금처럼 수급정책에 대한 근본 고민 없이 수입만 지속한다면 앞으로 농업에 종사할 농민이 얼마나 될지 확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전문가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이슈보고서 등을 통해 밝혔듯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TRQ 증량 등의 수입의존 농정이 가격 폭락의 악순환과 농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수미 녀름 부소장은 “TRQ는 당초 수출국이 국내시장에 접근할 최소한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도를 갖고 있으나, 우리 정부는 이를 오히려 확대해 그 문턱을 더욱 낮추는 데 앞장서고 있다. 당연히 취해야 할 관세 이득도 포기한 채 국내 농업 생산기반을 무너뜨리는 데 직접 나서는 셈이다”라며 “TRQ 증량은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할당관세를 인하하는 문제, 낮은 세율의 유사·대체·가공품목의 수입 확대 등 복합적인 문제다. 중장기적 인식 없이 농업 생산기반 마련·지속이라는 정부의 역할을 외면한 채 대규모 식품 소비·가공 업체의 요구만을 앞세워 지금의 수입의존 정책을 끊임없이 펼친다면 궁극적으로는 국내 농산물의 경쟁력 하락과 수입 농산물의 시장 잠식, 생산기반 붕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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