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의존 농정, 식량자급률 증진 방향으로 전환해야”

녀름연구소, TRQ 운용·증량 실태 및 수입의존 정책의 영향과 문제의식 발표
‘기획재정부 양파 TRQ 증량 예고' 계기 삼아 정부 수입 농정 전반 분석·비판

  • 입력 2023.05.28 18:00
  • 수정 2023.05.29 07:0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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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정부의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 증량이 국내 농업기반과 농민들의 삶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 및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은 정부의 무분별한 저율관세할당 증량이 국내 농업기반과 농민들의 삶을 망가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 및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이 지난 19일 ‘저율관세할당(TRQ) 증량, 농산물 수입의존 정책에 대한 문제의식(이수미 부소장)’ 이슈보고서를 발표했다. 농산물 수입은 이상기후 등과 달리 국가 정책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현재 국내에서 생산이 충분한 작물까지 정부가 무분별하게 수입해 국내 농업기반과 농민의 삶을 망가트린다는 지적이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저율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TRQ 관세 할당량은 광범위한 제품에 사용되지만 상당 부분 농업에 적용된다. 보고서는 “WTO에서 정한 물량까지는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거나 5~50%의 저율관세를 부과하지만 해당 할당량이 초과되면 훨씬 높은 세율이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이를 비관세조치 또는 자국 보호장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운영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를 통해 이수미 부소장은 “기획재정부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요청에 따라 증량 대상 품목 및 물량을 규정하는데, 감자를 예로 들어 기존 TRQ물량 1만8,810톤에만 30% 관세율을 적용하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304%의 관세율을 적용해야 하나 물량을 증량하면서 30%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에 초과 물량이 결코 발생하지 않고 고관세인 304%가 적용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면서 ‘TRQ 증량은 고율관세 적용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문제 삼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 입법예고가 4차례 있었다. △3월 21일 3개 품목 △7월 8일 2개 품목 △8월 10일 2개 품목 △12월 9일 13개 품목 등이다. 이 중 2022년 12월에 증량한 팥·녹두 등 13개 품목 증량 물량만 52만5,255톤에 달한다.

이와 관련 이수미 부소장은 “정부가 증량하는 물량은 기존 TRQ 계획 물량보다 더 많은 경우가 많다. 정해진 물량보다 더 많이 수입하려면 고율 관세를 적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감자가루는 기존물량이 10톤이다. 그런데 지난해 두 차례 증량한 물량이 각각 1,665톤과 1,500톤으로 기존보다 1만6,650%, 1만5,000% 초과했다. 참깨 역시 기존물량은 6,731톤인데 두 번 증량한 물량이 6만4,269톤과 6만269톤으로 기존 대비 954.8%, 895.4% 초과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녀름이 분석한 최근 양파·마늘의 TRQ 운용 현황을 살펴보면 양파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5만톤을 증량해 TRQ 기본물량인 2만645톤 포함 총 7만645톤을 운용했다. 마늘은 2016년 3만6,000톤을 증량했고, 2017~2018년엔 3만톤을 증량해 기본물량 1만4,467톤과 함께 운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파는 2014년, 마늘은 2013년과 2014년에만 기본물량보다 적게 수입했을 뿐 거의 100% 수입했으며 물량까지 증량했다.

보고서는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TRQ를 증량하고자 할 때 정부는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농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TRQ 증량이 국내 농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걸 정부도 알고 있다는 의미인데, 증량 요청 시 농민에게 미치는 장단기 영향을 제대로 준비하고 분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TRQ 판매이익금과 공매납입금 등은 농안기금으로 불입돼 농업에 재투자되는데 저율로 수입되는 물량이 늘어나면 이 역시 줄어 농업분야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만 큰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녀름은 국내 생산량의 2.2배가 수입되는 TRQ 콩을 예로 들어 “국내산 콩과 수입 콩의 가격이 5배 차이나는 것을 이유로 대규모 수입이 매년 이뤄지고 있지만 콩은 수요가 많은 만큼 국내 생산기반을 증대시키는 게 장기적으로 더 바람직하다. 수입에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국내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고 현재 자급률이 낮다고 계속해서 수입에 의존한다면 국가 식량주권을 확보할 수도 없고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보장 측면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생산기반이 위축·감소되는 상황에서 TRQ 증량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 농업·농민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행태인 만큼 저율의 수입 농수산물 확대를 통해 국내 농민이 불공정한 시장에 방치되는 환경을 부추기는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수입의존이 아닌 국내 농산물의 자급률을 증대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그 길이 바로 식량주권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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