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생산농민들 “TRQ 9만톤 증량한 기재부 규탄한다!”

양파협회, 퍼붓는 비 뚫고 기재부 세종청사 앞서 30여분간 선전전 진행
자급 가능함에도 '선제적' 수입으로 가격 하락 부추기는 정부 정책 규탄
농민들 “기재부 TRQ 증량 수입 철회할 때까지 릴레이 투쟁 전개할 것”

  • 입력 2023.07.11 13:29
  • 수정 2023.07.14 09:57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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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가 1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가 1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가 11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아울러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획재정부를 둘러싼 채 30여분간 현수막 선전전을 진행했다. 양파협회는 오늘부터 오는 21일까지 매일 기재부 앞에서 시·군 릴레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앞서 지난 7일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주재한 제27차 비상 경제차관 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양파 저율관세할당(TRQ) 9만톤 증량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TRQ 물량을 9만톤 증량해 7월 말부터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지난해와 같은 가격급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파협회는 “양파 수매 주산지 농협의 수매가 결정이 덜 된 상태에서 정부가 TRQ 수입을 공고하는 것은 양파 가격 하락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생산비 폭등과 자연재해로 시름하는 양파농가를 생각지 않은 발표다”라고 지적하며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남종우 회장은 “정부는 지난 1995년 WTO 협상 당시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TRQ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오늘날 TRQ는 우리 농업을 망치고 있다. 양파 TRQ 물량은 2만톤에 불과하지만 정부는 그 양을 매년 늘리고 있다”라며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양파 출하시기에 TRQ 2만톤 증량 계획을 발표한 후 생산자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되돌린 바 있다. 다시 한번 양파협회는 양파 생산비를 보장받고, 양파 생산 농민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TRQ 9만톤 증량을 저지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전국 시·군 양파 생산자는 평일 11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기재부 앞에서 릴레이 투쟁을 전개할 것이며, 증량 발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병덕 양파협회 사무총장은 “정부는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양파 TRQ를 9만톤이나 증량해 수입하겠다고 하는데, 우리 농민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농민들은 5천만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양파를 생산한 잘못밖에 없다”면서 “가격 안정을 핑계로 정부는 TRQ 긴급 수입을 진행하지만, 국내로 수입해 들여온 TRQ 양파가 제대로 시장에 풀려 시장가격을 안정시킨 적은 거의 없다. 정부가 서민 밥상 물가 안정을 위한다면, 생산비도 못 건지는 농민을 죽일 게 아니라 유통 혁신으로 소비자 물가를 올리는 유통 단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남 함평군·경남 산청군에서 폭우를 뚫고 달려온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국민이 쌀 다음으로 많이 먹는 농산물이 양파여서 그런지 올해 국산 양파가격은 물가안정대책회의 때마다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양파 수확기인 지난 5월 기재부가 양파 TRQ 2만톤 증량을 추진하다 실패해서인지 한창 농협서 양파 수매가격이 결정되는 이 시기에 또 한 번 TRQ 9만톤 증량을 발표했다”며 “기재부 차관의 9만톤 TRQ 증량 발표로 현재 농민들로부터 양파를 수매한 농협은 애가 타고 있으며 아직 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양파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정부의 TRQ 증량 수입이 계속된다면 수입 양파가 국민의 밥상 물가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생산자들은 “올해 전남서남부채소농협의 양파 수매가는 20kg 한 망에 1만6,000원으로, 1kg에 800원인 셈이다. 국민 한 사람의 1년 양파 소비량이 30kg라고 하니, 1년에 국민 한 사람이 양파값으로 약 2만4,000원을 소비한다는 계산이 나오며 이는 한 달에 약 2,000원 정도다”라며 “식당에서 먹는 소주 한 병 값이 5,000원이고 한 달 핸드폰 요금이 최소 1만원 이상인데 한 달 동안 먹는 양파에 쓰는 2,000원이 국민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비료값·농약값·기름값·인건비 등 모든 생산비가 올랐는데 양파값만 내려야 한다는 기재부의 논리를 전국 양파 생산자는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양파협회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양파 재배 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1만8,000ha며 수확량은 120만톤 정도다. 정부에선 국민이 한 달간 소비하는 양파의 양을 약 8만톤으로 추정하는데, 1년으로 따져도 96만톤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충분히 자급이 가능한 수준이고,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양파 수급 매뉴얼’상 심각 단계에 해당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농민들은 기재부가 아직 오르지도 않은 소비자 물가를 핑계 삼아 농민을 죽이는 TRQ 증량을 발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기재부를 질타했다.

한편 수확 후 양파가 이미 자신들의 손을 떠난 상황임에도 농민들이 기자회견과 릴레이 선전전을 진행하는 이유는 농협 계약재배 대부분이 ‘매취’가 아닌 ‘수탁’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매취판매 방식의 계약재배는 정해진 단가에 농민이 농산물을 넘기면 농가가 아닌 농협이 이후 판매로 인한 이익과 손실을 감당하지만 수탁판매의 경우 판매한 가격에 따라 농가 수취가가 결정된다.

이에 양파협회 측은 “일반 관세로 들어오는 양파에 저율관세 양파까지 국내에 들어와 시장가격이 떨어진다면 농가 수취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정부의 TRQ 증량 발표 그 자체가 시장에 주는 메시지와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 보니 유통업자와 가공업자 등의 거래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재부 발표 철회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면서 “여태껏 정부의 TRQ 수입 물량이 바로 시장에 출하된 적이 많지 않고 다시 창고로 들어가 몇몇 수입업자의 돈벌이로 전락했고, 이로 인해 실질적인 물가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결국 모든 피해가 소비자와 농민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증량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1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치러진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30여분간 현수막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오늘부터 오는 21일까지 매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시·군 릴레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11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치러진 ‘양파 TRQ 9만톤 수입 발표 철회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쏟아지는 폭우를 온몸으로 맞으며 30여분간 현수막 선전전을 진행했다.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는 오늘부터 오는 21일까지 매일 기획재정부 앞에서 시·군 릴레이 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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