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양파 수입,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입력 2023.05.21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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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양파 수입 확대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나흘 뒤인 15일엔 전남 무안군에 있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2023년산 양파 적정 수매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의 양파 생산자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햇양파 적정 수매가로 20kg 한 망 기준 2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서남부채소농협은 양파 20kg 한 망을 1만6,000원에 수매했지만 정부는 양파 수매가를 높게 주는 농협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농협중앙회 경제지주를 통한 수매지원금까지 늦게 지급한 바 있다. 양파값을 낮추기 위해 농협을 옥죈 것이다. 그런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정부는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양파를 수매하지 않으면 바로 TRQ 양파를 수입해 시장에 내겠다고 농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양파 수매가를 결정하면 유통상인들이 현장에서 양파 매입을 시작한다. 서남부채소농협의 수매가는 그해 양파값의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양파생산 농가에 미치는 영향도 직접적이며 크다.

양파협회는 유례없는 성출하기 지속적인 수입 양파 공고와 저율할당관세물량(TRQ) 2만톤 증량 개정안까지 발의된 현실을 짚으며, 폭등한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 등을 반영한 2023년산 양파 가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가격이 떨어졌을 때는 시장기능에 맡기고 가격이 오를라치면 저율할당관세 수입과 품목농협의 수매가 결정에 개입한다면 농업의 지속성은 담보되기 어려울 것이다. 쌀 생산 농가의 재배면적 제한, 한우 등 사육두수의 제한 등과 함께 저율할당관세로 이어지는 정부의 주된 정책이 농업 생산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 국내 기반이 무너지면 더 많은 수입 농산물로 대체해 나갈 것이고, 농산물의 자급률은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가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전기·철도·가스 등도 제품원가가 상승해 계속 요금이 오르고 있는데 유독 농민이 생산하는 농산물만은 생산비와 무관하게 값이 결정된다. 5월의 햇살과 비는 양파를 키우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위기 수준을 넘어 이제는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봄 가뭄과 폭우·고온이 이어지면서 양파밭은 병충해로 망가지고 수확량도 급감하고 있다. 양파값에 생산비와 생산량이 반영돼야 소득을 기대할 텐데 정부는 가격을 낮추고, 양파 성출하기에 수입까지 하는 식의 거꾸로 정책을 펴고 있다.

양파 농사는 9월에 파종하고 모종을 키운 뒤 10월 말에서 11월 초순경 정식한다. 제초작업, 방제, 수분관리 등을 거쳐 5~6월에 수확하는 작형이 가장 일반적이다. 수확을 해 바로 판매하거나 저장한 상태에서 다음 양파가 생산될 때까지 판매한다. 재배기간이 8개월이 되고 1년에 한 번만 짓는 게 양파 농사인 것이다. 양파를 수확하는 5~6월은 양파 수매가와 기후변화에 민감해지기 마련이다. 수확 작업에 필요한 인건비 또한 가장 높다.

1년 땅을 일군 수고로움이 농산물값에 온전히 보전돼야 내년에도 양파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 국가는 농민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그런데 농민들이 가장 기뻐해야 할 양파 수확기에 양파를 수입해 시장가격을 떨어뜨리는 정부 정책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여 이런 정책의 배경이 부자감세, 1년 18조원에 이르는 무기 구입에 따른 재정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진정 밥상물가를 잡으려거든 폭등한 농업생산비를 전액 지원하고 기후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농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자 농민도 소비자 도시민도 모두 혜택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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