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중고’ 겪는 양파 농가, 정부 향해 날선 비판 지속

성출하기 수입에 TRQ 확대도 모자라 서리피해까지 악재 겹쳐
수입 중단 및 피해 대책 마련·생산비 보장되는 수매가 결정 등 촉구
정부 ‘TRQ 확대 강행 의지’에 ‘유통구조 근본 개선’ 강조하기도

  • 입력 2023.05.21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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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5일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2023년산 양파 적정 수매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지난 15일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2023년산 양파 적정 수매가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유례없는 성출하기 양파 수입도 모자라 정부의 저율관세할당물량(TRQ) 확대 정책, 서리피해로 인한 생산량 감소 우려까지 거듭된 악재가 양파 생산 농가를 덮쳤다. 이에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회장 남종우, 양파협회)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와 △TRQ 양파·마늘 수입 중단 △공공비축 확대를 통한 선제적 수급대책 마련 △주요 채소를 대상으로 한 전략작물 직불제 실시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매가 결정을 촉구했다.

지난 15일 양파협회가 서남부채소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유는 서남부채소농협이 양파·마늘을 포함해 노지채소를 취급하는 전국 유일의 품목협동조합이기 때문이다. 양파협회에 따르면 매년 양파가격은 서남부채소농협의 수매가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서남부채소농협에서 양파 수매가를 결정하면 전남과 경남·북 등에서 차례대로 수매가를 결정하는 구조인 셈이다. 아울러 농협 수매가가 결정되면 유통상인들이 현장에서 양파 매입을 시작하기 때문에 서남부채소농협의 양파 수매가는 생산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양파협회는 유례없는 성출하기 지속적인 수입 양파 공고와 저율관세할당물량(TRQ) 2만톤 증량 개정안까지 발의된 현실을 짚으며, 폭등한 생산비와 물가인상률 등을 반영한 2023년산 양파 가격 보장을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지난 15일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밝혔다. 양파협회가 요구하는 올해 양파 적정 수매가는 20kg 한 망 기준 2만원 이상이다.

남종우 양파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름값을 포함한 모든 자재값이 폭등했음에도 정부는 변변한 대책 하나 마련하지 않고 있으며 농산물 가격이 저렴할 땐 나 몰라라 하고 조금이라도 비싸지면 소비자 물가를 핑계로 TRQ 수입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양파 수매가를 지난해 서남부채소농협 수매가(20kg 한 망 기준 1만6,000원)보다 낮은 1만3,000원으로 동결하려고 시도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 등으로 세계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에서도 수입 예산만 확대하고 있다”면서 “남도엔 지난달 말과 이달 초 서리피해까지 극심해 적정가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농가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클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에선 수매가를 낮추려는 구상을 내비쳐 기쁜 마음으로 가득해야 할 수확기 농민들의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파협회는 “지난해 서남부채소농협은 양파 20kg 한 망을 1만6,000원에 수매했지만 정부는 양파 수매가를 높게 주는 농협에 불이익을 주겠다며 양파 취급 농협을 옥죄는 일을 한 바 있다”면서 “조합원인 양파 농가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농협에선 이를 수매가에 반영하고 싶어도 정부 눈치가 보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중간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안다. 이에 오늘 기자회견은 농협과 반목하며 싸우기 위함이 아니라, 농협과 농민이 같이 살 수 있는 양파 수매가 결정을 위해 농민들이 농협과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해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후 양파협회는 배정섭 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에게 ‘물가 인상률과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한 양파 수매가 결정’ 등의 내용을 담은 농가 요구안을 전달했으며, 배 조합장은 “농민들의 요구안을 심사숙고해 수매가 책정에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양파협회는 적정 수매가 결정을 위한 활동과 더불어 정부의 수입 일변도 정책에 대한 비판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11일 집회를 개최한 이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가 12일자 설명자료를 통해 ‘6월부터 생산되는 양파는 고온 등 기상악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저율관세할당물량(TRQ) 2만톤을 증량할 계획이지만, 도입 시기 및 물량은 향후 양파 생산량을 고려해 신중히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밝히자 양파협회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생산자들의 요구를 재차 전했다.

양파협회는 “지난해 저장양파 재고량이 많아 4월과 5월 중생양파 가격이 대폭락했고 농가 피해가 극심했는데, 정부는 양파가격이 대폭락했던 당시 가격과 올해 4~5월 가격을 비교하며 그때보다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수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수입으로 양파 출하기 시장 가격을 낮추는 것은 양파 농가를 위한 것도 아니고, 소비자를 위한 것도 아니며 출하기 낮은 가격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대형유통·저장업체뿐이다”라며 “수입 양파 소비 활성화를 위해 TRQ 수입을 강행하고 국산 양파가격을 하락시키는 정부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가락동 도매시세와 달리 소비자의 양파 구입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도 지적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양파협회는 “폭등한 생산비와 달리 냉해로 수확량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당연히 올해 수매가가 지난해보다 인상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파 수입을 강행하며 농협의 수매가 결정에 관여하는 정부는 농민을 두 번 죽이는 것이다”라며 “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적정가격으로 ‘국산’ 양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만생 양파 서리피해 ‘심상찮다’

지난 15일 양파 생산 농민이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일원의 서리피해 포전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5일 양파 생산 농민이 전라남도 무안군 현경면 일원의 서리피해 포전을 둘러보고 있다.

 

수입 걱정과 가격 우려도 모자라 전라남도 무안군과 신안군, 함평군 등을 비롯한 경상남도 등의 만생 양파 서리피해 역시 그 규모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5일 기자회견 자리에선 전남 지역의 만생 양파 서리피해 현황도 함께 공유됐는데, 김덕형 양파협회 무안군지회장은 “4월 27일과 28일 양일간의 된서리와 5월 1일 서리, 그리고 5월 5일의 대규모 강우 이후 고온이 계속돼 구 비대기 양파의 피해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 무안을 비롯해 인근 신안군과 함평군 등의 피해가 극심하며, 심한 경우 70% 이상 피해를 본 곳도 있는데 농민들은 지금도 피해를 완화하기 위해 방제와 관수 등을 지속하고 있지만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라며 “지자체 등에선 현장을 둘러보고 세균성잎마름병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병이 발생한 근본 원인이 자연재해에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리피해 이후 30℃ 넘는 고온이 지속됐기 때문에 구 비대를 위한 지상부 광합성도 불가하고 뿌리도 피해를 크게 입어 수확을 해도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지회장에 따르면 농민들은 생육 회복을 위해 방제와 관수 등에 평년 대비 곱절의 노력을 쏟아붓는 상황으로, 안 그래도 급등한 생산비에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농민들은 재해 대책과 더불어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수매가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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