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일변도 농정에 양파·마늘 생산자단체 ‘정면투쟁’ 선포

전국 마늘·양파 농민들,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서 대규모 집회

유례없는 성출하기 대규모 수입 소식에 농번기 바쁜 일정 뒤로 한 채 상경

TRQ 양파·마늘 수입 중단·공공비축 확대 통한 선제적 수급대책 마련 요구

  • 입력 2023.05.14 18:00
  • 수정 2023.05.15 06:36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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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 및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양파 마늘 수입 즉각 중단! 생산비 보장! 전국마늘양파생산자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생산비 보장 및 수입 중단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함성을 지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한낮의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와중에 전국 양파·마늘 재배 농민 약 1,500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 아스팔트에 모여 윤석열정부의 수입 일관 농정에 거센 규탄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유례없는 성출하기 양파 수입 공고도 모자라 농번기 바쁜 틈을 타 양파 저율관세할당물량(TRQ)을 2만톤이나 증량하는 내용의 개정안까지 입법 예고하자 농민들은 “소비자 물가 운운하며 농업과 농민을 희생양 삼는 정부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양파·마늘 TRQ 수입 전면 중단과 공공비축을 활용한 선제적 양파·마늘 수급 안정 대책 수립,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을 반영한 양파·마늘 공정가격 보장 등을 요구했다.

남종우 (사)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윤석열정부는 출범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농업예산을 대폭 삭감하더니 이제 모든 농수축산물을 소비자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다. 농업예산 확대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양파값을 잡겠다, 농산물값을 잡겠다는 등 농업 죽이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상태다”라며 “전쟁과 이상기후로 전 세계에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윤정부는 식량주권 포기로 전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양파 성출하기 TRQ 수입까지 강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남 회장은 “윤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그간 농민들에게 ‘일방 행정이 아닌 농민들과 농민단체 목소리가 반영되는 수급대책을 시행하겠다’. ‘국내 양파 생산농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게 수입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 ‘양파 TRQ를 수입할 때에는 생산자단체와 양파 수급위원회를 거쳐 논의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또다시 자행된 양파 TRQ 수입으로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졌고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네 차례나 수입 공고를 내더니 기존 2만645톤의 두 배에 가까운 4만645톤으로 TRQ 물량을 증량하는 개정안마저 조용히 입법 예고한 상태다”라며 “윤정부는 수입 농산물로 물가를 잡겠다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당장 폐기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는 농민의 현실을 바로 봐야 한다. 농민들은 무대책과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윤정부 농정이 실패했음을 오늘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며 기후·전쟁·식량·민생위기 등 각종 위기가 난무하는 지금 수입 농산물에 의존하는 구태 농정에서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는 윤정부에 투쟁을 선포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창수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윤석열정부는 재벌기업 법인세를 깎아주고, 팔리지 않는 건설회사 아파트를 사주고, 수입 원가 올랐다며 과자·라면·생필품가격을 다 올려도 입 하나 뻥끗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농산물 가격만 잡지 못해 안달이다”라며 “정부는 마늘 재배면적이 늘었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고, 이는 마늘을 많이 심은 농민 탓이라고 말한다. 정부 말대로면 적게 심긴 양파가격이 올라가는 것도 당연하지만 윤정부 농정은 재배면적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면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재배면적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 즉각 수입해 잡지도 못하는 소비자 가격을 잡겠다고 난리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농정에는 공정과 상식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회장은 “지난해 정부가 수입한 마늘 1만톤은 소비되지 못한 채 창고에 쌓여있으며, 창녕에 있는 공판장에선 풋마늘 경매를 하지 않겠다는 문자를 농민에게 보내고 있다. 전국 마늘 포전거래는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채 중단된 상태다”라며 “마늘 농민들은 지난 2019년 때와 같은 마늘값 대폭락과 소득 감소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농민들은 하루하루가 불안한데 윤석열정부는 뒷짐만 지고 서서 마늘 경매가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농민들은 더이상 윤정부를 참고 기다릴 수 없으며 올해 양파·마늘 수급대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정권을 심판하고 주산지 국회의원을 싹 갈아엎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하원오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상임대표(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는 “한 달 전쯤 조생양파 수확이 시작될 때 농민들 입에서 올해 그럭저럭 생산비는 건질 수 있겠단 얘기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TRQ 수입 얘기가 나오고 있다. 다른 국가 아무도 지키지 않는데 우리 한국만, 윤석열정부만 WTO를 앞세워 쌀 수입하고 소고기 수입하고 모든 농축수산물을 수입으로 채우려 한다”면서 “농민은 죄인이 아니다. 이제 농민들 편 아닌 대통령도 필요 없고 농림축산식품부도 필요 없다. 이 바쁜 농사철에 서울까지 올라온 우리 농민들 심정을 저들은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 농업을 지켜내고 농업이 잘못되는 길을 기필코 막아내 농민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전했다.

양옥희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역시 “3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농민들이 외치는 구호에 한 치의 변함이 없다. 농업 현실에 미래가 없는 것이다. 고쳐 쓸 수 없으면 바꿔야 한다. 이대로면 윤정부 남은 4년 절대 버틸수 없다. 오늘을 선전포고 삼아 농민, 노동자, 빈민 모두 다 함께 뭉쳐 투쟁을 전개하자”고 힘을 보탰으며,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는 소비자를 대표해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조항을 어기고 국민의 먹거리 안정을 위협하고 있으며 지속가능할 수 없는 대한민국을 조장하고 있다. 쌀값 폭락에 대응하려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우리 농업을 부정했고 농업 포기를 부추겼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무엇보다 식량안보가 최우선돼야 우리나라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농민이 더 이상 농사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해 농사를 포기하지 않도록,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우리 고유의 먹거리 정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선 중간중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 농민들의 거친 발언이 쏟아지기도 했다. 바쁜 농번기임에도 일손을 내려놓고 이른 새벽 상경 버스에 오른 농민들은 윤정부를 향한 수위 높은 규탄을 멈추지 않았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상경길에 올랐다는 농민 오관용(전남 해남)씨는 “마늘 수확 전인데도 벌써부터 업자들이 인건비를 16~17만원까지 부르고 있다. 미리 계약 안하면 인력을 대주지 않겠다고도 한다. 인건비를 비롯해 생산비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농산물 가격은 폭락하는 데도 이 나라 정부는 그걸 모두 방관하고 있다”라며 “이쯤 되니 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니라 중국의 한국지사장쯤 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중국에서 농산물을 그렇게 수입하며 우리나라 농민들이 죽어가는 걸 방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씨는 “지난해 농민들은 마늘 1kg에 4,000원을 받았는데 소비자는 1만2,000원을 주고 사 먹었다 한다. 전적으로 유통정책 잘못 만든 농림축산식품부 잘못이다”라며 “유통과정을 복잡하게 해 소비자들은 비싼 값에 사먹게 하고 농민들은 손해보게 만든 거다. 유통구조 개선해서 농민들이 농산물 제값 받고 팔 수 있게 하고 소비자는 적당한 가격에 농산물 사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파·마늘 재배 농민들은 요구안에 손도장을 찍는 상징의식을 진행한 뒤 결의문을 낭독했다. 농민들은 농업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양파 수입 중단 및 마늘 수급대책 마련 △2023년산 양파 5만톤·마늘 3만톤 비축 △생산비와 물가 인상률 반영한 양파·마늘 공정가격 보장 △양파·마늘 포함한 주요 채소 전략작물 직불제 실시 △양파·마늘 TRQ 수입 전면 중단 등을 촉구하며 “정부가 농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거부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거부 운동에 동참할 것이며 내년 총선에서 전국 농민들이 똘똘 뭉쳐 정권 심판의 길 제일 선두에 설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농민들은 대회 말미에 김태호·서삼석 국회의원이 지난 10일 배포한 수입 중단 요구 보도자료와 서삼석 의원이 대회 당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발송한 수입 중단 공문에 대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편 양파·마늘 생산자단체는 이날 투쟁 이후로도 정부가 농민들의 요구에 무대책으로 일관할 경우 주산지 시·군 국회의원 사무실에 양파와 마늘을 야적할 것이며 농번기가 끝난 7월 초 상경집회를 추가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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