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마늘 1kg에 3,100원, 헐값 명세서에 한숨만 ‘푹’

  • 입력 2023.07.09 18:00
  • 수정 2023.07.09 18:1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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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인근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박윤환(86)씨가 경매장 한 편에 쪼그리고 앉아 마늘 경락가가 나타나는 전광판을 응시하고 있다.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올해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이 열린 가운데 인근에서 마늘 농사를 짓는 박윤환(86)씨가 경매장 한 편에 쪼그리고 앉아 마늘 경락가가 나타나는 전광판을 응시하고 있다.
마늘 1만5,000여망이 쌓여 있는 경매장 통로마다 자리를 잡은 농민들이 경매장 전면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나타나는 경락가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마늘 1만5,000여망이 쌓여 있는 경매장 통로마다 자리를 잡은 농민들이 경매장 전면에 설치된 전광판을 통해 나타나는 경락가를 지켜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경매장 전광판에 마늘 상·중·하품에 대한 경락가가 나타나고 있다.
경매장 전광판에 마늘 상·중·하품에 대한 경락가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마늘 20kg이 담긴 붉은 망을 겹겹이 쌓아 올린 경매장 한 편에 한 농민이 쪼그리고 앉았다. 두 손으로 턱을 괸 얼굴에 주름이 여러 갈래로 도드라지고 눈두덩이 속 움푹 파인 두 눈이 정면을 응시한다. 이윽고 경매장 전면에 설치한 전광판에 마늘 경락가가 하나둘 표시되자 한숨인 듯 아닌 듯 내쉬는 숨과 함께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값이 너무 헐어. 이러면 생산비도 안 나와. 어림없지. 올해 (마늘) 농사지은 사람 중 손발 드는 사람들이 쌨지 싶을 정도여.”

지난 1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 2023년산 햇마늘의 첫 경매를 알리는 초매식을 찾은 농민들은 경매가 시작되기 전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삼삼오오 모여 마늘의 품질을 살피며 대화를 이어갔다. 국내 최대의 마늘 생산지인데다가 전국 햇마늘 가격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규모가 있는 탓에 농민들의 이목은 초매식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경매장 분위기는 깊은 탄식과 함께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밑천 다 들어갔는데 (값이) 이러면 안 되는 기라.” “(수확기에) 비 오는 바람에 인건비는 배로 들어가고 수확량도 줄었는데 농사짓는 사람만 골병드는 기지.” “한 망에 7만원을 받아도 남는 기 없어. 다 본전치기라.” “농민들만 죽어라죽어라 하는 기지.”

대서종 상품 1kg 경락가 3,000원대, 중·하품의 경우 2,000원대와 1,000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자 일말의 기대를 안고 경매를 지켜보던 농민들은 한두 마디씩 푸념을 털어놓으며 썰물 빠지듯 경매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경매장 한 귀퉁이에서 말없이 전광판을 바라보던 양종남(76, 유어면 광산리)씨도 “욕심이야 한정 없지만 (20kg) 한 망에 10만원은 나와야 되는 긴데…. 이러면 안 되는 기라. 저 가격이면 인건비도 안 돼”라며 예상치 못한 경락가에 답답함을 내비쳤다.

창녕농협에 따르면 이날 대서종 상품 1kg 평균 경락가는 3,100원. 지난해 대서종 상품 1kg 평균 경락가 5,573원에서 39%나 하락한 수준이다. 게다가 경매가 이뤄진 1만5,000여망 중 9할이 대서종이다. 앞서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과 조해진 국회의원 등이 초매식의 상징의식처럼 첫 경매 버튼을 누른 대서종 1kg 상품의 경락가는 7,000원이었다. 농민들의 오랜 바람이 담긴 상징적 가격이라고 한들, 희망 섞인 탄성이 절망 섞인 탄식으로 바뀌기까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안쓰러운 눈빛으로 붉은 망에 담긴 마늘을 살피며 경매를 지켜보던 박윤환(86)씨는 “농사 쪼매 밖에 안 짓는 나 같은 사람이야 별수 없다 쳐도 농사 많은 이들은 힘들겠어. 올해는 (가격이) 좀 많이 헐지 싶으네. 정말 걱정이여”라며 씁쓸해했다.

겨울 냉해, 봄 가뭄, 수확철 연이은 폭우 등 이상기후로 농사짓기에 너무 힘겨웠던 한 해를 보낸 마늘 재배 농민들의 우려가 결국 현실로 나타났던 지난 1일,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의 무겁고도 침울했던 분위기를 사진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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