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을 촉구한다

  • 입력 2023.09.24 18:00
  • 수정 2023.09.24 20:4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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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이 어느덧 선선한 날들로 바뀌어 버렸다. 비가 내린 후 훌쩍 가을로 넘어가 버린 계절의 변화 속에서 본격적인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손은 더욱 바빠졌다. 강원도 철원의 황금빛 들녘에선 이미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됐고 얼마 남지 않은 추석 차례상에 올려질 햅쌀을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먹거리를 생산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고가 들어가는지, 얼마나 많은 생산비용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대다수 소비자는 아마 잘 알지 못할 것이다.

식료품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에 나가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 그리고 쌀, 콩, 감자, 고구마 등이 있다. 농작물에 매겨진 값 대다수가 농가 수취가격이 아니라는 것과 농작물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소비자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현재 농민들은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값 하락으로 이중의 고통을 받고 있고 이는 농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농지와 농민의 노동력이다. 농민의 노동력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작물이 자라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농자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료, 농약, 멀칭비닐, 그리고 농기계를 작동하기 위한 유류, 하우스 등의 난방이나 저온저장고를 가동시키기 위한 전기 등 이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농사에 투입되는 이 모든 것을 구입하고 이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우리는 생산비라고 부른다. 생산비에는 자가노동비부터 고용노동비, 임차료, 각종 농기계와 건물의 감가상각비까지 모든 비용을 포함해 산정해야 한다. 하지만 대체로 농민들은 자가노동비나 감가상각비까지는 비용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지 않아도 지금 당장 투입되는 종자, 비료, 농약, 비닐, 난방비, 전기료 등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이 투입자재 비용만 해도 농민들에게는 벅차다.

농업생산비는 최근 몇 년 동안 농민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나타나는 공급의 불안정, 가격 급등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불리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해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81.5%를 외국의 식량과 사료에 의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입의존국이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라 국내에서 작물을 생산하는데 꼭 들어가야 하는 비료 등의 원재료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따라 불안요소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비료 연간 소요량은 143만9,000톤 정도인데 2022년 비료 수입량은 감소했지만 수입액은 전년 대비 6억649만9,000달러, 75.5% 상승했다. 요소 가격은 전년 대비 96.2%, 암모니아는 67.4%, 염화칼륨은 201.9% 상승했다. 개개인이 감당하기엔 불가능할 정도로 생산비가 급등한 탓에 농민들은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을 시작했다.

이미 경북, 충남에서는 주민조례청구를 시작했고 전북에서는 농민단체와 전문가, 도의원이 함께 만든 조례가 완성단계에 있다. 영농활동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민 속에 만들어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는 농업의 재생산과 농가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길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이번 조례로 기후위기 시대에 맞게, 지역의 자원순환을 중심에 둔 농정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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