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에 뛰어든 경북·전북·충남 농민들

경북도, 주민청구 서명 진행·전북도, 11월 도의회 상정 목표

충남도 9개 시·군 농민회,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에 가속도

  • 입력 2023.10.05 19:12
  • 수정 2023.10.07 23:07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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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농가경영 안정 및 농가소득 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조례는 여럿 있지만, 주요 농자재 지원을 명시한 조례는 거의 없다. 현재 시행 중인 사업은 강원도 반값 농자재 지원, 전북 전주시 농자재 반값 지원사업(2023년 6억원 투입)이며, 지난달 19일 공주시의회에서 통과된 ‘공주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임달희·김권한·서승열 의원 제안)’에 그친다.

이에 지역 농민들이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농업생산비는 폭등했지만, 농업소득은 크게 줄어 농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생산비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이어진 결과다.

경북과 전북, 충남지역 농민들이 대폭 오른 농업생산비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으로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 농민들이 밭 두둑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경북과 전북, 충남지역 농민들이 대폭 오른 농업생산비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으로 농자재 지원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에서 농민들이 밭 두둑에 비닐을 씌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현재 경상북도·전라북도 농민들은 도 조례, 충청남도 농민들은 시·군 조례 제정에 나섰다.

경북도는 도내 7개 농민단체 연합인 ‘경북 농민의 길’이 주민조례(발안) 청구로 ‘경상북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경북 조례안)’ 제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온라인 서명(홈페이지 ‘주민e직접’에서 서명 가능)에 돌입했고, 현장 서명도 곧 시작된다. 6개월 안에 경북도민 1만5,067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도의회에 상정될 수 있다.

경북 조례안은 농업경영체 등록 농가에 비료·농약·비닐·사료 등(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음) 필수농자재 구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농지 면적이나 품목 제한 없이 농가 당 매년 정액(경북도 농·어민수당인 연 60만원 이상으로) 지급한다. 고령농과 소규모 농가가 집중된 경북 지역의 특성이 반영됐다. 매년 상반기 중 지역화폐나 지역사랑카드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경북 조례안의 표면적 내용은 농업생산비 지원이지만, ‘농업인의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보장해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조례의 목적)’한다는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북 농민의 길이 ‘농민이 존재해야 농업이 가능하다’는 정신에 따라 ‘땅을 일구는 자라면 누구나 농민’이란 기준으로 정액 지원을 표방하고 있어서다.

‘전라북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전북 조례안)’은 도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북도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오은미 도의원을 필두로 한 전북도의회가 마련한 조례안은 11월 상정을 목표로 정비 중이다.

전북 조례안의 목적은 ‘농업 재생산 활동 보장’과 ‘농가경영 안정 기여’다. 지원 대상 농자재 가격이 최근 5년 동안 최고·최저 가격을 제외한 평균 가격의 5% 이상 오를 때 필수농자재 지원 심의위원회가 지원 대상자, 지원 품목 등 관련 사항을 결정한다. 필수농자재 이용 카드로 농가가 원하는 농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한다.

눈에 띄는 건 ‘경축순환 농업 활성화’를 강조한 점이다. 전북 조례안은 ‘전북 지역 자원의 원활한 공급과 순환을 위한 도지사의 노력’과 ‘지역에서 자원화한 퇴·액비를 이용해 경축순환 농업을 이루도록 하는 농민의 노력’을 각각 책무로 명시했다. 아울러 조례에 따른 정책이 농가 생산비 절감과 경영 안정에 기여했는지를 점검하는 평가와 실태조사 등 사후관리 규정을 명시한 점도 특징적이다.

충남도 농민들은 현재 시·군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경북·전북과 달리 필수농자재에서 ‘필수’를 뺀 ‘농자재’ 지원 조례로 명명했다는 게 특징이다. 농업 환경과 업종이 다르므로 ‘필수’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투입한 농자재 비용의 50%를 지원하되, 최대 상한선은 100만원 선을 기준으로 시·군별 특성에 맞춘 내용으로 구성된다.

현재 예산군은 주민조례(발안) 청구로 주민 서명을 진행 중이며, 당진시는 수일 내로 청구를 신청할 계획이다. 두 지역은 오는 12월 안에 시·군의회에 청구인 서명부 제출(지방의회의장이 이를 심의해 각하하거나 의회에 부의함)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령시는 조장현 시의원이 반값 농자재 지원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고, 지역 농민단체들도 이에 힘을 싣고자 논의 중이다. 임선택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사무국장에 따르면, 산하 농민회가 있는 도내 10개 가운데 9개(시의회 가결된 공주시 제외) 시·군에서 조례 제정을 시도한다. 논산시·부여군·서천군·아산시·천안시·청양군농민회가 현재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충남도연맹은 이에 기초해 장기적으로는 충남도 조례 제정도 내다보고 있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생산비 보장을 통한 농업 재생산과 농가소득 보장 방안 연구(9월 19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심포지엄 발표 자료)’에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는 농가의 생산비 부담을 덜어주는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라며 “조례의 방향은 자원의 순환, 지역의 자율성, 농가 후생 증대, 공공성 실현, 수혜자 간 형평성”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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