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필요로 하면 무엇이든’, 필수농자재 지원조례 첫 제정

인터뷰 l 임달희 공주시의원

  • 입력 2023.11.03 09:28
  • 수정 2023.11.03 10:43
  • 기자명 김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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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가 처음 제정됐다. 9월 19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지역 의회를 통과한 ‘공주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임달희·김권한·서승열 시의원 제안)’은 지난달 4일 시행에 들어갔다. 생산비 폭등에 허덕여 온 공주시 농민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이게 됐다. 다른 지역에서도 농민들이 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공주시처럼 발 빠르게 응답한 지역은 없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임달희 의원(48, 더불어민주당)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 ‘시민이 필요로 한다면 아무것도 따지지 말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지역에서 ‘해결사’로 불린다는 그를 지난달 31일 만나봤다. 김수나 기자

임달희 공주시의원. 공주시의회 제공 
임달희 공주시의원. 공주시의회 제공 

첫 조례라 의미가 크다. 계기는?

2023년도 제2회 추경예산 심의 때 보니, 공주시 농업예산이 다른 시군보다 현저히 적었다. 최근 5년 치 농업예산도 점점 감소세였다. 농업예산 구성비(2022년 최종 세출 기준)를 보면 공주시 농업예산은 충남도 15개 시군 가운데 12번째다. 가장 많은 부여군은 24.16%인데 공주시는 9.45%다. 농가 인구도 별 차이가 없다(공주시가 부여군보다 300여명 더 많은 2만여명). 예산군도 2만여 명인데 18.7%다.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예산 심의하면서 농업정책과와 예산팀에 ‘농업예산이 너무 적다. 중간은 가야 할 거 아니냐’고 따졌다.

쌀값도 너무 떨어져서 어느 정도 가격 기준을 정해 그 이하가 되면 보상하는 조례도 생각하고 있었다. 농자재값이 너무 비싸니 쌀값이 올라도 자잿값 빼면 남는 게 없는데 쌀값마저 떨어진 거다. 농업예산을 올릴 방안을 고민하며 공주시농민회에 연락했다. 마침 농민회도 생각한 게 있다기에 지난 7월 간담회를 했다. 농민들은 농자재 지원을 제시했다. 벼농가 지원까지 같이 해보자 했더니 더 좋아들 하셨다. 그렇게 조례 두 개(필수농자재 지원조례와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 조례)를 만들게 됐다.

보통 촉구할 게 있으면 농민들이 먼저 의회를 찾지 않나.

평소에도 농민회와는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 많이 소통하는 편이다. 농민회가 필요로 하는 사업인데 행정이랑 부딪히다 보면 안 되는 것들도 있잖나. 그러면 같이 가서 이야기하고, 설득해서 예산을 세워주기도 한다.

제정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조례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비료 등을 지원하는 사업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명백한 법적 근거를 만드니 집행부도 진작 만들었어야 한다며 감사해했다. 다른 의원들도 전적으로 찬성해서 쉽게 통과됐다(공주시의원은 모두 12명으로 여야 구성은 1:1). 처음에 집행부가 예산 때문에 많이 걱정했는데, ‘예산 심의할 때 기획감사실 예산팀에도 허락받았고 농업기술센터 소장님과 농업정책과장님도 다 인정하지 않았느냐. 시군에서 12번째인데, (농업예산 적다고)다 인정해 놓고 딴 소리 하느냐’라고 설득했다.

벼 재배농가 조례는 정부 시책(벼 생산을 줄이고 논 타작물로 전환 유도)과 맞지 않는다면서 농업정책과가 안 하려고 했다. ‘서울에 트랙터 끌고 시위하러 가는 농민들은 왜 하겠나. 먹고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농민들 어떻게 보상할 거냐’라고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음 회기 때 논 타작물 지원 조례(현재 준비 중)도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농업정책과 걱정도 해결되고, 벼 재배농가는 벼농사 계속 짓거나 타작물로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도 있잖나. 그렇게 설득해 냈다.

조례 제정에 대한 적극성뿐 아니라 농업에 애정도 큰 것 같다. 왜인가?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공주시 우성면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비오는 날이 너무 좋았다. 워낙 가난해서 비가 안 오면 매일 일해야 했다. 일할 게 없으면 나무라도 하러 가야 했다. 중학생 때부턴 새벽에 일어나 논에 ‘로터리치고’ 학교 갈 정도로 굉장히 일을 많이 했다. 부모님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시는 걸 보고 자라서 농민들이 얼마나 힘든지 정말 잘 안다. 여태까지 해본 일 중 농업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다. 돈도 안 되지….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조례안 제안 이유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라는 문구가 담겼다. 농민에 대한 시혜성 정책이 아닌 농업의 근본 가치가 강조된 거다. 하지만 현실은 농업을 홀대하지 않나?

말과 실제 행동이 달라선 안 된다. 법을 만드는 이들은 시민이 정말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서 해소해 주고 정책으로 실현해야 한다. 농업은 우리 생존의 최고 필수조건이다. 농업이 발전하려면 중앙이든 지방정부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농민의 필요에 맞춰 어떤 일이든 해줘야 한다. 다른 지자체는 주민들이 조례 제정에 직접 나선다는데 모르는 걸 배워가면서 하려면 어려움이 많고 일일이 동의도 받아야 하니 오래 걸린다. 시군 의원들이 먼저 나서주면 조례 제정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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