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파리 도심에 트랙터가 가득 찼다. 그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프랑스 농민들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즉석에서 토론하는 모습은 더 기억에 남는다. 농민과 대통령의 즉석 만남이 이뤄졌다는 점이나, 즉석 토론이 2시간 동안이나 이뤄진 점 등은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모습이었다. 트랙터 시위로 시작된 유럽의 농민투쟁은 농산물 가격 대책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과 엘리제궁 초대까지로 이어졌다. 유럽 농민의 트랙터 시위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는 무엇일까?몇 달 동안 이어졌던 유럽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로 그들이 말하고자 하
병호는 대거리하는 기범이를 만류하며 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러나 양반가의 자제를 호종해온 사노와 선접군이 소매를 걷고 일어나더니,“오냐, 이놈아. 오늘 한양 맛 좀 보아라.”하는데 병호가 나서서 허리를 숙였다.“미안하게 됐습니다. 대신 사과할 테니 시험이나 무탈하게 치릅시다.”“겁은 되우 나는 모양일세.”텁석부리가 사람을 아래위로 훑고는,“내 그쪽은 봐줄 테니 비키시오.”하면서 병호의 어깨를 떠밀었다. 그러나 쇠말뚝처럼 꿈쩍 않고 버티자 무뢰배의 눈이 꼿꼿해졌고 지켜보던 기범이가 다짜고짜 면상을 콱 박아버렸다. 기범이의 갓이 우그러지
사람에게 한 가지 음식만 계속 먹으라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밥도 먹고, 채소도 먹고, 고기도 먹어야 한다. 건강의 기본은 다양한 영양분을 다양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다.사과 꽃은 충매화이다. 화분 매개 곤충이 없으면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자가불화합성(自家不和合性) 식물로 같은 꽃이나 같은 그루의 다른 꽃 화분이 수분하여도 여러 가지 이유로 수정하지 않는다.그래서 옛날부터 사과밭에는 수분수(受粉樹) 역할을 할 수 있는 여러 품종을 혼식해 왔다. 이와 함께 벌과 곤충들이 공존하면서 수정을 도왔다. 그런데 요즘
해마다 오월 초순이면 한반도의 남쪽부터 꽃을 피우며 북상하는 철쭉은 이 땅의 봄이 깊어간다는 걸 알리는 파수꾼이다. 이즈음 지리산 자락 바래봉과 형제봉에서 철쭉제가 열린다. 하지만 필자는 철쭉이 활짝 필 무렵이면 뒷동산 마실 가듯이 황매산을 오른다.그것도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 오른다. 철쭉을 배경으로 황매평원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천왕봉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노을에 물들어 가는 장쾌한 지리산 주 능선을 바라보는 그 감동은 말로써 형언하기 어렵다.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볼 때 더 아름다운 지리산임을 확인할 수 있다.철쭉의 어원은 한자
지리산의 봄은 코로나19 파동과는 무관하게 해마다 연초록 새순과 온갖 꽃들로 숲을 화려하게 장식해 왔지만 이번 봄은 2020년 이후 마스크로부터 해방된 첫봄인지라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그동안의 억눌림을 봄꽃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한다.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이나 구례 산수유마을 그리고 홍매로 유명한 화엄사는 말 그대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2023년의 봄이다. 그리고 만나기 힘들긴 하지만 봄의 진객인 노루귀나 바람꽃 등을 찾아 깊은 산속을 헤매는 들꽃 애호가들이 SNS에 올리는 화려
부엌 앞 장독대 항아리 밑으로 손톱만한 크기의 어린 쑥들이 올라왔다. 쑥국을 끓이거나 쑥떡을 해먹으면 좋겠다. 하지만 북쪽 지리산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인내심을 가지고 좀 더 기다려야 한다. 올라온 쑥을 보고 반기는 것은 어쩌면 긴 겨울을 견디며 기다리던 봄을 만난 것 같은 마음에서일 것이다. 그래서 봄을 만나러 남쪽으로 내려간다. 특히나 바다를 끼고 있는 곳으로.서울의 정남쪽에 있다고 하여 정남진이라 불리는 장흥의 오일장을 만나러 나섰다. 들이 넓고 산도 좋은데 바다도 면하고 있는 곳이라 물산도 풍부하다. 대나무 말고는 초록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매화와 함께 봄의 전령사로 통하는 노란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난 14일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들녘에서 농민들이 감자를 심고 있다. 한편,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던 구례산수유축제가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려 오는 19일까지 산동면 산수유 군락지 일원에서 개최된다.
백일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 꽃 한 송이 한 송이보다는 모여 핀 꽃과 수형이 아름다워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배롱나무는 7월부터 꽃을 피워 가을로 접어드는 9월 말까지 꽃을 매달고 있으니 결코 여름꽃이라고만 할 수가 없다. 본격적 가을로 접어들 때 비로소 그 붉은 꽃들을 모두 떨구어 내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그토록 정열적으로 꽃을 피웠던 지리산의 배롱나무들을 떠올리며 언제나 단명인 가을을 예감해 본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한우의 ‘업사이클링(단순 재활용의 가치를 넘어서는 폐기물 활용)’ 능력을 활용해 그간 쓸모 없이 버려지던 산림부산물을 조사료로 쓰는 방안이 시험대에 오른다. 시범사업이 안착할 경우 산림 당국은 최근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급증하는 산림부산물을 제거하며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고, 한우농가는 재활용 국내산조사료를 통해 사료값 부담을 더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와 산림청(청장 남성현)은 국내산조사료의 다변화 및 산림생태계 보전을 위해 '칡덩굴 제거 부산물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경기도 시흥시 농업의 산실, 호조벌 평야의 보존을 위해 시정에서 계획한 경관 사업이 지역 농민들 사이에서 극심한 반발을 부르고 있다. 시가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 투기가 의심되는 훼손 지역뿐만 아니라 실제 영농이 이뤄지고 있는 논 위의 하우스들까지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지역 시설재배 농민들은 이전 시정에서 영농소득을 이유로 시설재배를 유도했을 뿐만 아니라 국가 농정에서도 쌀 소비량 감소를 강조하며 타 작물 재배를 권장해 온 만큼 이제 와 원상복구를 강제하는 것
지리산의 골골 물들이 엄천강, 경호강, 덕천강을 지나 남강이 되고 그 강물들이 모이는 진양호, 그 진양호에서 봄의 기운을 머금은 푸른 지리산 능선을 바라보다. 동쪽 끝 웅석봉에서부터 서쪽 노고단까지의 그 장쾌한 능선이 진양호 푸른 물빛과 깔맞춤했다. 우수 즈음, 지리산에서 만난 봄의 전령사들을 소개한다.섣달에 핀다는 납매섣달 ‘납(臘)’에 매화 ‘매(梅)’ 납매를 성철스님 생가가 있는 산청 겁외사 근처 묵곡생태숲에서 만났다. 납매는 장미과인 매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꽃받침과로 노란 꽃과 은은한 향기가 겨울에 찾아온 손님 같다고 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본격적인 설 명절 연휴를 닷새 앞둔 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에 위치한 서귀포안성우체국 앞은 인근 농가에서 가져다 놓은 수백여 개의 택배 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동조건 개선,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이 해를 넘겨 이어지며 한라봉과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 출하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자 설 대목을 앞둔 농민들이 우체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에, 설 명절 출하 물량까지 일시에 몰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부천시흥원예농협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전국협동조합노조가 지난 4일 부천시흥원예농협 앞에서 개최한 ‘해고자 원직복직! 땅 투기 의혹 철저 수사! 신용정보법 위반 처벌!’ 기자회견을 통해서다.부천시흥원예농협은 지난 2019년 12월 로컬푸드직매장 건립을 이유로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 39-1 토지(전, 4,740㎡)를 32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앞서 시흥시로부터 로컬푸드직매장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돼 보조금 4억원도 받을 예정이었다.하지만 부천시흥원예농협은 그 터를 1년이 넘게 방치했다. 결국 1년
논두렁에 울긋불긋 꽃이 피었습니다. 한 손에 바구니 끼고 나물 캐러 나온 사람들입니다. 멀찌감치 차를 주차해 두고 논두렁 사이사이 쑥이며 쑥부쟁이며 갓 움터 나온 나물을 캐는 사람들입니다. 마을 할머니들의 놀이터가 어느새 차를 타고 원정 나온 도시 사람들의 놀이터가 되어갑니다. 내가 엊그제 봐둔 곳인데 저 사람들이 벌써 다 뜯어가 버렸다며 원촌댁 할머니가 노발대발합니다. 낼 모레 아들 생일날 해마다 빠지지 않고 새 쑥을 뜯어 떡을 해 보냈었는데 하시며 다른 곳을 찾아 나섭니다. 본촌댁 할머니는 영감님이 냉이국을 제일 좋아해서 지난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비대면이 주요하게 자리 잡자 농촌관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스트레스 해소 및 심신 회복, 건강 증진 등의 긍정적 효과가 최근 입증되며 치유 목적의 농촌관광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농업·농촌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거란 기대감 역시 증폭되는 추세다.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지난해 1사분기 국제 관광객은 2019년 동기와 비교해 약 22% 감소했다. 반면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5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이후 국민여행 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우리농수산식품 모음집(www.holidaygift.co.kr)’을 운영한다. 전국 방방곡곡의 우수 농식품, 특히 추석 선물세트를 망라한 인터넷 사이트다.모음집엔 지자체 및 유관기관이 추천한 우수 농식품과 식품명인 제품 등 200여개가 소개돼 있다. 지자체로부터 추천받은 지역 특산품이 90여개, 농산물품질관리원 등 유관기관의 추천을 받은 제품이 90여개며 순창고추장·안동소주 등 식품명인 제품(29개)과 청년창업농 생산제품(10개)도 포함돼 있다. 조만간 6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코로나19로 인한 대중의 불안과 위기감은 주로 도시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가시적인 피해를 양산했다. 하지만 대중의 시선에서 떨어진 농촌지역에도 음양으로 심각한 피해가 번지고 있다. 그 양상은 도시지역보다 더 복합적이고 전방위적이다.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농산물이라면 최대 대목을 놓친 화훼와 학교급식이 막힌 친환경이지만, 그 외 일반 농산물이라고 상황이 정상적이진 않다. 가정소비가 탄탄한 몇몇 품목이 아니고선 소비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세가 뚜렷하다.지난달 중순 kg당 700원대로 폭락한 대파가 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광양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달 초 열릴 예정이던 매화축제를 취소한 가운데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를 구경하고 있다. 앞서 시는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관광객들에게 매화마을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아무리 철이 늦게 들더라도 꽃 안 피는 2월(음력) 없고 보리 안 피는 3월이 없다더니, 철이 이른 요즘의 남녘은 벌써 꽃들이 만개했습니다. 매화, 산수유를 넘어 진달래, 개나리, 수선화, 벚꽃 등이 피는 것으로 보아 이제 중봄으로 넘어가나 봅니다.꽃 중의 제일은 사람꽃이겠지요. 일전에 드디어 우리 지역에도 여성농민단체가 만들어졌습니다. 제일 값진 꽃이 피어났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게 피어날지, 또 이름값을 할 수 있을 지는 시간이 조금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 일단 기대됩니다.다들 아시겠지만 단체를 새로이 만드는 일 중 제일 어려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경기도 시흥시 호조벌 들판에 대해 시흥시(시장 임병택)에서 생태보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다만 그 동안 해당 사업 추진 시 호조벌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던 측면이 큰 바, 향후 농민을 포함해 범시민적으로 생태보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호조벌은 시흥시 한복판 도창동, 물왕동, 매화동, 은행동 등지에 걸쳐져 있는 150만평 면적의 들판이다. 원래 갯벌이었던 이곳은 ‘승정원일기’에 따르면 조선 경종 1년(1721년)에 둑을 쌓아 대규모 간척지로서 조성됐다.이곳은 저어새 등의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