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인데 … 택배 파업 맞물려 제주 만감류 출하 차질 빚어

한라봉·레드향 상자 들고 온 농민들로 관내 우체국 ‘북적’

  • 입력 2022.01.30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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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서귀포안성우체국 앞에 한라봉·레드향 등 수백여 개의 설 선물용 상자가 쌓여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카트에 실린 상자를 운반차량에 싣고 있다.
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서귀포안성우체국 앞에 한라봉·레드향 등 수백여 개의 설 선물용 상자가 쌓여 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카트에 실린 상자를 운반차량에 싣고 있다.
안덕면에서 만감류 농사를 짓고 있는 송인섭씨가 설 선물용으로 선별 작업을 하다 멈춘 한라봉과 레드향을 들어보이고 있다.
안덕면에서 만감류 농사를 짓고 있는 송인섭씨가 설 선물용으로 선별 작업을 하다 멈춘 한라봉과 레드향을 들어보이고 있다.
송인섭씨가 농장에서 수확하지 못한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송인섭씨가 농장에서 수확하지 못한 한라봉을 살펴보고 있다.
농민들이 가져다 놓은 한라봉이 안덕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에 수북이 쌓여 있다.
농민들이 가져다 놓은 한라봉이 안덕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에 수북이 쌓여 있다.
안덕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에서 직원들이 레드향을 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
안덕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에서 직원들이 레드향을 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본격적인 설 명절 연휴를 닷새 앞둔 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에 위치한 서귀포안성우체국 앞은 인근 농가에서 가져다 놓은 수백여 개의 택배 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노동조건 개선,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전면 파업에 나선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이 해를 넘겨 이어지며 한라봉과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 출하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자 설 대목을 앞둔 농민들이 우체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에, 설 명절 출하 물량까지 일시에 몰리며 말 그대로 ‘물류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설 선물용 감귤 택배 발송을 위해 우체국을 찾은 한 농민은 숫자 75가 적힌 순번표를 내보이며 “번호표를 받은 순서에 따라 접수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나와 기다렸다”며 “내가 아는 택배사들은 설 전 배송이 모두 마감됐다. 보통 (택배를 이용하면) 4,500원~5,000원이면 보냈는데 지금은 한 상자당 7,000원까지 (배송료가) 나왔다. 만감류는 값이라도 좋다고 하지만 2만원 안팎의 밀감은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트럭 적재함에 한라봉을 싣고 와 순번을 기다리던 농민은 “오전에 이미 5톤 차량으로 한 차를 보내고도 (우체국 앞에) 쌓여 있는 게 이 정도”라며 “포장해놓은 만감류는 제때 발송하지 않으면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요금이 비싸더라도 (우체국을 통해) 보낼 수밖에 없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안덕면 덕수리에 위치한 감귤농장에서 만난 송인섭(62)씨도 “지금 들어오는 주문 대부분이 설 선물용인데 명절 전에 도착하게끔 택배를 보낼 수 없어 최근엔 아예 주문을 받지 않았다”며 크기별로 선별 작업을 하다 멈춘 한라봉과 레드향을 꺼내 보였다.

또, 그의 작업장 한 편엔 포장이 완료돼 택배 송장까지 붙인 한라봉과 레드향 상자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송씨는 “하우스에도 수확하지 못한 한라봉이 30%가량 남아 있다”며 “남은 물량은 설 명절 이후에나 작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하루에 약 15톤에 달하는 만감류를 취급하고 있는 안덕농협 농산물유통사업소의 강인호 소장은 “만감류의 경우 설 명절 전에 일정 물량이 나가줘야 수급 조절이 돼서 설 이후에도 괜찮은 가격을 형성할 수 있는데 택배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략 전체 물량의 70% 정도만 소화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우리 농협에서도 하나로유통이나 대형마트, 일반 상회 등으로 꾸준히 출하하고 있지만 물량은 여전히 적체되고 있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8일에 돌입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은 한 달째를 맞고 있지만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여전히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25일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제정된 표준계약서에 ‘당일 배송’, ‘터미널 도착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 과로를 낳는 독소조항들을 포함시켜 또다시 택배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며 “파업 한 달이 다 돼가도록 설 택배대란에 따른 국민 불편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CJ대한통운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이번 설 택배대란의 책임은 CJ대한통운과 CJ재벌 총수 이재현에게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바라건대, 택배노동자도 농민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이 제주에 봄기운을 전하며 활짝 핀 매화처럼 하루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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