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제도의 개선, 더 나아가 친환경농업 정책 전반의 방향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도 이대로는 한국 친환경농업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다시금 모여 목소리를 냈다.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농업의 미래, 친환경농업 혁신의 길을 찾아서’ 토론회는 단순히 친환경인증제도 개선방안 논의단계를 넘어, 친환경농업 자체에 대한 철학의 재고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농민단체, 학계, 생협, 인증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 모두 이 한 가지 사실은 확실히 공유하고 있었다. ‘유기농’에 대한 개념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유기농의 미래는 없다는 것을.정리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발제1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유기농산물의 농약검출 확률은 23%로, 관행농산물의 농약검출 확률인 73%보다 낮다.”미국 2002년 5월 8일 기사 에 나온 내용이다. 이는 당시 미국 농무부와 미국 소비자연맹(Consumer Union)의 실험 결과를 통합한 것으로, 9만4,000개의 표본으로 작물을 분석한 결과 나온 내용이었다.우리나라 언론이었다면 “유기농산물에서도 23%나 농약이 검출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위 기사는 “당신이 농약에 덜 노출되길 원한다면, 유기농을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그 동안 친환경 면에서 가장 많이 다룬 기사 부류 중 하나가 ‘비의도적 농약 혼입으로 인한 친환경 인증 취소’ 관련 사건들이었다. 피해농민들은 자신들이 단 한 번도 농약을 쓰지 않았단 점에서 떳떳했기에, 시료 채취 등의 검사과정을 결코 회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의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된 데 대해, 농민들은 친환경 인증 취소 처분이란 ‘형벌’을 받아야 했다.다음은 최근 각지에서 비의도적 농약 혼입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인증취소, 또는 인증을 회복하고도 막대한 손해를 입었던 농가들의 사례이다. DDT 토양 때문에 인증취소경북 영천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며 유정란을 생산해 온 이몽희씨는 토양에서 검출된 DDT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두 명의 농민이 있다. 평생을 친환경농업 발전에 바치겠단 생각으로 살았고, 주변의 어느 누구도 그들이 친환경농업을 위해 노력했음을 의심치 않았다.이몽희씨는 경상북도 영천시의 산란계 농가로서 유정란을 생산해 왔다. 한국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동물복지형 농장을 운영했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기준이 ‘1평당 29.7마리 사육’인데, 이씨는 그보다 훨씬 적은 1평당 4마리 닭을 평사에서 사육했다. 자연의 이치대로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고 모래목욕도 할 수 있는 방사장을 마련했고, 계사에도 햇빛과 바람이 잘 들게끔 설계했다.그러나 그런 이씨에게 국가는 친환경 인증 취소 처분을 내렸다. 농장의 닭이 낳은 유정란에서 살충제 성분인 DDT가 발견됐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가 친환경농업 인증제를 전면 개편해 철저한 인증관리에 나설 방침을 밝히고 있다. 안전성 검사 확대, 위반 행위 처분 강화 등을 내세운 정부의 친환경농업 인증 개편방향 앞에 토양과 수질개선 등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 맹독성 농약을 쓰지 않은 안전한 농산물 생산 등 친환경농업이 유지한 가치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소비자들의 식품안전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의 지속가능성까지 검토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0월 16일 ‘친환경 인증제도 개선방안’을 놓고 관련기관과 단체 등과 검토회의를 열었다. 정부의 친환경 인증제 개선 대원칙은 △인증기준 강화 △인증농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새정부 출범으로 농어촌학교 지원 특별법 제정에 일단 파란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특별법 제정은 재정 부담 등의 문제로 발이 묶여 있었다. 19대 국회에선 관련한 법안이 5건이나 발의됐지만 1건도 통과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20대 국회에서도 지난해 6월 강석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어촌학교 지원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해 11월 농어촌 학교 육성 및 교육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두 법안 모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이다.두 법안은 공통적으로 국가와 지자체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촌의 위기는 ‘지방소멸’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소멸위험 지역이 다시 살아나려면 청장년층이 유입돼야 한다. 결국, 지역에서 학교가 사라지면 소멸 위기에 대응할 기회마저 박탈되는 셈이다.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말까지 월평균 출생신고가 20건 미만인 기초지자체는 28곳으로 경북이 7곳, 강원·경남·전북·전남이 4곳이었다. 또,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출생신고가 없었던 읍·면·동은 16곳으로 모두 농어촌 지역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2~39세 여성인구 비중이 10%도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가 2014년 77개라면
교육부의 작은학교 통폐합 유도 정책은 그간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이었다. 너무나 가혹한 통폐합 권고 기준(전교생 60명 이하)을 내걸고 적지 않은 지원금으로 유혹하니 아직 두 자릿수의 재학생이 존재하는데도 학교가 사라진다. 도시에서 보면 하찮은 숫자지만 농촌의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가족들이 교육을 이유로 마을을 빠져나간다. ‘통폐합 권고 대상’이라는 낙인은 아직 살아있는 학교의 생기를 뺏고 주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교원 1명 당 학생 수가 적은 작은학교만의 특수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경쟁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도시학교와의 차별화된 교육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지만 오직 교육부만이 재정절감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지불하는 막대한 통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강원도 영월군 북면에 위치한 마차초등학교는 재정 상황이 양호한 농촌 작은학교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올해 개교 76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지난 2011년 마차초등학교 문곡분교를 흡수하며 약 1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분교 통합은 소재지 마을의 여론을 고려해 본교 입장에서 쉬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해당 분교는 마차초등학교와의 거리가 2km에 불과해 통합에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 학교로서는 큰 행운이었다.3년 전 내·외부 전면 개수를 거쳤다는 학교를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이만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공립학교가 도시에 존재할까 싶었다. 학급을 비롯한 교실들의 마룻바닥은 아토피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재학생이 17명인 강원도 횡성군 갑천초등학교는 재정난의 돌파구로 통폐합을 선택했다. 이 학교는 낡은 시설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비를 요청했지만 작은학교라는 이유로 낡은 창호와 선풍기, 심지어 석면도 아직까지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이외에도 체육관 누수 수리, 화장실 개선, 각 학급 리모델링, 통학 버스 등 개선이 시급한 요소가 쌓여있지만 주민들이 애용하는 체육관의 조명 문제만 겨우 해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근 금성분교와 통폐합이 완료되면 약 10억원 가량의 통폐합 지원금을 받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교육부의 정책은 작은학교들을 통폐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네 곳의 학교가 문을 닫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흰 우유를 광고하는 회사는 서울우유 밖에 없다.” 한 낙농가가 흰 우유 소비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유업체가 없는 것 같다며 한 말이다. 흰 우유는 컵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가공유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전체 제품군 가운데 판매율도 부진하다. 그렇다보니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흰 우유보다는 저렴한 수입분유를 활용해 만드는 마시는 요거트, 컵 커피, 아이스크림 시장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흰 우유는 정말 매력이 없을까.흰 우유 소비부진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던 우유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 심화됐다. 더군다나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우유의 대표 영양소인 단백질이나 칼슘, 무기질 등을 꼭 우유로만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우유가 달라졌다.여름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빙수가 되어, 카페에서는 밀크티, 딸기우유, 녹차라떼 등 투명한 병에 담겨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료로 변신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분유를 소비할 핵심 타깃인 영유아 수가 줄어들면서 경영 위기를 맞은 유업계는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를 선보이며 젊은 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유업계 중 음용유 판매 집중도가 가장 높은 서울우유도 최근 디저트카페 시장에 진출했다.서울우유 관계자는 “유업계는 분유 시장이 커 현재 크게 떨어진 출산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우유급식이 끝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인의 우유 소비량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눈을 돌린 곳이 우유함량이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기능성과 고품질을 넘어 이제 맞춤형 우유의 시대가 오고 있다. 우유소비를 늘리기 위한 유업계의 고육지책이 새 제품으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우유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국립축산과학원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5%가 우유를 섭취하는 이유로 ‘영양 보충, 칼슘 섭취 등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하지만 유업계는 건강 보조적 개념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피부미용·두피·치아건강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김민형 한국유가공협회 부장은 “날로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요구에 유업계에서도 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유업계가 제품을 다양화할 수 있는 토대엔 우유가 갖춘 다양한 영양소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감소세를 보이던 흰 우유 소비량이 반짝 상승하며 유업계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2012년 140만5,132톤이던 흰 우유 소비량은 2015년 134만5,440톤까지 줄었지만 지난해 138만3,758톤으로 3만8,318톤(전년대비 2.8%)이 늘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소비량은 27㎏으로 200㎖ 한 컵 기준 총 135잔을 마신 셈이다.우유 소비량 상승의 원인은 흰 우유 소비자가 늘었다기 보단 우유가 들어간 라떼 등의 커피, 밀크티, 기능성 우유 등으로 소비가 다양화된 측면이 크다. 실제로 유업계는 기능성 우유 출시나 디저트카페 입점 등 우유의 다채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화 서울우유협동조합 마케팅본부 뉴스타트업팀 팀장은 “유업계가 디저트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제정되면서 농산물 유통은 일대 전환을 맞았다. 1985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필두로 전국 주요 도시에 속속 공영도매시장이 들어섰고, 얼마간의 혼란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도매시장 경매체제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도매시장의 의무상장과 경매시스템은 농산물 유통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전근대적인 유통관행을 청산하고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만들어낸 것, 농민들에게 보다 든든한 판로를 제공한 것은 모두가 오롯이 경매제의 공적이다.하지만 만고불변의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다. 날마다 요동치는 경락가격, 경우에 따라 이중 삼중 누적되는 불합리한 유통비용, 도매
도매시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경매제라는 제한된 거래방법과 철저한 내부규제를 통해 농산물 유통의 중심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생산지·소비지와 이를 둘러싼 유통환경의 변화는 도매시장에 보완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지난 7일 여야 6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이 주관한 ‘해외사례를 통해서 본 청과물도매시장 개혁방안’ 토론회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그간 이어 왔던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들 간의 소모적 논쟁에서 한 발 벗어나 생산자·소비자와 시장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도매시장의 발전적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했다.토론자들은 공영도매시장 내에 설정돼 있는 다양한 제도적 칸막이를 해외 도매시장 수준으로 허물었을 때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를 대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늘 그랬지만 올해 농해수위 국정감사도 전반적으로 밋밋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국감을 도중에 불참했던 자유한국당은 말할 것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현재 농업계의 숙제인 ‘농정적폐 청산’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물론 그럼에도 상대적으로 더 빛나보였던 의원들은 있었다.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각종 농정 현안을 공론화시킨 점을 평가할 만한 의원들이 보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의 국정감사 취재기자들이 평가회의를 갖고 ‘누가누가 잘했나’를 따졌다. 아래의 세 의원이 올해 ‘수상’의 주인공들이다. 강선일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위성곤 의원 l 최우수상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작년 우수상에서 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올해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이 보인 행태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달 26일 여당의 ‘방송장악’을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자유한국당이 국감 전면 불출석을 선언함으로써, 자연히 농해수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농해수위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이것만으로도 ‘명분 없는 보이콧’이란 비판이 많은데, 더 기가 찬 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감장에서 보인 모습이다. 각종 농정현안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보다, 구시대적 색깔론에 치우쳐 현장 농심(農心)과 동떨어진 발언을 하는 의원들이 있었다. 대다수 농민들로부터 원성을 살 수밖에 없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아무말 대잔치’에서 거론된 ‘아무말’을 일부 살펴보자. △ GMO 비판 시민 ‘좌파활동가’매도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가 열리던 지난달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는 자유한국당 의원 자리가 텅 빈 가운데 설훈 위원장의 개회선언이 있었다. 국감 시작 40여분이 지나 검은 넥타이를 맨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순차적으로 입장했다. ‘방송장악 저지투쟁’이라 이름 붙이고 지난달 26일부터 국정감사 불참선언을 했던 의원들은 ‘빈손’으로 돌아와 본연의 역할을 시작했다.쌀값 전망, 한-미 FTA 재협상,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과 축산계열화 폐해 등 산더미 같은 농정적폐를 농해수위원들은 효과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2선 국회의원 경력과 다양한 행정관료 경험으로 다져진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의원들의 질문을 여유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