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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의 변화를 허하라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여전히 가락시장은 국내 농산물 유통의 메카다. 최근 정부와 국회의 도매시장 개혁 움직임에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도 가락시장이다. 가락시장을 필두로 한 국내 공영도매시장은 농안법 개정을 통해 변화를 꾀할 수 있을까. 지난 7일 밤 서울 가락시장 내 경매장에서 중도매인과 유통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1976년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이 제정되면서 농산물 유통은 일대 전환을 맞았다. 1985년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을 필두로 전국 주요 도시에 속속 공영도매시장이 들어섰고, 얼마간의 혼란을 겪은 끝에 마침내 도매시장 경매체제가 뿌리를 내리게 됐다.

도매시장의 의무상장과 경매시스템은 농산물 유통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렸다. 전근대적인 유통관행을 청산하고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만들어낸 것, 농민들에게 보다 든든한 판로를 제공한 것은 모두가 오롯이 경매제의 공적이다.

하지만 만고불변의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다. 날마다 요동치는 경락가격, 경우에 따라 이중 삼중 누적되는 불합리한 유통비용, 도매시장법인의 합법적 독과점 구조와 그로 인한 폐해 등은 도매시장의 역사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들이다.

게다가 유통환경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도매시장이 선도의 대상으로 삼았던 낙후된 민간유통이 금세 도매시장을 앞질러가기 시작했다. 거대자본의 유통망에서부터 농가 단위의 직거래까지 갖가지 매력적인 유통채널들이 도매시장의 앞선에서 출하자들을 만나고 있다.

도매시장은 농안법이 정해 놓은 테두리에 갇혀 변화의 동력을 차단당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경직된 거래제도의 문제며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에 대한 과도한 영업규제의 문제다. 농안법은 제정 이래 49차례의 개정이 이뤄졌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개정에 그쳤고 일부 의미있는 개정도 도매시장 내부의 여건과 갈등 탓에 실질적인 성과를 일궈내진 못했다. 시장 내외부의 끊임없는 개선 요구에도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고 그렇게 도매시장은 1990년대의 모습으로 2017년을 살고 있다.

최근 정부가 또 한 차례의 농안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시대적인 요구가 계속해서 이어져 온 데다 이번엔 도매시장 개혁에 대한 국회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어 종전보다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법 개정과 관련해 정부 측 연구용역을 맡은 건국대학교 김윤두 교수는 지난달 말 발표한 최종 연구보고서에서 시장 전반을 망라한 대대적인 제도개선을 제안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병옥 박사도 최근 해외 도매시장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시장 내 경쟁체제 구축, 불필요한 규제 완화, 지방도매시장 자율권 강화 등이 두 연구에서 공히 지향하는 방향이다.

여기에 <한국농정> 또한 도매시장 개혁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어 생산자·소비자 및 유통 관계자들의 의견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론이 한껏 무르익은 가운데 남은 것은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의 의지다. 아무쪼록 공영도매시장이 억압돼 있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해 변화하는 도매시장, 역동적인 도매시장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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