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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막힌 청과물 도매시장, 칸막이를 허물자 <1>'해외사례를 통해서 본 청과물도매시장 개혁방안' 토론회 1부
  • 권순창·장수지 기자
  • 승인 2017.11.1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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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시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경매제라는 제한된 거래방법과 철저한 내부규제를 통해 농산물 유통의 중심축으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생산지·소비지와 이를 둘러싼 유통환경의 변화는 도매시장에 보완적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 여야 6명의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정>이 주관한 ‘해외사례를 통해서 본 청과물도매시장 개혁방안’ 토론회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그간 이어 왔던 도매시장 내 유통주체들 간의 소모적 논쟁에서 한 발 벗어나 생산자·소비자와 시장 외부 전문가들의 시각으로 도매시장의 발전적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기획했다.

토론자들은 공영도매시장 내에 설정돼 있는 다양한 제도적 칸막이를 해외 도매시장 수준으로 허물었을 때 의미있는 변화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를 대표해서 온 김상경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유통환경 변화와 그에 상응하는 제도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선 일면 긍정하기도 했다. 

정리 권순창·장수지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국내 도매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7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해외사례를 통해서 본 청과물도매시장 개혁방안'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주제발표]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유통환경변화 적극 반영해 한국형 유통체계로 성장시켜야”

전 세계적으로 공영도매시장을 살펴보면 대체로 동일한 양상을 보인다. 우선 산업화와 도시화로 도시인구 및 식료품 수요가 증가해 과잉생산구조로 수급이 변화한다. 대량소비유통 구조에서 소비자는 대량소비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며 수요 변화가 발생한다. 이때 대형유통업체 즉, 대규모유통자본이 소비지에 들어와 도매시장은 침체기를 겪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국들의 공영도매시장 변화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도매시장 경유율이 증가한 것이다. 20%대에 불과했던 경유율은 대형유통업체의 진출 이후 업체와 동일하게 성장해 오늘날 50%에 달하고 있다. 이는 다른 주요국들의 경우 대형유통업체의 진출이 도매시장 쇠퇴기를 이끈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일본은 대형유통업체의 진출로 90%에 가깝던 도매시장 경유율이 80%로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 계통출하비중이 아주 강력하기 때문에 도매시장이 굉장히 발달했다. 중앙과 지방 도매시장이 전국 약 1,000개 정도 형성 돼 있는 만큼 도매시장 위주의 유통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00%에 가깝던 유통시장 경유율이 그나마도 급격히 감소하지 않은 데에는 유통환경 변화를 반영해 도매시장의 공식적인 법 제도를 개선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 경유율이 점진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의 경우 1970년대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오며 완전히 망했다고 볼 수 있다. 경유율이 20%로 떨어졌으나 70년대 후반 도매시장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 2000년대 35%까지 올라간 양상이다. 역시 유통환경 변화를 받아들여 도매상 기능을 수집에서 분산, 물류, 소포장, 배송까지 다양화했기 때문이다. 흔치 않지만 도매시장이 대형유통업체와 다시금 경쟁관계로 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소비단계의 산업화로 시장이나 터미널 중심의 마켓을 중심으로 도매시장이 형성됐다. 국가가 도매시장을 설립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아 1920년대 초반 대도시 주변의 대형유통업체가 등장했고 경쟁구도를 잠시 유지했으나 도매시장은 빠르게 쇠퇴했다.

이러한 일반적인 흐름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형유통업체의 등장에도 도매시장이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이 흐름을 70% 이상으로 끌어 올릴지 20%로 쇠퇴시킬지는 도매시장 개선 방향에 달렸다. 정부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강화할수록 도매시장 기능은 살아날 것이고 대형자본이 소비지시장에 빠르게 진입함에도 불구하고 공영도매시장이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굉장히 쇠퇴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대형유통업체와 식자재업체 상품기획자(MD) 약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도매시장에서 물량을 조달하는 비율이 약 5.7%라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고 설문에 응답한 MD들은 일본과 프랑스, 미국처럼 도매시장에서 다시 한 번 농산물을 소포장하고 소비지요구에 적합하게끔 선별·가공해서 배송까지 책임지는 서비스가 있다면 도매시장과의 거래를 지금까지 도매시장은 수집과 분산에만 너무 충실했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역으로 그런 서비스가 없었음에도 여기까지 성장한 것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배송 등의 서비스나 물류관련 제도 개선이 수반되면 도매시장의 유통 활성화는 물론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여지가 충분하다. 또 도매시장 거래 제도를 폭넓게 마련함으로써 가격안정을 지양하고 유통안정 변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가운데 도매시장 중심의 한국형 유통체계가 성립·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좌장] 김동환 (사)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공감”

굉장히 시의적절한 토론회다. 4차 산업혁명 등 정보화가 가속되며 대형유통업체의 농산물 유통체계도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도매시장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는 방향성을 논의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이미 정착된 제도를 바꾸기 위해 우리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출하자 보호, 여전히 존재하는 불공정행위 또는 불법행위 등 우리 스스로 해결하는 노력을 보이고 대안을 제시해야 정책 당국자도 움직일 수 있다.

또 일단 우리 모두 변화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것에 공감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도매시장 제도 개선이 소비자와 생산자에게 진정으로 도움 되길 간절히 바란다.

 

[토론1]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공영도매시장이라면 공적 책임을”

공영도매시장은 정부 차원의 농산물 수급조절과 물가안정 측면에서 건설·운영돼 왔지만 농민들을 위한 가격보장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반면 도매시장법인은 수입농산물 증가, 민간 대형유통업체 확장 등 불리한 환경에서도 매년 수십억원대의 안정적인 순이익을 확보했다. 이는 공영도매시장 안에서 도매시장법인이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아 왔기 때문이며, 유통주체들이 자본과 조직력 면에서 농민보다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매시장 개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잡아야 하는데 첫째로 시장 내의 경쟁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도매시장법인뿐 아니라 일정 조건을 갖추면 수집·분산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현지 생산조직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장도매인제 및 중도매인 직접거래를 확대하고 도매시장법인의 정가수의매매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공영도매시장은 정부·지자체의 관리하에 특정 유통자본만의 철밥통이 아니라 유통의 공공적 영역을 담당케 해야 한다. 자칫 경쟁이 자본의 경쟁으로 흘러가선 안되며 사회적 책임에 대한 경쟁체제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농민의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다. 도매시장 거래가격은 농산물 가격의 표본이 되고 정부 생산조정제, 지자체 최저가격보장제의 근거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도매시장은 농민들과 협의해 최저가격을 설정하고 가격이 그 이하로 떨어지면 정부와 합동으로 강력한 유통명령과 조치를 해야 한다. 공영도매시장이 최저가격의 보루로 작용한다면 더욱 많은 농민이 이용하게 되고 도매시장의 공적 역할을 넓혀갈 수 있다. 또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들이 농촌으로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생산자들과의 계약출하를 늘려야만 공영도매시장의 본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토론2] 김병국 서충주농협 조합장
“소농 위한 수집경쟁체제 갖춰야”

조합장이 아니라 농민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농민들과 함께하며 느꼈던 것들을 말씀드리려 한다. 농산물은 대개 산지가 아닌 대도시 소비지에서 경매된다. 그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전국에 300여개의 APC가 있다지만 없는 지역이 더 많고 그런 지역엔 대체로 소농이 많다.

일부 대농의 경우 APC 선별을 통해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가격이 어느 정도 지지되고 나름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300~3,000평 농사짓는 소농들은 앞이 캄캄할 때가 많다. 이 정도 규모 농사로는 큰 물량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APC까지 가져갈 수도 없거니와 가져가도 선별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는다. 도매시장에 낸다 해도 중도매인들이 30짝 단위 사과보다 300짝 되는 사과를 선호하지 않나.

지금의 농안법 하에선 우리 소농들이 갈 곳이 없다. 소농들의 물량이 농협으로 많이 들어오지만 전국 1,140개의 농협으로도 그것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안된다. 우리 지역(충주)은 아주 농촌도 아닌데 평균연령이 67세다. 앞으로 70세, 80세 농민들이 발붙이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소농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우선 공판장이나 도매시장이 산지에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공판장이 모두 도시에만 분포돼 있고 산지엔 없다. 그리고 의무상장제도 중요하지만 소농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해선 출하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 20여년 전의 위탁상 형태가 무조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에도 양심적으로 농민들을 위해 일하는 상인들이 많이 있었다.

수집주체들이 지역 현장에서 서로 경쟁하고, 그로써 수집상이나 중도매인들이 각자 차별화하고, 농민들이 좀더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자유경쟁을 통해 농민들이 웃을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토론3] 김자혜 (사)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생산자와 소비자 권익보호 우선돼야”

생산자인 농민이 받는 현지 농산물 가격은 1,000원에 불과하지만 소비자에게는 3,000~4,000원에 팔린다. 그렇다고 모든 농산물을 직거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생산자에게 제 값을 보장해주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바람직한 제도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공영도매시장이다. 이에 따른 농안법 역시 원론적이지만 필요하다. 도매시장 개선과 농안법 개정 방안은 생산자와 소비자 권익보호가 기본이다.

유통 단계가 많아져서 유통 비용이 많아지면 결국 소비자가 이를 모두 부담하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싼 값을 치르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 가격이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유통단계에서 사라지는 이 모순된 구조는 더욱 참을 수 없다. 이는 고질적 문제이며 생산자와 소비자 권익보호 취지에서 도매시장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공영도매시장 개선 방안을 마련해 우리 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시키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제공하는 역할이 가능했으면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의 수집과 관리·운영, 활용 등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도매시장의 활성화와 물류 효율성이 증대됐으면 한다. 수급 조절이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판매·소비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또 일본 견학을 갔을 때 선진화된 시장 환경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주요국들의 사례에 비춰 우리 여건에 맞는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농안법 개정은 주도면밀한 검토를 통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와 생산자, 관리주체 및 전문가 등 이해 당사자들이 열린 마음으로 토론해 의견수렴과 갈등조정이 우선돼야 한다.

 

[토론4]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원장
“먹거리 다양성 보장, 도매시장에서부터”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농안법을 제정했고, 도매시장을 지어 관리·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농안법이 강제하고 있는 획일적 경매제도는 오랫동안 문제가 돼 왔다.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 때문에 시장 내 불법·편법이 판을 치고 유통주체들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으며, 과도한 유통비용은 고스란히 생산자의 어깨를 누르고 있다.

이는 먹거리 다양성과도 관계가 있다. 경매제는 대량생산품에 유리한 거래제도로서 먹거리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데 작용해 왔다. 단체에서 토종 농산물, 유기농 농산물, 소위 B급 농산물을 구입해 행사를 해보려 해도 이들 물품을 취급하는 유통경로를 찾을 수가 없다.

가장 많은 식재료를 취급하는 도매시장에서 어떤 사인을 보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 행위, 먹는 행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도매시장 개혁은 다양성 추구의 시대에 걸맞은 유능한 상인, 유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경매제와 함께 시장도매인제, 정가수의매매, 농업인직판제 등을 허용해 시장 내 유통상인들의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다양한 거래제도로 5톤 트럭 받는 상인, 친환경 받는 상인, 다품종 소량생산품 받는 상인, 고향 생산물만 취급하는 상인 등 다양한 상인들이 나타나도록 상인들의 시장 진입·퇴출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의 선택지를 넓히고, 여러 가격대의 농산물이 거래돼 소농들의 생활이 지켜지길 바란다.

농민이 없으면 상인도 없고 농촌이 없으면 도매시장도 없다. 도농이 상생하는 도매시장이 될 수 있도록 경쟁이 정정당당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소농과 소규모 자영업을 연결하는 소규모 유통상인의 육성을 위한 거래제도가 음식다양성, 생물다양성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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