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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선의의 피해자’ 양산해야 하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그 동안 <한국농정> 친환경 면에서 가장 많이 다룬 기사 부류 중 하나가 ‘비의도적 농약 혼입으로 인한 친환경 인증 취소’ 관련 사건들이었다. 피해농민들은 자신들이 단 한 번도 농약을 쓰지 않았단 점에서 떳떳했기에, 시료 채취 등의 검사과정을 결코 회피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들의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된 데 대해, 농민들은 친환경 인증 취소 처분이란 ‘형벌’을 받아야 했다.

다음은 최근 각지에서 비의도적 농약 혼입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인증취소, 또는 인증을 회복하고도 막대한 손해를 입었던 농가들의 사례이다.

최근 친환경 민간인증기관의 검사 오류로 친환경 인증을 취소당할 뻔한 송경호씨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시설하우스에서 싹을 틔운 지 보름여가 지난 친환경 청경채 모종에 물을 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DDT 토양 때문에 인증취소

경북 영천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며 유정란을 생산해 온 이몽희씨는 토양에서 검출된 DDT 성분 0.047mg/kg 때문에 인증 취소당했다.

DDT의 허용 기준치는 0.1mg/kg로, 이씨의 유정란에서 발견된 성분량은 기준치보다 적었다. 그럼에도 이씨는 인증을 취소당했다. 한 알 당 540원씩 한살림에 납품해 왔던 유정란을, 정부는 일반 달걀로 시중에 유통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납품을 중단했고, 그 동안 동물복지형으로 운영해 왔던 농장을 폐쇄했다. 정성들여 키웠던 닭들은 모두 폐사시켰다.

이씨는 “나는 단 한 번도 DDT를 안 뿌렸고, 어떻게든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했건만, 역설적이게도 땅에서 닭을 사육했단 이유로 닭과 달걀에서 DDT가 검출됐다”고 말했다.

농관원의 검사는 쉽게 납득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원래 축산물에 대한 농약성분 검사는 27가지로 한정돼 있는데, 지난 8월 이씨의 농가에 대해 농관원은 무려 325가지의 농약성분을 검사했다. 그 중에 DDT 성분이 들어있었다. 8월 중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여파가 커지는 과정에서, 이씨는 그러한 분위기의 희생양이 되다시피 했다.

이씨의 농장 자리는 2009년경까지 복숭아 농장이 있던 곳이었다. 경상북도는 이번 사태가 터진 시점에서야 “이씨의 농장에 과거 과수원이 있었던 만큼, 그곳을 운영할 때 DDT가 토양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며 뒷북을 쳤다. 그 이전까지 전국의 토양 상태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자료조차 찾기 힘근 상황이다. 그럼에도 인증취소로 인한 피해와 친환경농사꾼으로서의 자존심에 생긴 상처는 농민이 고스란히 짊어지는 형국이다.

 

관공서 방제 때문에 인증취소

관공서에서 비행기 또는 차량으로 농작물 및 나무의 병해충을 잡고자 뿌린 농약 때문에 친환경 인증을 취소당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본지 778호 <항공방제 농약 비산에 인증 취소>에서 소개된 경기도 김포시의 농민 S씨는, 순전히 김포시에서 진행한 항공방제 때문에 무농약 재배 미나리 인증을 취소당하는 억울한 일을 겪었다. 항공방제는 강풍이 부는 날엔 진행하면 안 된다. 그럼에도 이를 진행한 김포시의 처사로 S씨만 인증을 취소당하게 됐다.

이에 S씨가 김포시와 농관원 양측에 모두 항의한 건 당연하다. 김포시에서도 농관원 측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현장검사를 다시 진행했지만, 농관원 측은 여전히 원칙상의 이유 때문에 인증 취소를 물리기 힘들다고 답할 뿐이다. 이런 일을 막고자 친환경 항공방제를 하자는 이야기도 일각에서 나오나, 김포시 측은 “친환경 항공방제로 전환하려면 50억원의 예산이 들기에 쉽게 전환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운송 과정서 농약 섞이기도

전남 나주시의 강대효씨는 친환경 피망에 대한 인증을 취소당했다가 겨우 회복했다. 강씨가 재배한 친환경 피망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일반농산물로부터 농약이 혼입됐단 걸 농관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강씨는 “운이 좋았다. 여러 군데에 친환경 피망을 납품하고 있었는데, 농약이 검출됐던 피망 외의 다른 피망에선 재검사 결과 전혀 농약이 혼입되지 않았다는 게 밝혀졌다”며 “만약 한 군데만 납품하는 상황이었다면 인증 회복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취소될 뻔한 인증은 회복했지만, 농약 검출 후 친환경 피망의 출하도 저절로 정지당했다. 이로 인해 강씨는 45일간 출하를 못함으로써 3,000만원 이상의 손해를 입게 됐다.

 

‘엉터리 인증’ 가능성도…

경기도 수원시에서 청경채 등을 재배해 학교급식에 납품해 온 송경호씨. 그는 최근 무농약 청경채의 인증을 취소당했다. 민간인증기관 A에 보낸 청경채 시료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황당했다. 송씨는 “청경채는 농약을 뿌릴 이유가 하등 없는 작물”이라며 “처음엔 종자를 의심했다. 우리 농장은 하우스라 항공방제 피해를 입을 여지도 없고, 주위에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니 농약 혼입 우려도 없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이에 송씨는 다른 인증기관에 동일한 시료를 보내 다시 검사하게 했다. 놀랍게도 그곳에선 농약이 ‘불검출’로 나왔다. 그럼에도 A 인증기관에선 왜 농약이 검출된 걸로 나오냐는 질문에, 해당 인증기관은 “워낙 시료가 각지 농장에서 많이 들어오다 보니, 그게 중간에 바뀌어서 데이터가 잘못 나올 확률도 높다”는 것이다.

결국 송씨도 취소당할 뻔한 인증을 유지했다. 그러나 인증 취소 처분 위기를 겪었던 한 달 동안, 재배한 청경채의 학교급식 납품은 정지당했다. 친환경농가가 한 달만 학교급식 납품을 정지당해도 수천만원의 손해를 입는 경우가 다반사다. 송씨는 “두 번째로 검사를 의뢰한 기관은 A 인증기관보다 기계 정밀도가 더 높은 곳임에도 농약을 검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A 인증기관의 데이터 조작마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인증 취소 피해자는 더 많을 수도

전라북도 한 지역에서 관공서의 가로수 방제로 친환경 인증 취소 위기에 몰렸다가 인증자격을 유지한 한 농민은 “농약을 일부러 손 댄 사람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아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다”며 “억울하게 인증 취소를 당했음에도 정부 및 인증기관 등을 상대로 한 소송 과정에서 드는 비용, 복잡한 소명절차 등으로 인해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며 침묵하는 농가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경호씨도 “그나마 난 지역 농민조직 대표자란 신분도 있다 보니, 이대로 당하면 이후 더 많은 피해가 생길 것이란 생각 때문에 적극적으로 소명에 나섰다”고 말했다. 송씨는 이어 “복잡한 소명절차, 상당한 비용 등의 이유로 소명에 나서지 않는 농가들도 많고, 억울함에도 불구하고 ‘내년까지 참았다가 다시 친환경 인증 신청하자’는 생각으로 참고 넘기는 사람들도 많다”며 “그렇게 억울한 상황을 당하고도 침묵하는 농민들은 생각보다 매우 많을 것”이라 말했다.

현재 인증 위반 사례가 생겨도 농민들 입장에선 제대로 소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의신청 제도가 존재하긴 하나, 농가 입장에서 절차가 상당히 복잡한 데다 농가가 강하게 요구해야 그나마 청문회를 형식적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청문회를 통해 인증취소 결과가 바뀌는 경우도 드문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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