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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을 예비범죄자 취급하는 언론농민 도덕성만 비판하며 ‘처벌 강화’ 촉구
방송 하나로 친환경농업 타격 입혔던 공영방송
‘유기농이 관행농보다 안전하다’는 진실 부각해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유기농산물의 농약검출 확률은 23%로, 관행농산물의 농약검출 확률인 73%보다 낮다.”

미국 <뉴욕타임스> 2002년 5월 8일 기사 <Study Finds Far Less Pesticide Residue on Organic Produce(“유기농산물서 훨씬 낮은 농약 잔류” 연구결과 발견)>에 나온 내용이다. 이는 당시 미국 농무부와 미국 소비자연맹(Consumer Union)의 실험 결과를 통합한 것으로, 9만4,000개의 표본으로 작물을 분석한 결과 나온 내용이었다.

우리나라 언론이었다면 “유기농산물에서도 23%나 농약이 검출되고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 위 <뉴욕타임스> 기사는 “당신이 농약에 덜 노출되길 원한다면, 유기농을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며 유기농을 권장했다. 유기농으로 당장에 농산물의 농약 노출 확률을 0%로 만들 순 없으나, 농약 노출 확률을 3분의 1로 줄인다는 것만으로도 유기농을 환영하는 태도를 보였다.

친환경농업을 바라보는 데 있어 우리 언론은 어땠나. 이미 2014년, 친환경농업계는 KBS에서 내보낸 방송 하나로 치명타를 입었던 전례가 있다. 2014년 7월 31일과 8월 7일 두 차례에 걸쳐 방송된 <KBS 파노라마 -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은 전국의 친환경 유통매장에서 81점의 농산물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30점에서 농약이 검출됐음을 언급하며, 농약을 일체 사용해선 안 되는 유기농과 무농약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됐단 걸 강조했다. 이 방송으로 인해 친환경농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매우 나빠졌고, 친환경농가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금도 친환경농업계 관계자들이나 농민들은 이 방송이 거론될 때마다 치를 떤다.

언론의 그러한 관점은 지금도 다를 바 없다. 멀리 갈 것 없이 지난 8월 살충제 계란 사태 당시의 보도양태를 보자. 많은 언론이 친환경농민을 사실상 예비 범죄집단 취급했다. 살충제 계란 사태를 다루는 데 있어 정부가 그 동안 운용해 온 인증제도의 허점 비판에 초점을 맞추는 게 당연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실상 모든 농민들을 부도덕한 사람들인 양 매도하는 언론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농장주들은 (판매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 있고 정부지원금도 받을 수 있기에)친환경인증에 집착한다”,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가는 평소 친환경육성법에 따른 인증 조건을 철저히 지키지 않아도 관리원이 현장조사를 나간 시점만 무사히 넘어가면 된다”(중앙일보 2017년 8월 17일 <살충제 검출된 농장 6곳 중 5곳이 친환경 마크 계란>)는 식으로 친환경농민에 대한 ‘일반화’가 이뤄졌다.

심지어 농민들에 대해 “계란을 속여 판 양심 없는 농가”(이데일리 2017년 8월 16일 <친환경이라더니… 계란 속여 판 양심 없는 농가>)라며 극언을 퍼부은 언론도 있었다. 이러한 기사의 양산으로, 전체 친환경농가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이 강화되기에 이르렀다. 살충제 성분이 계란에 들어가게 된 이유를 ‘농민이 일부러 살충제를 계란에 넣었기 때문’이라 단순히 설명할 수 없음에도, 위와 같이 농가를 예비 범죄자 취급하다시피 했다.

일부 언론은 인증 위반 농가에 대한 처벌 강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살충제 쓴 친환경인증 농가 ‘시정명령’ 처벌밖에 못한다>(문화일보 2017년 8월 18일)는 친환경인증 농가가 ‘살충제 계란’을 생산하고도 수개월만 조심하면 친환경 지위를 회복할 수 있다며, 해당 농가들에 대한 처벌을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러한 논조들은 현재 처벌 및 규제 강화 위주로 흐르는 농식품부의 친환경 인증제 개선방안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농민을 부도덕한 사람이라 직접 매도하는 단계까진 아니어도, ‘친환경농가의 달걀에서 살충제가 대량 발견됐다’는 걸 헤드라인에서부터 집중 부각해, 소비자들의 공포감을 부추기는 기사는 수두룩했다. <허술한 ‘친환경 계란’ 인증…10곳 중 1곳 ‘살충제·농약’>(경향신문 2017년 8월 17일), <정부 “살충제 계란 검출 농가 총 49곳… 친환경 인증 기준 미달 농가는 37곳”>(조선일보 2017년 8월 18일) 등의 기사가 포털사이트의 뉴스 창을 가득 채웠다.

이러한 보도논조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그나마 잠잠해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경찰청이 실시한 ‘친환경 인증비리 특별단속’에서 경찰은 친환경 인증과 관련, 불법행위 224건을 적발하고 412명을 입건했다. 이 와중에 동아일보는 <60만원 내면 가짜 친환경 인증 ‘척척’>(2017년 11월 21일)이란 기사를 통해, 서류를 조작해 불법으로 친환경인증을 받는 농가와 인증 수수료에 눈이 먼 민간인증기관이 이 문제의 핵심이라 지적했다.

한 친환경농업 관계자는 “이러한 언론의 보도행태와 정부의 현재 정책은 친환경농민을 철저히 예비범죄자로 간주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기사들의 양산은 정부가 단기적인 처벌·규제 강화에 치중하게 하고, 정작 근본적인 인증체계 개선과 친환경농업에 대한 전반적 관리를 어렵게 만들 뿐”이라 지적했다. 이와 함께, 친환경농업과 농민에 대한 인식 악화도 이러한 기사가 양산됨으로 인해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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