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 탄탄한 재정 더해지면?

‘항상 행복한’ 영월 마차초교

  • 입력 2017.11.26 10:55
  • 수정 2017.11.26 11:06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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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1일 강원도 영월군 북면 마차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실에서 원생들이 오늘의 미세먼지 현황을 알려주는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강원도 영월군 북면에 위치한 마차초등학교는 재정 상황이 양호한 농촌 작은학교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올해 개교 76주년을 맞은 이 학교는 지난 2011년 마차초등학교 문곡분교를 흡수하며 약 11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분교 통합은 소재지 마을의 여론을 고려해 본교 입장에서 쉬이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지만, 해당 분교는 마차초등학교와의 거리가 2km에 불과해 통합에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 학교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3년 전 내·외부 전면 개수를 거쳤다는 학교를 돌아보니, 아이들에게 이만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공립학교가 도시에 존재할까 싶었다. 학급을 비롯한 교실들의 마룻바닥은 아토피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은은한 향을 뿜어내는 편백나무 소재로 교체됐다. 날씨에 관계없이 체육활동이 가능한 다목적실, 매주 북카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서관, 아름다운 교정 전망을 배경으로 꾸민 식당 등은 결손과 다문화 비율이 높은 농촌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에 일조하고 있었다.

좋은 시설로 날개를 단 작은학교는 맑고 순수한 영혼의 아이들을 키워내는 최고의 교육현장이다. 기자가 교장실에서 설명을 듣는 도중 문밖에서 조그만 머리통들의 그림자가 서성대자 교장선생님이 아이들을 들어오게 했다. 우유 급식을 위해 바구니를 가지고 식당으로 가던 오늘의 당번들이다. 지나다 교장선생님이 생각나서(사실은 간식을 주시지 않을까 해서) 들어왔단다. 평범한 일상 속에 교사와 학생 간의 가까운 거리가 뚜렷이 보였다.

교사들은 그 친밀함을 활용해 아이들이 올바른 인성을 갖추도록 지도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면서도 공손한 태도를 항상 잃지 않았다.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가 교실에 등장하자 1학년 학생들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을 한 채 이것저것 떠들어댄다. 그러다가도 수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즉시 자세를 바로잡고 시선을 앞에 두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병설유치원 교실에 들어가니 더 조그마한 아이들이 나타나 마차초등학교 고유의 인사인 “항상 행복하세요~!”를 외치며 몇 차례나 허리를 숙였다. 인사를 받는 어른이지만 함께 공손히 인사하지 않으면 혹여나 이 훌륭한 교육에 누가 될까 염려돼 웃음을 참으며 연신 같이 인사했다.

올해 마차초등학교에 1학년 신입생이 9명이나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마찬가지로 유치원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계속 원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올해 유치원의 원생은 15명으로 정원을 거의 다 채우는 수준에 이르렀다. 내년에도 유치원의 7세 원생 6명이 그대로 마차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교장 김경숙 교사는 귀농이 꺼려지는 인근의 정주 여건만 정책적으로 개선되면 전입을 통해 학교와 마을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 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실을 다지니 이제야 인원이 조금 늘어나는 추세에요. 더 많은 아이들을 훌륭하게 교육하는 게 저희의 목표니까, 내년에는 학교의 장점을 내세워 외부 학생 유치에도 욕심을 조금 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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