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변신은 무죄

  • 입력 2017.11.19 11:46
  • 수정 2017.11.19 12:03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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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내리막을 걷는 흰 우유 소비를 늘리기 위해 유업계가 디저트 카페를 개설하는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한 대형마트 매장에 위치한 서울우유의 디저트 카페 ‘밀크홀 1937’에 다양한 유제품이 전시돼 있다.한승호 기자

우유가 달라졌다.

여름에는 소프트아이스크림과 빙수가 되어, 카페에서는 밀크티, 딸기우유, 녹차라떼 등 투명한 병에 담겨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료로 변신해 소비자들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분유를 소비할 핵심 타깃인 영유아 수가 줄어들면서 경영 위기를 맞은 유업계는 우유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를 선보이며 젊은 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유업계 중 음용유 판매 집중도가 가장 높은 서울우유도 최근 디저트카페 시장에 진출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유업계는 분유 시장이 커 현재 크게 떨어진 출산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 우유급식이 끝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성인의 우유 소비량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눈을 돌린 곳이 우유함량이 높은 디저트 분야나, 유제품을 활용할 수 있는 조리 분야”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10~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우유 소비촉진을 적극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뼈 건강, 성장기 영양공급 등 영양학적 효능을 강조하던 기존의 홍보방식에서 벗어나 피부·두피에 우유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다소 모범적이었던 우유의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최근 SNS에서는 ‘홈카페’가 인기다. 가정에서 본인이 마실 음료를 예쁜 잔에 보기 좋게 만드는 과정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것인데, 인기가 많을 경우에는 이런 영상의 조회수가 10만회를 넘기기도 한다. ‘홈카페’ 영상에서도 우유를 그대로, 또는 크림으로 만들거나 거품을 내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힘없이 내리막을 걷던 흰 우유 소비량도 4년 만에 회복됐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우유자급률은 지난 7월 기준 50.1%로 곧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미 FTA 발효 전 65.4%였던 우유 자급률이 5년 만에 52.9%로 떨어졌다. 시장개방이 우유 자급률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낙농정책연구소(소장 조석진)는 ‘FTA가 낙농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결과 관세철폐로 인한 원유생산 감소에 따른 쿼터삭감 피해액은 196억원에서 최대 66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향후 농업의 추가 개방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 속에서 농축수산업계가 공동으로 ‘한-미 FTA 폐기’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소외된 농업계의 목소리를 귀에 담는 이가 없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국산 흰 우유를 소비할 수 있는 시장과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할 때다. 최근 정부-낙농계-유업계도 국산 원유 사용 확대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유 소비 촉진활동을 도맡고 있는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미용, 다이어트와 관련한 연구용역은 물론이고 숙취해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우유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유업계다. 우유를 마셔도 소화에 문제가 없기를 바라는 소비자가 있고, 냉장보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있다. 예쁜 병에 담긴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있고, 휴대가 간편한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있다. 가망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주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우유는 변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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