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은 늘 뒷전, ‘작은학교라서’

통폐합 유도는 미봉책 … 근본적 농촌 지원 필요
“학교 지원·농촌 일자리·주거 대책 함께 이뤄져야”

  • 입력 2017.11.26 10:52
  • 수정 2017.11.26 10:5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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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재학생이 17명인 강원도 횡성군 갑천초등학교는 재정난의 돌파구로 통폐합을 선택했다. 이 학교는 낡은 시설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비를 요청했지만 작은학교라는 이유로 낡은 창호와 선풍기, 심지어 석면도 아직까지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체육관 누수 수리, 화장실 개선, 각 학급 리모델링, 통학 버스 등 개선이 시급한 요소가 쌓여있지만 주민들이 애용하는 체육관의 조명 문제만 겨우 해결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근 금성분교와 통폐합이 완료되면 약 10억원 가량의 통폐합 지원금을 받아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교육부의 정책은 작은학교들을 통폐합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에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네 곳의 학교가 문을 닫는다.

면에 하나 남은 초등학교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역사회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통폐합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갑천초등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정향순 교사는 “통폐합은 학교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었을 뿐 원해서 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라며 죄책감을 드러냈다. 그는 “교육부의 통폐합 유도 정책이 귀농·귀촌 자녀의 취학난을 야기하며, 결국 학교가 사라진 마을의 인구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농촌의 작은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는 장이기도 하지만 지역주민들에게도 꼭 필요한 문화의 장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통폐합 지원금을 통해 교육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어도, 농촌에 대한 지원이 병행되지 않으면 통폐합 이후 작은학교의 지속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농촌의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주거환경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영월 마차초등학교장 김경숙 교사는 “귀농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돼야 (전입이) 될텐데 이 일대는 옛 탄광촌이라 땅도 물도 부족해 아이를 데리고 올 가정에서 찾아볼만 한 소득원이 없다”며 “간혹 오시는 분이 자리를 잡으려 해도 집이 없거나 입지에 비해 너무 비싸다. 정주여건이라도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도 “갑천면도 정주여건이 전혀 없다. 아이들을 데리고 이주하려던 교원이 살 집이 없어 교장 관사를 내줬을 정도”라며 “학교장으로서 지역과 연계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개인적인 숙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갑천초등학교는 내년 인근학교 연합관사가 완공되면 기존에 학교가 보유한 관사 한 채를 전입 희망 가정에게 제공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다. 한 채라도 확보해 학생 수를 늘리겠다는 작은학교의 절박함이 느껴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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