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없으면 사람도 없다

  • 입력 2017.11.26 11:06
  • 수정 2017.11.26 11:0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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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작은학교 살리기는 갈수록 고령화와 공동화가 진행되고 있는 농촌 살리기와 맥이 닿아 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작은학교 통폐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이유다. 지난 21일 강원도 영월군 북면 마차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이혜련 선생님과 학생들이 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한승호 기자

교육부의 작은학교 통폐합 유도 정책은 그간 농촌의 고령화와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이었다. 너무나 가혹한 통폐합 권고 기준(전교생 60명 이하)을 내걸고 적지 않은 지원금으로 유혹하니 아직 두 자릿수의 재학생이 존재하는데도 학교가 사라진다. 도시에서 보면 하찮은 숫자지만 농촌의 입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은 수의 가족들이 교육을 이유로 마을을 빠져나간다. ‘통폐합 권고 대상’이라는 낙인은 아직 살아있는 학교의 생기를 뺏고 주민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교원 1명 당 학생 수가 적은 작은학교만의 특수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교육 경쟁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도시학교와의 차별화된 교육이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지만 오직 교육부만이 재정절감을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지불하는 막대한 통폐합 인센티브 때문에 통합으로 얻은 수익은 들어간 비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 돈을 의미 있는 곳에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설령 작은학교가 그 경쟁력을 인정받고 정책적 지원이 쏟아진들 농촌에 사람이 없는데 과연 학교가 살아나겠느냐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교사들은 작은학교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농촌의 주거 환경을 꼽고 있다. 작은학교의 장점에 끌려 농촌에 들어오고자 하는 가구가 있어도, 정작 그들이 살 집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집이 있으면 학생들이 들어올까? 이는 ‘소규모학교 소재 통학구역마을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작은학교 살리기에 나선 제주도의 사례로 증명된다. 제주도가 학교를 살리고자 하는 마을들과 협력해 열심히 집을 짓고 빈 집을 정비한 결과 도내 전체 작은학교 학생 수는 5년 간 430여명이 늘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단 학교만 살아 있으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이다.

농촌의 작은학교 살리기는 특정 정부 부처 혹은 지자체의 결단이나 정책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도 당장 학교의 생존을 위협하는 ‘통폐합’이라는 낙인부터 지우자. 농촌을 정말로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최소한의 학교 수를 지켜내 농촌에 사람의 종자를 남겨야한다. 그 유일한 길은 작은학교들을 지켜낼 ‘농어촌학교지원특별법’의 시행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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