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우유, 꽃길을 걷자

차별화 의지 잃어버린 흰 우유 시장 … ‘심폐소생’ 필요

  • 입력 2017.11.19 12:03
  • 수정 2017.11.19 12:04
  • 기자명 배정은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흰 우유를 광고하는 회사는 서울우유 밖에 없다.” 한 낙농가가 흰 우유 소비촉진을 위해 노력하는 유업체가 없는 것 같다며 한 말이다. 흰 우유는 컵 커피나 아이스크림 등 가공유제품에 비해 부가가치가 낮고 전체 제품군 가운데 판매율도 부진하다. 그렇다보니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에게 흰 우유보다는 저렴한 수입분유를 활용해 만드는 마시는 요거트, 컵 커피, 아이스크림 시장이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게 당연하다. 흰 우유는 정말 매력이 없을까.

흰 우유 소비부진은 우리를 건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던 우유가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되면서부터 심화됐다. 더군다나 먹을거리가 풍부해지면서 우유의 대표 영양소인 단백질이나 칼슘, 무기질 등을 꼭 우유로만 섭취할 필요도 없어졌다. 전 세계의 전문가들은 우유가 인류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앞 다퉈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제는 우유의 효능에만 기대 흰 우유 소비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유업계는 흰 우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원유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낙농가들 입장에서는 흰 우유 판매를 위해서는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유업계가 원유가격 인하만을 요구하고 있으니 이런 요구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원유가격을 내리면 우유가격은 얼마까지 낮출 수 있느냐”, “우유 가격 몇 백원 내린다고 1잔 마실 것을 2잔 마시겠느냐”하는 의구심에는 누구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흰 우유가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을 받으려면 제품의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반려동물용 우유처럼 소비자의 연령, 성별, 음용 시 기호에 따라 새로운 흰 우유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진중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국장은 “최근 서울우유의 ‘나 100%’를 제외하고는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의 흰 우유 제품은 품질에서나 제품 다양성에서나 몇 십 년 째 제자리다. 그나마 저지방우유만 구비돼 있을 뿐 흰 우유는 투자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논리로 아무런 차별화 노력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우유를 마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유당분해 효소가 없어서다. 그렇다면 락토프리 우유를 적극적으로 생산할 수도 있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지방은 낮추고 다른 영양소를 첨가한 식단조절용 우유도 만들 수도 있다”며 “노인들은 우유를 차게 먹어야하고 한 번에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따뜻하게 두었다가도 마실 수 있고, 한 번에 제공되는 양이 적거나 입구를 열었다가도 보관하기 용이한 포장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며 소비자들의 필요에 발맞춰 흰 우유가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아직 많다고 강조했다.

우유자조금은 흰 우유 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우유단짝찾기 △밀크어트 △Drink Milk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요리에서 우유를 활용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할 생각으로, 우유를 천연조미료처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