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하면 생각나는 게 감귤, 파란 바다, 그리고 그 바다에서 작업을 하는 해녀가 대표적일 것이다. 해녀분들이 바다에서 작업하는 것을 제주에서는 물질이라고 한다.요즘 귤 철에는 해녀분들이 감귤밭에서 일하는 게 흔하다. 필자도 이번 감귤 수확을 해녀분들에게 부탁해서 일을 했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이번 감귤 수확은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에 12월 폭설을 맞게 된 것이다. 인력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가 2,000평 정도 되는 감귤밭을 포기해야 할 뻔했다. 2년 전에도 폭설이 와 귤이 전부 얼어 수확도 못 하고 모두
몇 해 전에 필자가 사는 곳 주변 옥출산 자락에 대규모 퇴비공장이 들어선다고 하여 급히 면 대책위를 꾸려 막아낸 적이 있다. 그 이후 대책위는 활동을 접고 해체되었지만 우리 면 지역사회에 환경 관련 문제가 불거졌을 경우에 쓸 요량으로 대책위 통장은 총무였던 필자가 관리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개인이 장기간 관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느껴져 지역사회에 이월하겠다고 이장단 회의에 제안했다. 의견이 분분했다. 면 이장단협의회에서, 면민회에서, 혹은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관리하자는 의견들이었다. 만약 ‘주민자치회’가 설치·운영되고 있었더라면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다. 숫자의 힘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 그저 오늘의 해가 지고 내일의 해가 뜨는 것일 뿐인데 2022년에서 2023년이 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으니 그동안의 힘든 일은 뒤로한 채 무언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 듯 가슴이 뛴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어디로 갈지 미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고 투쟁하는 동지들이 있고, 지역에서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짜내는 희망일꾼들이 있기에 우리의 새로운 1년에 기대를 품게 된다.‘전남교육실천회의’라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최근 몇 년간의 전남 22개
지난 11월 8일. 국회에서는「농촌 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의 입법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기 전 관계 기관과 전문가의 자문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된 공청회에서는 농촌의 난개발을 막고 지역소멸에 처한 농촌의 위기를 타계하기 위한 방안의 필요성에 대부분 공감하였다. 이를 위해 농촌 공간의 체계적인 관리와 재생이 필요하며 농촌 공간의 재구조화를 통해 일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을 하였다.농촌 공간 재구조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에 앞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공간정비 사업을 시범
어느 해인들 곡절 없이 여유로웠던 세월이 있었을까만 2022년 한 해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을 실감할 정도로 울화통이 차오를 때가 많았다. 심지어 지금이 2022년이 맞는지 실감이 나지 않고 역사가 거꾸로 훌쩍 거슬러 간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것만 같다.가끔 SNS에서 과거의 오늘을 소환해줄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2015년의 기억은 올 한 해와 거의 다를 바 없는 하루하루였던 것 같다. ‘이대로는 못살겠다!’라는 구호를 들고 전국의 노동자, 농민, 청년, 학생, 빈민, 여성 등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었다. 여성농민들도 전국을
그리스 신화에서 곡식과 수확과 대지의 여신인 ‘데메테르’에겐 ‘페르세포네’라는 딸이 있었는데, 어느날 지하 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아내로 삼았다. 데메테르는 밤낮없이 딸을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결국 거처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고, 그녀가 곡물을 자라게 하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 않자 모든 대지는 불모지가 되었다. 대지를 황폐화시키며 딸의 귀환을 요구하는 데메테르와 지하세계의 법칙을 구실로 페르세포네를 내줄 수 없다는 하데스 사이에서 고민하던 제우스는 절충안으로 페르세포네를 어머니 데메테르의 나라와
보통 일년 열두달 중 열한달이 끝나가는 이때쯤 한해 농사에 대한 결산을 어림으로 해보게 된다.2022년도 꽤나 힘들었다. 봄가뭄에 양파 농사는 겨우 반타작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여름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비는 침수와 일조 불량으로 과채 작물이 주력인 하우스 농사를 자근자근 밟아놨다. 아주 애간장이 끊어지게 하드만.가을에는 또 가물었다. 가을가뭄이야 봄가뭄보다 견딜만 하지만 제때에 적당한 비가 와서 좀 편해볼까 하는 욕심은 그냥 욕심에 불과했다.농사란 게 날씨에 크게 좌지우지 되는 거라 익숙해질만 한데도 기후변화란 게 진짜 생긴 건지
지난해 11월 여성농어업인육성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농어촌지역 양성평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에 여성농업인단체들은 여성농업인의 날을 제정하고 여성농업인 행동지침을 선언한 바 있다. 그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지침은 과감하게 귀농을 단행하여 여성농민이 된 나에게 격한 공감의 지침이 되었기에 소개하고자 한다.1. 여성농업인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성장 중심적 사회발전을 멈추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지구 생명체들의 공생과 행복, 지속가능한 삶을 우선순위에 두는 가치관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다.2. 여성농업인은 성별, 나이,
작년 ‘LH사태’가 터지고 나서 농지가 얼마나 많이 투기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가를 우리 국민들이 아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농민들은 농지법 개정과 농지위원회 구성을 요구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농지법 개정이 조금은 이루어졌고 농민들이 요구한 농지위원회도 구성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에도 각 시·읍·면에 농지위원회가 생겨났다.농지위원회는 투기 목적의 농지 구입을 가장 초기 단계에서 막기 위해 만들어진 중요한 기구이다. 하지만 행정의 움직임은 이러한 중요성을 반감시켰다. 위원회 구성 초기부터 문제가 많았다. 농지위원회 위원
현재 한국 사회는 총체적 위기다.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새롭게 집무실을 옮긴다며 막대한 세금과 국가역량을 불필요하게 소진했다. 나라 밖 외교무대에만 나서면 국제적 망신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고,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일련의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국내 정치는 야당을 노골적으로 탄압하며 국회 기능마저 무력화시킨 채 해법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 역시 심각하다. 소수 초부자들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서민들의 예산은 노인, 아동, 소상공인 할 것 없이 대폭 삭감하였고, 국유재산과 공공기관 자산 매각 계획이 드러나
쌀값 폭락으로 뒤숭숭한 농촌지역에 염장을 지르는 소식이 날아와 농촌 주민들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바로 초·중·고 교사의 수를 학생 수 비율로 줄이겠다는 윤석열정부의 교육정책 때문이다. 그동안은 보편적으로 학급 수를 기준으로 교사 수를 조정해 왔는데 학생 수를 기준으로 조정하여 경제적 효율을 말하는 것이다.그동안 전남교육청은 농촌지역 적은 수의 학생들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고자 농촌유학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학군조정을 통해 학생들이 골고루 입학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는 학령인구의 감소를 이유로 들면서 전국 초·중·
최근 축산물 트렌드의 가장 큰 화두는 차별화다. 수입산과 국내의 구도뿐만 아니라 국내산 축산물 사이에서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축산물 시장에서 한우산업은 차별화를 가장 먼저 추진한 축종이다. 1990년대 후반 한우 등급제의 도입은 국내산 쇠고기와 수입산 쇠고기로 인식되던 정육 시장을 한우와 수입육의 구도로 바꾸면서 소고기 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에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의 소득 수준 향상과 고객 니즈 변화를 한우 고급화 전략을 통해 정면으로 돌파하였고, 그 결과 수입육과
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49년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229개 시·군·구 가운데 170곳의 인구가 줄어 지역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19년에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선 뒤 계속 올라가는 추세고 2021년에도 우리나라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고 한다.농촌에서 살며 지역소멸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
얇게 벗긴 양파 껍질에도 양면이 있는 것처럼 앞면이 있는 모든 것에는 뒷면이 있다. 풍요와 결실의 계절이라 불리는 이 가을 또한 극명하게 다른 두 얼굴을 지녔다. 지독한 봄가뭄과 여름의 긴 장마, 사나웠던 태풍까지 훌륭하게 견뎌낸 가을 들녘은 예전과 다름없이 황금빛 풍요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또한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 지역에도 송이축제(봉화)·탈춤축제(안동)·인삼엑스포(영주) 등 지자체를 대표하는 각종 축제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는 가을의 한쪽 얼굴일 뿐이다. 축제장의 활력과 열기와 흥청거림 뒤로 몇 걸음
1. 강 건너 동네 형에게 채소박스를 얻으러 갔다. 봄에 동네 초상집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던 양반이다.“야 요왕아. 너 올해 농사가 어땠냐?”“아~ 형. 말도 마요. 작년 대비 반타작 밖에 안돼요. 양파가 정확하게 작년 반타작이고 멜론도 그렇고….”“양파는 왜?”“봄에 가물었잖아요. 그 전에 작년 가을에 덥고 비가 많이 와서 양파모종 농사부터 반타작이었지 뭐. 오이도 맨날 비가 오니까 일조가 나빠서 영 시원찮고…. 남은 게 가을 무농산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형은 어때요?”“야야 말도 마라. 내 농사 수십년 동안 쌈모듬 끊겨본 적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곡성군 마을 이곳저곳에서는 ‘지구별을 지키는 마을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섬진강 마을영화제가 열렸다.봄부터 시작하여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태풍이 우리 들녘을 헤집고 갈 때까지 우리는 섬진강 마을영화제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마을교육자치와 주민자치를 키워내고 있는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과 곡성군 교육 문화운동을 끌어오고 있는 ‘곡성교육희망연대’, 밥카페를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김탁환 작가님이 운영하는 ‘생태책방 들녘의 마음’이 연대하여 실무진을 이루고 기지재단과 미래교육재단, 곡성군이 협력
수확의 계절이 다가온다. 타 지방에서는 나락이 익어가고 풍년을 맞이할 거라 하지만 쌀값하락 때문에 농민들의 삶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제주도의 8~9월은 수확을 준비하는 계절이 아니라 파종의 계절이다. 월동채소들을 이때 파종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모든 농민들의 마음이 바빠지는 시기이다.새벽 어스름이 걷힐 때면 도로에 달리는 차들 중 거의 대부분이 밭으로 가는 차량들이다. 그리고 파종한 골을 따라 며칠이 안되어 새싹이 조금씩 올라오고 그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찌 보면 제주 농민들에게는 일년 중 가장 바쁜 때가 지금이고 자
명절이라고 오일장에서 옷 한 벌 맞춰 입어본 적은 없지만, 어릴 적 한가위를 맞이하는 마음만큼은 늘 풍요로웠다. 추석을 앞두고는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분주했다. 집집마다 부엌 한쪽에 작은 항아리를 마련하고선 어둠이 한참 남은 새벽을 이산 저산으로 휘젓고 다녔다. 상수리나무 군락이 있던 수박바위 주변 산과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 뒷산 무시밭골엔 조그마한 미등을 든 아이들로 산은 이미 잠을 깨고 있었다. 간혹 어른들도 나왔는데 사슴벌레가 숨어 사는 아름드리 상수리나무를 큰 돌로 한 번씩 쿵쿵 울려대면 상수리가 우수수 쏟아지곤 했다.
요즘 전국의 농촌마을 여기저기 여성농업인 영농여건 개선교육이 한창이다. 이 교육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주최하고 각 지역의 여성농민회나 여성농업인센터가 주관하고 있다. 연수를 받은 여성농민들이 직접 마을의 여성농민들을 찾아가서 여성농민들의 힘을 모아 만든 정책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그 외 지자체와 농협의 여성농민 관련 정책을 소개한다. 그리고 누구나 쉽고 즐겁게 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같이 해보고, 여성농민을 위한 소농기계, 소농기구들을 직접 보여주며 시연을 해보기도 한다.그동안의 영농교육은 작물의 생육이나 병충해 방지,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은 영국에서 1844년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이다. 영국 맨체스터 북부의 로치데일에서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28명의 방직 노동자가 결성을 하였는데 정확한 물량과 공정한 품질, 정직한 판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성장하였으며, 이후 전 세계 협동조합의 롤모델로서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치데일의 운영원칙은 자유로운 가입과 탈퇴, 1인 1표 의결권, 이용실적에 따른 이윤배당, 자본에 대한 이자제한, 정치와 종교의 중립, 시가(市價)에 따른 현금거래, 교육의 추진 등으로 현대 협동조합의 핵심 원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