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촌, 지역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정영이(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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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이(전남 구례)
정영이(전남 구례)

2021년 우리나라 총인구가 5,173만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49년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229개 시·군·구 가운데 170곳의 인구가 줄어 지역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러한 와중에도 수도권 인구 비율은 2019년에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선 뒤 계속 올라가는 추세고 2021년에도 우리나라 총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다고 한다.

농촌에서 살며 지역소멸의 문제에 대해서 심각한 인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마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인구유치, 특히 청년 유입을 위해 고육지책의 대안들이 제시되고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농촌에서 살아보기 위해 마음을 먹었던 청년들이 정착하기까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농식품부 사업인 여성농업인 영농여건개선 교육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 마을로 직접 발품을 팔며 찾아가는 교육이어서 계절에 따라 농사짓는 품목이 무엇인지, 농사 일을 하는 연령대며, 마을 구성원의 형태, 주민들 간의 화합의 정도까지도 가늠이 된다. 안타까운 것은 100여개가 넘는 마을에서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을 만나는데 60대 이하의 여성농민을 거의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찾아가는 마을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요 몇 년 사이에 마을에 태어난 아이가 있는지와 아침이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아이가 있는지인데, 대부분의 마을이 최근 몇 년 동안 단 한 명의 아이도 없다는 답을 듣는다.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강원도에서 아스파라거스와 계절채소,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딸이 결혼한 지 6년 만에 기다리던 아이가 생겼다. 9개월이 되도록 농사일을 안할 수가 없어 아스파라거스 수확과 선별, 택배작업을 하느라 장시간을 서서 일을 하던 중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고열이 나고 조산 위험이 있어 집중치료실에서 열흘 정도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친정에 와서 마지막 한 달을 잘 버티고 건강하게 아이를 낳았다. 추석 무렵이어서 사과 수확과 주문조건에 맞게 선별하여 선물 포장하고 운송장을 출력하여 붙이는 택배작업 등 딸이 해왔던 역할까지 고스란히 사위 혼자서 감당해야 했다. 칭얼대는 갓난아이를 안고 컴퓨터 앞에서 주문내역을 일별하여 운송장을 출력할 수 있게 정리해서 보내는 일과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일은 강원도와 전라도라는 물리적인 거리를 극복하고 딸이 맡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이돌봄서비스 제도가 있으나 농촌지역에는 센터가 없어 지원을 받는 것이 어려운 것을 직접 경험하였고 영농도우미 또한 직계 가족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개선할 부분이다. 갑자기 고열이 나는 신생아와 산모를 데리고 시급히 갈 병원이 지자체에 없어 주변 도시까지 나가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은 여성농민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그림의 떡일 뿐만 아니라 위화감마저 들게 하는데 그나마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급여제도가 시행되어 다행이다. 본격적인 가을사과 수확을 앞두고 강원도로 돌아간 딸은 갓난아이에게 매달려 농사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돌봄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전긍긍 힘든 날을 보낼 것이다.

지역 균형발전, 지역소멸,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몇 년째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가 100명도 안되는 농촌 지역에 살며 청년이 돌아오는 농촌을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농촌사회를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 없이는 공멸의 길을 함께 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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